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깊이 읽기 왕실문화 기획총서 3
김동욱.유홍준 외 지음, 국립고궁박물관 엮음 / 글항아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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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신간 소개로 봤을 때는 책 표지나 주제가 너무 좋아 기대를 많이 했는데 막상 읽어 보니 평이한 느낌이다.
사진은 훌륭하고 편집도 좋다.
500 페이지에 달하는 내용도 성실한 편.
그러나 여러 사람이 기고를 해서인지 약간은 산만하고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교육한 자료의 한계인지 학술적으로 깊이 들어간 느낌은 없다.
창덕궁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갖는 사람이 읽는다면 좋은 입문서가 될 것이고, 반대로 나처럼 이미 관련 서적을 많이 읽은 사람에게는 식상해 보일 것 같다.

문화적 컨텐츠가 캐내면 한도 끝도 없이 나올 것 같아도 원자료가 한정되어 있으니 뭔가 획기적인 발굴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이를테면 공주의 무령왕릉 발굴처럼) 썰로 풀어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실감한다.
그래서인지 궁궐에 대한 몇 권의 책을 읽다 보니 요즘에는 다소 지루한 느낌도 든다.
그러나 대중이 관심을 가지면 학계에서 이에 부흥해 깊이있는 연구서 많이 발간할테니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반갑기 그지없다.

 

마지막에 실린 영친왕과 덕혜옹주 사진들은 이번 덕수궁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대한제국 황실 초상화전에서 본 것들이 반가웠다.
영친왕을 비롯 왕실 가족들이 일본인과 결혼해야 했던 불행한 역사가 안타깝다.
순종이 창덕궁의 화재 이후 재건하는 과정에서 벽화를 장식할 때 일본 화가를 거부하고 조선 화가들에게 작업을 의뢰한 것은, 창덕궁 희정당과 대조전, 경훈각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볼 때마다 얼마나 다행스런 일이었나 싶다.

순종도 망해버린 나라의 왕으로써 일본풍으로 자신이 사는 집이 꾸며지는 게 무척이나 싫었을 것이다.
김규진이나 이상범, 김은호 등의 작품은 실제 봐도 그렇고 도판으로 봐도 청록산수화의 걸작임이 한 눈에 느껴진다.
세도정치에 휘둘리다 요절한 왕으로 각인된 헌종을 문화적인 측면에서 재조명한 글도 신선했다.
김정희 연구자인 유홍준씨는 당시 중국풍 유행의 선두에 완당이 있었고 헌종도 이를 수용해 높은 심미안으로 시서화를 애호했다고 평가한다.
송 휘종처럼 직접 작품을 남긴 것은 아니지만 당시 컬렉션 목록인 승화루서목을 보면 5천여 점에 이르는 진품들이 왕실에 가득했다고 한다.
조선이 멸망하지 않고 근대화에 성공했다면 서양처럼 이런 왕실 작품들이 모여 박물관을 이루었을까?
그 많던 진품들이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 또 그렇게 따지면 왕의 어진들은 극소수만 전하는 것인지 안타까운 일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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