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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대왕과 친인척 ㅣ 조선의 왕실 7
지두환 지음 / 역사문화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몇 년 전에도 열심히 읽었던 책인데 다시 관심이 생겨 이 시리즈를 읽어 볼까 한다.
사극 열풍이 불면서 유명한 장희빈이나 연산군 외에도 많은 인물들이 조명되고 있어 더더욱 이런 종류의 원사료 개방이 필요해 보인다.
실록은 정치적 사건이 많아 그냥 읽기는 지루한 면이 많은데 이 시리즈는 왕들의 친인척을 중심으로 관련 사건들을 언급하기 때문에 조선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쌓고 당시 정계가 혼맥으로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조망해 볼 수 있다.
읽으면서 깜짝 놀랜 것은, 왕실이 몇몇 가문과의 중혼이 매우 심했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예종의 장인인 한백륜은 딸이 다섯 있는데, 큰 딸은 안순왕후이고, 둘째 딸은 세종의 4남인 임영대군의 아들 귀성군에서 시집갔고, 넷째 딸의 딸, 즉 한백륜의 외손녀는 성종과 숙의 하씨 사이에서 낳은 계성군에게 시집갔으며, 막내딸은 연산군의 장인이 되는 신승선의 아들 신수영에게 시집가서, 연산군비가 시누이가 된다.
조선 초기 이거이의 경우에도 큰 아들 이애는 태조의 딸 경신공주의 남편이고, 4남 이백강은 태종의 딸 정순공주의 남편이다.
단종과 혼인한 정순왕후의 고모, 즉 여양부원군 송현수의 누이는 세종의 8남 영응대군의 부인이 되니 정순왕후에게는 작은어머니면서 동시에 고모가 되는 것이다.
왕실의 결혼은 촌수를 따지지 않는다는 말이 실감난다.
근친혼까지는 아니지만 몇몇 가문과의 중혼을 통해 내부 단결을 유지한 느낌이 든다.
저자의 사관이 반영된 것인지, 세조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으로 그려진다.
나 역시 세조의 모반이 공신이라는 특권 세력을 키워낸 것에 대해 부정적이라 공감하면서 읽었다.
이를테면 세종 때는 여진과의 사대교린을 잘 유지했는데 세조 때는 명나라의 이이제이 정책에 말려들어 여진 정벌에 나서는 바람에 여진과의 관계가 크게 악화되어 국력도 쇠약해졌다고 평가한다.
또 김종서를 죽이고 정변을 일으켰기 때문에 김종서가 개척한 북방에 대해 부정적이었고 이시애의 난 이후에는 더욱 차별이 고착화 됐다고 한다.
세조는 어린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사람이기 때문에 큰아들 의경세자가 스무살의 나이로 요절했을 때 그 아들인 월산대군을 세손으로 세우기 어려웠을 것이다.
월산대군의 나이가 겨우 네 살이었으니 자신이 빨리 죽을 경우 제대로 왕위를 이어받을지 매우 염려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원손 대신 당시 8세였던 둘째 아들 해양대군을 세자로 앉힌다.
그는 11세 때 한명회의 셋째 딸을 세자빈으로 맞는데 다섯 살이나 연상이었다.
책에 따르면 권력에 눈이 먼 한명회가 나이 많은 딸을 세자빈으로 밀어 넣었다고 욕을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딸은 다음 해 인성대군을 낳는다.
만약 이 왕자가 장성했다면 예종이 빨리 죽었을지라도 충분히 왕위를 물려 받을 수 있었을텐데 한명회의 딸, 즉 장순왕후도 산욕열로 출산 후 6일만에 사망하고, 인성대군 역시 3세 때 죽고 만다.
후에 성종에게 시집 보낸 막내 딸 공혜왕후도 스물이 못 돼 죽고 마니 한명회가 사위복은 없었던 모양이다.
장순왕후가 사망한 후 남긴 아들을 잘 키워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명회가 종친인 한백륜의 딸을 세자의 후궁으로 들여 보내는데, 그녀가 큰 아들 제안대군을 낳자 예종이 즉위한 후 안순왕후로 책봉된다.
만약 인성대군이 장성했다면 큰 아들이기 때문에 예종의 세자로 책봉됐을 것이고, 그랬다면 훗날 문정왕후가 인종을 박해했듯 안순왕후와 이 대군간의 갈등도 심화됐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인성대군도 빨리 죽고 예종도 재위 1년만에 사망해 제안대군은 겨우 4세의 어린아이로 왕위계승에서 제외되고 의경세자의 둘째 아들, 곧 한명회의 사위가 성종으로 즉위한다.
성종 역시 14세의 어린 나이로 즉위하는데 12세로 즉위한 단종에 비해 왕위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세조와 같은 강력한 왕족이 없었기 때문이고 할머니인 정희왕후와 원상들이 수렴청정을 통해 국정을 장악한 덕일 것이다.
왜 조선에서 어린 임금이 즉위할 경우 대비에게 수렴청정의 권한을 맡겼는지 이해가 된다.
남자 친족 보다는 오히려 모후나 조모가 훨씬 더 왕권 계승에 안정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필연적으로 외척 발호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지루한 사실 나열일 수도 있겠으나 조선 왕들의 가계 분석을 통해 그들의 일상 생활이 어땠는지 또 중첩된 혼맥이 정치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사극 작가라면 이런 책을 통해 많은 소재들을 발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