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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장애인은 어떻게 살았을까 - 사료와 함께 읽는 장애인사
정창권 지음 / 글항아리 / 2011년 11월
평점 :
예상했던 내용이 아니라 살짝 당황했다.
500 페이지가 넘는 두께에 놀랬는데 80% 이상이 사료 인용이라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전근대 시대의 장애인 실태나 복지 정책 등이 어떻게 시행됐는지를 분석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단순한 사료 나열에 그쳐 약간 실망스럽기도 하다.
이런 사료들을 모아 본격적인 연구서가 나오는 거겠지만.
제일 흔한 장애는 사료에 자주 나와서 그런지 몰라도 시각장애였던 것 같다.
심지어 세종과 숙종마저 노년에 거의 시력을 상실했을 정도니 상당히 흔했다고 볼 수 있는데, 재밌는 것은 이를 장애라 생각하지 않고 안질, 즉 눈의 병이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일상 생활에 지장을 주는 신체의 기능적 문제이니 장애로 봐야 할 것 같은데 당시의 인식이 흥미롭다.
세종은 당뇨 때문에 35세부터 눈이 침침하기 시작해 말년에는 거의 보이지 않아 문종이 대리청정을 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숙종의 실명은 처음 알았다.
단순한 노안이 아닌가 싶었는데 자세히 읽어 보니 한쪽 눈은 전혀 보이지 않고 다른 쪽 눈도 잔글씨는 못 볼 정도로 시력이 떨어져 숙종 역시 말년에는 세자가 대리청정을 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조선 시대 왕들은 대체적으로 40대 전후로 사망해서 시력상실과 같은 노년기 병은 드물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에 비하면 80대까지도 작은 글씨를 막힘없이 보던 영조의 건강은 참으로 대단하다.
제일 흥미로웠던 내용은, 고려와 조선 시대에도 장애인을 위해 부양자, 즉 옆에서 도와 주는 이를 관청에서 지원했다는 것이다.
가족이 부양할 경우는 그 역을 면제해 줬다고 한다.
심청이처럼 아버지가 맹인인데 딸이 하나 밖에 없을 경우도 부역에서 제외됐다.
맹인들은 주로 점복이나 악기, 혹은 독경 등으로 살아갔는데 조선 후기로 올수록 점복에 대한 인식이 나빠져 조선 초기에 국가 주도로 맹인들의 독경이 시행된 반면, 후기에는 성리학이 강화되어 궐내에서 사라져 맹인들에 대한 대우도 악화됐다고 한다.
궁궐의 내연이 있을 때는 남녀유별 때문에 남자 악공 대신 맹인악공들이 연주를 했다.
저자는 조선 시대만 해도 장애인들이 큰 편견 없이 일반 사람들과 어울려 살았다고 하는데 내가 생각해도 지금보다 오히려 편견이 적지 않았을까 싶다.
복지제도는 미흡하겠지만 다같이 못살고 힘들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격리시킨다기 보다는 약간 불편한 정도로 생각하고 어울려 살았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단순히 삶을 편하게 해 준다는 것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편견없이 봐 주는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