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마뇽 - 빙하기에서 살아남은 현생인류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김수민 옮김 / 더숲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너무 재밌다.
잘 쓰여진 교양서.
혹한기를 살아남은 우리들의 선조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위대한 사람들이었는지 깨달았다.
어쩜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쓸까?
예전에 매머드에 관한 다큐 형식의 책을 기대에 부풀어 읽은 적이 있는데, 신문기자가 쓴 책이라 그런지 매머드 발굴에 초점을 맞추고 전문적인 지식이나 상상력이 너무 부족해 실망했었다.
반면 이 책은, 전문 고고학자의 책이면서도 일반인에게 눈높이를 맞춰 전문 지식과 재미를 동시에 준다.
표지 디자인도 너무나 매력적이다.

어렸을 때 읽었던 인류의 조상에 관한 책에서는 (초등학교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네안데르탈인에서 크로마뇽인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던 것 같다.
혹은 내 이해가 부족했던 것일 수도 있고.

하여튼 나는 네안데르탈인 보다 진화한 종족이 크로마뇽인이라고 생각해서, 두 인류의 접촉이나 교배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읽으면서 인간이라는 종족이 단 하나의 계보를 가진 것이 아니라, 호모 족의 수많은 가지 중에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만이 살아 남아 오늘날의 현생 인류가 됐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니까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해 버린 다른 종류의 호모족이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인도 코끼리와 아프리카 코끼리가 같은 코끼리 내에서 다른 종족인 것처럼 말이다.
네안데르탈인은 언어 능력이 발달하지 못해 저자는 이들을 조용한 사냥꾼으로 묘사한다.
반면 크로마뇽인은 고도로 발달된 언어 능력 덕분에 지식을 전파할 수 있었고 무리지어 사회를 이루웠기 때문에 기술 혁신이 가능했고 혹한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네안데르탈인이 단지 찌르는 나무 곤봉만 사용했던 반면, 크로마뇽인은 던지는 창을 이용했고 또 네안데르탈인이 동물 가죽을 덮어쓴 반면, 크로마뇽인은 바늘을 발명해 가죽을 여러 겹으로 기워 몸에 딱 맞는 옷을 만들어 추위를 이겨낼 수 있었다.
저자는 바늘의 발명을 불의 발견에까지 비유하니, 빙하기에 옷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 만 하다.

 

크로마뇽인들이 그린 동굴 벽화를 보면 그들은 현생 인류와 똑같은 인지 기능과 사고, 예술성, 감성을 가진 틀림없는 인간임이 분명하다.
공예품을 만들어 몸에 지니는 상징으로 이용했다는 사실은, 정신적 상상력을 지닌 고차원적인 존재임을 보여 준다.
7만년 무렵 초원이 확대되면서 아프리카에서 서아시아로 이주한 인류는, 간빙기 때 유럽까지 진출했으나 빙하기가 닥쳤고 네안데르탈인은 이 끔찍한 추위에 적응하지 못하고 3만 년 무렵 멸종했다.
반면 우리의 조상인 크로마뇽인은 기술혁신과 사회적 교류를 통해 살아 남았고 다시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오늘날의 문명을 이루었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의 이주는 바로 기후변화임을 깨달았다.
기후가 변하면 먹이가 되는 식물이나 초식동물의 생태계가 변하고 그 먹잇감을 따라 포식동물들은 이주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다시 기후가 바뀌면 거기에 적응하는 종은 진화를 통해 살아남고 유전자 풀이 다양하지 못한 종은 멸종한다.
정말 놀라운 자연의 법칙이다.
책을 읽으면서 고고학자들이 과연 여전히 성경을 믿을까 의문이 든다.
이렇게까지 명백한 증거들이 있는데 여전히 사람들은 아담과 이브라는 완전한 두 인간으로부터 오늘날의 인류가 시작됐다고 믿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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