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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Gift Set 한정판 [dts-ES]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 감독 / 대원DVD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이웃집 토토로" 보다 더 만화적이고, 그래서 더 재밌었다 이 만화도 제목만 듣고는 내용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일본말을 전혀 못하기 때문에 주인공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조차 몰랐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센과 치히로가 동일 인물이고 제목과 내용은 별 상관이 없다 치히로는 귀여운 여자아이다 예쁘장한 공주님이 아니라 캔디나 빨간머리 앤 같은 씩씩하고 명랑한 여자애다
"이웃집 토토로" 보다 늦게 나와서 그런지 그림은 더 예쁘다 줄거리도 더 재밌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일본의 전통적인 소재들이 많이 등장해서 흥미로웠다 일본 여행을 가서 느낀 거지만, 일본은 우리보다 전통 문화 계승이 훨씬 잘 이루어진 것 같다 특히 온천이나 다다미 방, 전통 여관 등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도쿄를 갔을 때는 서울과 조금도 다를 게 없는 모습에 실망스럽고 지루했지만, 나라나 벳부 등 온천 지역이나 전통여관을 들를 때는 일본의 문화를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일본은 온천이 생활화 된 나라라는 걸 새삼 느꼈다 배를 탔는데도 온천 시설이 갖춰진 걸 보고 깜짝 놀랠 정도였다
이 만화에도 온천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인간 세상과 다른 세계에 치히로가 잡혀 가는데, 이 곳의 주인인 마녀 유바바는 온천을 운영한다 모든 종류의 신들이 목욕을 하기 위해서 유바바의 온천을 방문하고 치히로는 이 곳에서 청소를 한다 온천을 운영하는 마녀라니, 발상이 너무 귀엽다
첫 장면에서 치히로의 부모는 식당에 차려진 음식을 주인 허락도 없이 먹다가 돼지로 변하고 마는데, 좀 섬뜩했다 서양에서는 탐식이 7대 악행 중에 하나로 치부된다고 하니, 음식을 탐하는 것도 큰 잘못인가 보다 돼지로 변한 엄마, 아빠를 살리기 위해 유바바의 온천에서 일하는 치히로는 엄마, 아빠가 더 이상 살이 찌지 않기를 기도한다 (갑자기 다이어트를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느껴진다)
줄거리 자체는 별다른 게 없다 치히로를 도와주는 하쿠라는 미소년이 나타나고, 유바바의 쌍둥이 언니인 제나바의 도움으로 무사히 탈출한다는 내용이다 오히려 가운데 등장하는 온천 장면이 내 관심을 끌었다 어쩜 그렇게 생생하게 묘사를 하는지... 일본 전통 문화를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사금을 만들어 내는 귀신이 등장하는데 배금주의에 대한 풍자 같단 생각이 든다 이 귀신이 온천을 하러 왔는데 사금을 만들어 뿌리자, 다들 정신을 못 차리고 귀신을 기쁘게 하려고 애를 쓴다 나에게도 사금을 주라고 달려 들자 세 사람을 먹어 버린다 알고 봤더니 이 귀신은 사금을 만들어 사람을 유혹한 뒤 잡아 먹는 놈이었다 돈에 눈이 멀면 결국 돈에 의해 삶을 망치고 만다는 우화적인 교훈처럼 느껴졌다 우리의 주인공 치히로는 나는 사금이 필요하지 않다고 거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