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빈곤 - 다차원적 접근과 재생산 메커니즘
김교성.노혜진 지음 / 나눔의집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한국 빈곤층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서.
교양서 보다는 다소 딱딱하고 본격적인 학술서 보다는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중간 중간 나오는 통계 기법이나 도표 등은 지나치고 읽으니 5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많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도 화두가 된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에 대해 생각해 본 계기가 됐다.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당연히 사회적 약자 위주의 선별적 복지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는데 기본 소득이라는 개념을 듣고 보니 시민권의 하나로써 우리가 투표권을 행사하듯 권리로써 국가로부터 기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급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면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여성은 투표권이 없었고 남성들 역시 일정 세금을 낼 수 있는 중산층 이상에게만 허용되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제 거의 모든 나라에서 1인 1표는 당연한 권리로 인식되고 있으니 앞으로 복지 제도가 더 발달한다면 재산이 많든 적든 국가로부터 생활 유지에 필요한 기본 소득을 받는 것도 당연한 권리가 될지로 모르겠다.
문제는 재원 조달인데 알래스카 주처럼 거대한 유전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세금으로 만들 수밖에 없으니 결국 세금을 더 많이 걷어야 하고 조세 저항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수급권자들에게 덧씌워지는 낙인 효과와, 수급권자 선정 과정의 복잡한 행정 절차에 따른 경제적 부담 등을 고려한다면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기본 소득도 고려해 볼만 하지 않을까?

 

빈곤이라는 것이 단지 소득만 결핍된 것이 아니라 여가 시간 부족, 사회적 참여 부족, 미래 설계 능력의 부족, 주변 관계의 단절, 주거 환경 열악, 건강을 돌볼 능력의 부족 등과도 연결된다는 사실도 새삼 확인했다.
특히 나는 이 시간 빈곤이 가장 와닿는다.
빈곤층의 경우 괜찮은 일자리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저임금을 상쇄하기 위해 추가 근무를 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개인의 여가와 발전을 위해 쓸 시간이 부족하다.
여성 노동자의 경우는 미취학 아동이 있으면 돌봄 노동과 가사까지 책임져야 하므로 더욱 빈곤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공보육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겠다.
가장 취약 계층은 노령, 여성, 저학력이라고 한다.
교육열 높은 사회에서 자라다 보니 모든 학생들이 적어도 고등학교는 마치는 줄 알았는데 빈곤층의 대부분이 중졸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랬다.
빈곤 탈피의 가장 큰 전제조건이 바로 교육이기 때문에 빈곤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국가에서 공교육의 질 향상에 많이 투자해야 할텐데, 사교육이 공교육을 압도하고 있는 현 상황은 복지 면에서 보자면 참 암담하다.
그러니 강남에 사는 아이들만 일류대에 들어간다는 말이 나오지 않겠는가.

수급권자를 선정할 때 부양의무자 여부를 따지는 것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이 부양의무자 여부가 조건에 들어가지 않았고 표에 나온 예시로는 일본과 한국만 해당됐다.
부양의무자란 빈곤층 부양을 국가가 아닌 친계 가족에게 맡김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정서로 보면 부모 부양은 당연히 자식들 몫이고 친척이 가난한데 주변에서 안 도와주면 욕을 먹는 법이라,  법에서도 빈곤층 부양은 기본적으로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서, 실제 가족들과 교류가 끊긴 경우에도 자식들이 있으면 수급권자로 선정되기 힘들다고 한다.
재산 여부에 상관없이 보편적인 복지가 대두되는 시점에서, 사적 관계에 부양을 떠넘긴다는 건 국가의 책임 회피로 보인다.
부모나 친족을 돌보는 것은 도덕적인 측면에서 권장함이 바람직한 일이지, 법적인 의무로 고지할 일이 아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복지가 화두로 떠오른 만큼 새 대통령이 뽑혔으니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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