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심 - '나'는 시기하지 않는다, 세상을 보는 글들 11
롤프 하우블 지음, 이미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시기심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


시기심, 사실 요즘 나를 괴롭히던 심리 상태 중 하나다


책을 읽으면서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감정이란 사실에 그나마 위안을 느낀다


인간의 본능이라면 시기심을 없앤다는 건 불가능 할 것이고, 그 보다는 시기심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관심을 갖는 게 나을 것 같다


 


시기심에 관한 독특한 이론 중 하나는 간격 시기심이라는 것이다


보통 시기심은 내가 갈망하는 재산을 (좋은 성격이나 자질 등을 포함해서) 상대가 소유하고 있을 때 상대에게 느끼는 적의감으로 정의되는데, 문제는 내가 그 재산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에게 시기심을 느낀다는 것이다


즉, 상대가 조만간 내가 가진 재산을 소유하게 될 것 같자, 둘 사이의 간격이 좁아진다는 불안감 때문에 치고 올라오는 상대에게 시기심을 느끼게 된다


상대가 내 재산을 빼앗지 않더라도, 나와 동등해지면 둘 사이의 계급이 동등해질까 두려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평등이란 존재하지 않는 개념인지도 모른다


기회의 균등이 그나마 평등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개념으로 인지될 것 같다


사람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더 크게 느낀다


재밌는 예로 스타들의 사생활을 까발리는 타블로이드판 신문들이 있다


사실 스타는 접근할 수 없는, 우리와는 다른 세상의 사람으로 여기기 때문에 누구도 스타의 화려한 삶을 시기하지 않는다


사실 대중의 시기심을 받는다면, 즉 사랑을 얻지 못한다면 스타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스타가 누리는 화려한 삶을 불평등이라 여기지 않고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것은 그만큼 대중들의 삶이 스타와 괴리되어 있어 처음부터 경쟁심 자체를 갖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스타의 이면을 엿보길 좋아한다


파파라치들이 이 일을 담당하는데, 사생활이 불행하면 할수록 대중은 더욱 열광한다


이것은 숨겨진 시기심의 발로일 수 있다


 


모짜르트에 대한 살리에르의 시기심도 유명한 역사적 선례이다


알려진대로 살리에르는 모짜르트를 독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심지어 본인 입으로 퍼뜨리고 다녔다고 한다


둘 사이의 관계를 희곡으로 쓴 극작가는 도대체 왜 살리에르가 천재를 죽였다는 비난을 스스로 받고자 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게 영화화 된 게 아마데우스다)


살리에르는 궁정 음악가로 성공한 뒤 신과 약속을 한다


오직 신을 위해서 작곡을 하고, 절제된 삶을 살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는 부인과의 성관계마저 자제할 정도로 금욕적인 삶을 산다


그런데 모짜르트라는 경박한 인간이 등장한 후 살리에르의 가치관을 깨지기 시작한다


살리에르는 모짜르트의 위대함을 간파했으나, 그의 천박하고 무절제하며 잘난 척 하는 태도에 질린다


도무지 겸손이라고는 모르는 인간에게 왜 엄청난 재능을 주셨는지, 살리에르는 신을 원망한다


신의 뜻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자신에게는 주지 않은 재능을, 제 멋대로 사는 모짜르트 같은 놈에게 내려 준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다


모짜르트가 건방짐 때문에 궁정에서 ?겨나고 생계 유지가 안 될만큼 곤궁해질 때도 살리에르는 괴로워 한다


신은 모짜르트를 사랑한 것도 아니다


단지 재능만 주었을 뿐, 그에 걸맞는 세속적 행복은 모른 척 한다


도대체 신이란 존재의 정의란 무엇이란 말인가?


결국 살리에르는 신과의 관계를 파기한 후 자살을 시도하나 실패하고 만다


그는 최후의 수단으로 모짜르트를 자신이 독살했다고 떠들고 다닌다


그렇게 되면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모짜르트 옆에 자기 이름도 영원히 남지 않겠는가?


그러나 미치광이가 된 살리에르의 말은 신빙성이 없어 혼자 메아리칠 뿐이다


 


신의 정의란 과연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한 가장 고전적인 범례는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카인은 열심히 농사를 지어 신에게 바치나 신은 아무 근거도 없이 자신의 제물은 거부하고, 동생 아벨의 제물만 받는다


자신은 미움을 당할 이유가 전혀 없을 뿐더러 신을 경배하며 열심히 살았는데도 아무 이유도 없이 자신을 내치려고 한다


역시 아무 이유도 없이 신의 사랑을 받는 아벨을 시기한 카인은 그만 동생을 살해하고 만다


시기심에 사로잡힌 카인은 결국 신으로부터 영원히 내쳐진다


왜 신은 아벨의 제물만을 받았을까?


신의 정의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높은 차원의 개념일까?


 


시기심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좋은 예가 나온다


독일인과 미국인이 길을 걷다가 BMW를 만난다


미국인은 "열심히 일해서 나도 저 차를 사야겠다"고 말한 반면, 독일인은 "저 놈도 지금은 저 차를 타고 다니지만, 언젠가 걸어 다닐 날도 올 것이다"라고 비야냥 거린다


저자는 독일 사람인데, 개인차는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독일인은 시기심이 많은 민족이라고 한다


유태인에 대한 광적인 시기심이 2차 대전 당시 히틀러에 의해 발산된 예도 있다


미국인은 열심히 일하면 자기도 상대가 소유한 재산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단지 부러워 할 뿐, 차 주인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을 갖지 않는다


반면 독일인은 자신이 열심히 일해도 절대 상대가 소유한 재산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유주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낸다


즉 우리가 획득할 수 있다고 자신의 능력을 믿으면 시기심은 곧 사그러들게 된다


(그러나 살리에르처럼 타고난 재능이나 아름다움 등을 시기하게 되면 노력해도 그것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의 재능을 파괴시키고 만다)


 


시기심은 또 자신이 어떤 것을 가치있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적인 능력을 중시하는 사람은 비싼 자동차를 가진 이웃을 절대 시기하지 않는다


대신 지적인 교양이 풍부한 이웃에 대해서는 적개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