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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사록, 조선 선비의 중국 강남 표류기 - 조선 지식인 최두찬이 겪은 예기치 않은 운명의 기록 ㅣ 18세기 지식 총서
최두찬 지음, 박동욱 옮김, 조남권 감수 / 휴머니스트 / 2011년 5월
평점 :
책이 처음 나왔을 때 도서관에 신간 신청해 놓고 바빠서 못 빌렸는데 드디어 읽게 됐다.
생각보다는 흥미롭지 않았지만 19세기 조선 선비가 중국 강남에 가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또 청나라 사람들은 조선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살펴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기본적으로 한자나 한시에 대해 너무 무지해 책의 내용을 제대로 섭렵할 수 없었다.
해석과 관련 고사들이 주석으로 잘 정리되어 있으나 워낙 무지하기 때문에 한시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어려웠다.
한글 전용이 좋은 일이긴 하나 고전 문화와의 단절을 불러온 것 같아 아쉬운 점도 있다.
제주도에서 표류되어 16일간 바다 위를 떠돌다가 중국 강남 지방인 영파현에 도달해 육로를 통해 6개월 만에 귀국한 이야기다.
중국 땅에 닿아도 상국도 우리나라니 살았다는 일행의 말을 보면 당시 조선과 중국의 밀접한 외교 관계를 느낄 수 있었고 중국 지식인들이 주인공 최두찬을 방문해 필답했던 걸 보면 조선 선비들의 유교 지식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해외 여행이란 것은 꿈도 못 꿀 때, 유교 경전에 나오는 장소들, 이를테면 백이 숙제의 묘라든가, 서시가 목욕했다는 냇물 같은 명승고적지를 직접 본 감회는 참으로 대단했을 것 같다.
박지원이나 홍대용 등이 사신 행렬로 따라가 기행문을 남겼던 까닭을 알겠다.
그런데 청나라 사람들은 이른바 배웠다는 이들도 소중화 자부심이 가득한 조선에 대해 매우 무지했다는 점이 특기할 만 하다.
그들은 조선이 어떤 나라이고 임금이 누구이고 역사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중국인들이 보기에 조선은 그저 조공을 바치는 여러 변방 속국 중 하나였을 것이다.
반면 조선 지식인들은 청나라 사람들이 오랑캐라 칭하는 것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고 오히려 명나라에 굴복한 한족에 실망감을 보인다.
화이사상이나 유교적 명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당시의 어쩔 수 없는 한계였을 것이다.
원본을 한글로 번역한 책 보다는, 승사록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와 당시 사회상에 대해 설명하는 해설서가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