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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dts] - 재출시 할인
장이모 감독, 금성무 외 출연 / 엔터원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내가 좋아하는 앤디의 최신작이라 기대를 많이 한 영화다
장예모라는 이름도 기대치에 한 몫 했다
아주 재밌는 영화는 아니지만, 영상이 정말 아름답다
"붉은 수수밭"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장예모는 영상미에 많이 치중하는 것 같다
장쯔이나 금성무가 입고 나온 화려한 옷들은 주변 풍경과 어울어져 환상적인 화면을 만들어 낸다
무술 감독을 맡은 정소동의 말처럼 현실감 있는 액션을 만들려고 애썼다는 노력이 보인다
과거 중국 영화에서 느껴지는 액션신의 비현실성이나 거부감이 훨씬 줄어 들어 보기 편했다
어디서 영화를 찍었는지 배경이 정말 멋지다
노란 낙엽이 깔린 숲 속이나 초록색의 높은 대나무 숲 등은 환상적이다
비도문으로 변신한 장쯔이가 대나무와 비슷한 진연두의 꽉 끼는 원피스를 입고 나올 때는 신비롭기까지 했다
금성무의 파란색 제복도 무척 화려했다
"스캔들"의 그 화려한 복식들을 다시 보는 느낌이다
줄거리가 상대적으로 약한 이 영화는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진수를 느낄 것이다
음악도 잘 어울어진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다소 실망스럽다
특히 심장에 칼이 꽂힌 장쯔이가 여러 차례 살아나는 장면에서는 관객들이 함께 웃음을 떠뜨렸을 정도로 사실감이 떨어진다
마지막 결투씬은 감독이 공을 들였을 것 같은데, 극적 효과가 떨어지고 코미디 영화를 보는 느낌마저 준다
세 사람의 사랑을 좀 더 극적으로 전재시킬 수도 있었을텐데, 너무 단조롭다
특히 앤디 팬인 나로서는 그의 적은 비중에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제일 인상적인 장면은 3년 동안 기다린 자신을 버리고 진(금성무)을 따라 가는 메이(장쯔이)에게 리우(앤디)가 칼을 던지는 부분이었다
진과는 겨우 3일 동안 함께 있었을 뿐인데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그를 따라 나선다
사랑이란 이렇게 순식간에 이뤄지는 것일까?
리우는 진에게도 칼을 던지려 한다
그러자 이미 리우의 칼을 맞은 메이가 그에게 칼을 던지면 내 심장에 꽂힌 칼을 당신에게 던지겠다고 위협한다
그 칼을 빼면 과다 출혈로 죽을 것을 염려한 진은 재빠르게 리우에게 달려가면서 외친다
"내가 그에게 가겠어요 당신이 칼을 던져도 소용없을 만큼 이미 내가 그에게 더 가까이 가 버렸어요"
가엾은 진...
차라리 자신이 연적의 칼에 맞아 죽더라도 사랑하는 여인이 죽는 것은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리우가 칼을 던졌다고 생각한 메이는 결국 심장에 꽂힌 칼을 꺼내 리우에게 던지고 죽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던 리우는, 연적 진에게 칼을 던지지 못한다
결국 메이는 혼자 착각한 셈이다
리우는 비참한 패배감 속에 두 연인을 눈 속에 남겨 두고 떠난다
기다림이란 얼마나 의미없는 것인가?
메이를 위해 3년 동안이나 관군에서 첩자 노릇을 한 리우는, 단 사흘 만에 새로 등장한 남자에게 연인의 마음을 뺏기고 만다
대체 그는 무엇을 위해 3년을 희생했다는 말인가?
그렇다고 메이에게 자신을 책임지라고 말할 수도 없다
사랑이란 감정이 의무감으로 대치될 수 있는 게 아닌 까닭이다
격렬하게 달려드는 리우의 육체를 결국은 거부할 수 밖에 없는 그녀를 보면서, 마음이 떠난 연인은 잡는 게 아니구나, 라는 당연한 생각을 새삼스레 하게 됐다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리우의 입술을 받아들이지 못한 메이가, 잠시 후 진과는 격렬한 정사를 벌이는 걸 보면서 사랑이란 감정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님을 느꼈다
진을 따라 나서는 메이에게 칼을 던진 리우의 심정은 어땠을까?
질투심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죽일 정도로 대단한 것인가?
연적인 진을 죽이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3년 동안이나 사랑한 여자에게 칼을 꽂을 만큼 배신감이 강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사랑도 결국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감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