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화사 - 조몬 토기부터 요시모토 바나나까지
폴 발리 지음, 박규태 옮김 / 경당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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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신청 해놓고 자꾸 순서가 뒤로 밀려 못 읽다가 드디어 펼쳐들었다.
제목이 너무 진부하지만 내용은 아주 알차다.
<현대 일본을 찾아서> 보다는 감동이 약하지만,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역자도 일본사 전공한 분이라 그런지 문장도 매끄럽고 무엇보다 역주가 훌륭하다.
한반도의 도래인이 일본 고대사에 끼친 영향을 과소평가한 문제점 지적은 전공자가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백제가 일본 천황가였다는 식의 자극적인 책들에 질려서 도래인에 대한 한국내 평가가 과장됐다고 생각했는데 책의 저자처럼 한반도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한 채 전적으로 중국 문명을 직수입 했다고 보는 것도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임나일본부의 경우 역자에 따르면 이미 폐기된 개념이라고 나오는데 책에서는 실제했던 것으로 간주해서 학자들 사이의 주류 의견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임나일본부가 비록 한반도에 식민지 건설한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고대사에서 일정 부분 관여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민족주의 관점을 벗어나 공통의 역사, 보편적인 역사 관점이 필요한 대목 같다.

 

일본인의 미의식은 고려 청자 같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도자기 보다는 막사발 같은 불완전해 보이는 질그릇을 좋아하는 성향에서도 잘 드러난다.
예전에는 조선 도공들이 대충 만든 것 같은 이도 다완을 일본인들이 최고의 국보로 생각한다는 글을 읽고 설마 진짜일까, 한국인 저자가 과장해서 말하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책을 읽고 보니 일본인들의 미의식이 정형화된 꽉 막힌 완성품 보다 어딘지 부족해 보이고 자연스러운, 비대칭적인 것을 사랑한다고 한다.
나는 그들의 정원을 보면서 한국의 자연미와는 다르게 섬세하게 사람의 손으로 조성된 잘 짜여진 인공미라고 생각했는데 미국인 저자는 서구에 비해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원 (딱히 정원 문화가 있나 싶긴 하지만), 이를테면 소쇄원이나 창덕궁의 후원 등을 보면 얼마나 자연친화적이고 자연합일미학이라고 할까 싶다.
국력이 곧 문화의 품격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특정 문화를 애정어린 눈으로 보고 비평하고 토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그 가치가 올라가는 것 같다.
미국인 학자가 일본 문화에 대해 극찬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인이 한국 문화에 경탄할 때와 비슷하면서도 어쩐지 객관적인 느낌을 주는 것 같아 부럽기도 하고 우리 문화도 학문적으로 세계인들에 의해 평가받을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런데 일본이 중국 문화를 수입하면서도 자신들만의 독특한 국체, 혹은 일본 특유의 감수성을 지니고 있는데 비해 한국 미학에도 그런 고유함이 있을까 싶다.
중국 문화에 너무 경도되어 청출어람이라고 좋게 표현하기는 하지만, 일본처럼 국수적이다고까지 표현할 만한 대단히 한국적인 그 무엇이 있을까?
특히 조선 후기의 소중화 의식을 생각해 보면 전통적인 것, 우리 것보다는 중국 문화를 내면화 시켰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중국과는 다르면서도 넓은 범주로 보면 마치 서구의 그리스도교처럼 유교, 한자 문화권의 테두리 안에 있던 조선과는 다르게 일본은 지리적 특성 때문이겠지만 한 발짝 비켜서 있는 것 같고 그 점이 오늘날 일본만의 독특한 문화로 평가받는 것 같다.

 

단지 문화사에 그치지 않고 일본 역사와 어울어져 쉽고 재밌게 그러면서도 깊이있게 서술되어 일본 문화, 역사 전반에 걸친 기본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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