난세에 길을 찾다 - 새로운 시대를 꿈꾼 13인과 그들의 선택
임용한 지음 / 시공사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임용한씨 저서로 계속 읽고 있다.

신간 나왔을 때 읽었던 책 같은데 정확한 기억이 없어 재독했는데 무척 재밌다.

13인의 개혁가들에 대한 짧은 평전이라 인물 이야기라서 그런지 가독성도 높고 흥미롭게 읽었다.

문득 드는 생각이, 내가 고종이나 명성황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 것이 이런 책을 읽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저자는 매우 현실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어 당위나 명분에 대한 집착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나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내 입맛에 딱 저자랄까.

제일 인상적인 것은, 흥선대원군이 호포법을 강행하고 서원을 철폐할 정도로 실천력은 강한 사람이었을지 모르나, 가장 중요한 개혁의 비전이 매우 잘못됐다는 비판이다.

여전히 흥선대원군은 쇄국주의자이긴 했으나 조선 왕조를 일신하기 위해 노력한 개혁자였다는 평판은 얻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비전이 20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16세기 중세정치에 있었으니 본질이 틀려버린 셈이다.

아마도 조선 중기 정도에만 태어났다면 태종이나 영정조처럼 강력한 왕권을 구축하고 사회를 안정시키는 정도의 업적은 세우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면 전통 사회와 세계가 하나로 이어지는 근대 이후의 사회는 폐쇄와 개방이라는 점만 놓고 봐도 매우 다른 체제임이 분명하다.

오랫동안 중국과 일본 외에는 접촉하지 않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에서 안정적인 농본사회를 구축해 온 한민족은, 전통사회에서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체제를 이어갈 수 있었으나 개방 이후 세계의 흐름에 동참하게 되면서 식민지로 떨어질 만큼 최고로 가난하고 무력한 나라가 되버렸다.

박제가 평전에서도 느낀 바지만, 국수주의, 폐쇄주의는 결국 나라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분단 이후 한국이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대열에 들어서고 북한이 최빈국으로 떨어진 것도 개방 유무에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유형원으로 대표되는 실학자들의 한계를 설명하면서, 그들의 주장대로 토지를 농민들에게 균분하고 관료들의 토지 상한선을 둔다 해도 오늘날 사회주의가 실패한 것처럼 근본적으로 사회를 개혁할 수는 없다는 비판에 동의하는 바다.

 

정몽주나 조준 등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매우 후한 편이라 단순히 무너져 가는 왕조에 대한 충신으로만 알고 있었던 정몽주를 다시 보게 된다.

또 국문 번역된 일기를 읽으면서 호감이 생긴 윤치호의 현실 인식도 긍정적으로 보게 됐다.

능력보다는 도덕, 내용보다는 명분에 대한 집착은 유학자들의 전매특허인데 여전히 한국 사회는 근본적으로 변한 것 같지 않다는 말에도 동의하는 바다.

현상이 바뀌더라도 근저에 흐르는 기본 의식이 바뀌기란 참 어려운 일 같다.

한가지 첨언하자면 저자는 좋은 내용과 흥미로운 글솜씨에 비해 제목을 참 못 짓는다.

저자의 책 제목들은 일관적으로 임팩트가 없다.

좀 더 흥미로운 제목을 붙이면 책의 내용을 기대하는데 훨씬 도움이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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