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슨 강변에서 중국사를 이야기하다 - 레이 황의 중국사 평설
레이 황 지음, 권중달 옮김 / 푸른역사 / 2001년 9월
평점 :
품절


일단 너무 재밌다.
<현대 일본을 찾아서>라는 책도 일본 근현대사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을 보여 줘서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 때 생각이 날 만큼 깊이 있는 분석이 돋보인다.
얼핏 드는 느낌이, 임용한씨 사관과도 비슷한 것 같다.

인물과 사건 보다는 제도와 사회적 배경을 중점적으로 보는 점이 비슷하다.

유구한 중국사를 읽을 때마다 이 거대한 제국이 3천 여년의 시간 동안 단일한 정치체제를 유지해 왔다는 사실이 너무나 신비로웠는데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당시의 환경이 소규모 자작농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중앙 집권 체제를 원했고 거기에 부응해서 통일을 이루었으나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시기상조로 인한 수많은 부작용들이 산재했음을 지적한다.
제일 공감했던 점, 마오쩌둥이 이미 중국은 자본주의의 싹을 틔워왔기 때문에 서구의 침략이 없었어도 충분히 현대화 됐을 거라고 했으나 이 말은 아무런 근거도 없는 소리라는 비판이었다.
한국사에서도 흔하게 듣는 말이다.

국사 교과서에도 18세기부터 자본주의의 맹아가 싹터서 내재적 발전을 이뤄가고 있었다고 나온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읽은 여러 책들에 의하면 중국이나 조선은 철저하게 유교 중심 국가, 매우 보수적인 내향적 체제였기 때문에 서구 문물의 강압적인 침탈이 없었다면 기존의 체제를 쭉 고수하면서 발전해 나갔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오히려 자본주의의 맹아라고 하면 근대의 일본 사회가 이에 해당할 것 같고, 이 때문에 급작스런 메이지 유신이 성공하고 수십 년 만에 근대국가로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성리학자들, 특히 주희에 대하 비판에도 몹시 공감하는 바다.
이 주자학이 조선을 세웠고 특히 후기로 갈수록 전적으로 사회를 지배했으니 조선이 근대적인 의미의 국가로 재탄생하기는 어려웠을 듯 하다.
실제적인 현상은 도외시하고 진리라고 일컫는 추상적 관념에 몰두하는 성리학자들.
유교 사상이 한대 이후로 기술적 뒷받침이 어려웠던 고대 정치체제를 도덕적으로 떠받을어 준 매우 중요한 사상이었음은 분명하나, 종교개혁 이후 정교분리가 되고 자본주의가 팽창했던 서구처럼 중국에서도 기술적 문제점을 보완해 줄 새로운 사상 조류가 나타났어야 하지만, 저자는 성리학이 이러한 혁명적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도덕과 명분이라는 틀 속에 세상사를 재단하려는 쓸데없는 시도를 했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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