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선의 세자로 살아가기 ㅣ 돌베개 왕실문화총서 9
심재우 외 지음 / 돌베개 / 2013년 4월
평점 :
1) 왕실문화총서 신간으로 도서관에 신청한 책.
비슷비슷한 내용들이 겹치는 것 같아 망설이다가 신청했는데 그래도 역시 학자들이 쓴 책이라 깊이가 있고 재밌게 읽었다.
다만 서문에서 소현세자의 독살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말하는데, 이게 학계의 의견인지 저자의 의견인지 궁금하다.
강빈이나 사도세자처럼 확실하게 사사된 게 아니라면 단지 실록의 정황만 가지고 독살 여부를 논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2) 여러 복잡한 의례들은 결국 신분제라는 차별적 질서를 가시화 시키고 일반 대중에게 권위를 받아들이게 하려는 일련의 과정임을 새삼 느낌.
어찌 보면 다 허례허식인 것 같아도 이런 복잡한 의식들을 통해 특별한 존재임이 부각되고 마음으로부터 복종하게 되니 사회적 안정이라는 측면에서는 예치에 의한 통치가 어느 정도 효율성이 있었을 듯 하다.
조선왕조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국난을 거치면서도 무사히 500 년을 유지해온 것도 이런 예치정치가 통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차별적인 禮는 현대의 대중민주주의에 어울리지 않으니 결국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말이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을 것 같다.
현대 사회에 적합한 유교적 덕목이라면 개인 수양 정도가 아닐까 싶다.
3) 사도세자의 불행은 15세의 어린 나이에 시작한 대리청정에 있었다는 말에 일리가 있어 보인다.
영조는 조선 국왕 중 가장 오래산 강인한 체력을 가진 영민한 군주였으니 노회한 대신들을 상대하는 어린 세자가 마음에 차지 않았을 것이다.
마치 양녕대군이 아버지 태종에게 폐위된 것처럼 양에 안 차는 아들이었던 셈.
양녕대군은 20여 년을 세자로 있으면서 대신들에게 신망을 잃고 사부인 이개가 주상에게는 세자 당신 말고도 아들들이 더 있다는 말까지 들었을 정도니, 개인적으로 문제가 많았음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장자라는 가장 큰 명분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쿠데타로 왕위에 올라 컴플렉스가 많았을 태종이 과감하게 세자를 교체한 걸 보면, 또 그 결과가 조선 뿐 아니라 역대 한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꼽히는 세종이 탄생했으니, 태종의 국정 장악력은 매우 뛰어났다고 하겠다.
영조에게 다른 아들이 있었다면 사도세자가 죽음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까?
대리청정을 15년 가까이 한 상태이고 아버지 대신 아들이 즉위하는 것은 여러 모로 부자연스러우니 결국 영조로서는 차기 정국을 위해서라도 사도세자를 죽일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권력 앞에서는 부자간의 정도 소용없음을 새삼 확인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