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
안철수 지음 / 김영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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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부터 안철수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 싶었는데 그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조금이나마 궁금증을 풀게 됐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의 개인적인 신상에 관해서는 잘 모른다


예전 에세이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몽땅 풀어내 더 이상 할 말이 없는지, 아니면 원래 개인적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은지 과거 이야기는 전혀 없다


그가 딸이 하나 있고, 아내가 의사이며 본인은 서울대학교에서 생리학을 전공했다는 것도 신문에서 안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책 내용은 제목에 걸맞게 CEO로서의 사명감과 가치관에 충실하다


 


사실 난 컴퓨터에 대해 전혀 관심도 없고 지식도 없기 때문에 바이러스 백신으로 성공한 그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는 잘 모른다


다만 전공과 전혀 다른 길을 간, 그것도 90% 이상은 평생 자격증을 써 먹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가 어떤 계기로 전혀 엉뚱한 일을 하게 됐는지, 또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대단히 성실하고 비교적 겸손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좋게 말하면 원칙주의자이고, 좀 격하시키면 융통성이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사업을 하는데 있어 가장 안전한 길로 가려는 보수성과 끊임없는 자기 혁신이 험한 벤처 기업에서 살아 남은 비결인 듯 싶다


 


흥미로웠던 점은 펜실베니아에서 MBA 과정을 밟으면서 이메일과 팩스로 회사를 경영하는 과정이었다


서울대 출신답게 학교에서 배운 것을 경영에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거야 말로 가장 바람직한 학습법이 아닌가


대신 그는 공부와 경영을 함께 해야 했기 때문에 2년 동안 펜실베니아 대학의 아름다운 캠퍼스는 전혀 기억에 없고 그 때를 생각하면 강의실 밖에 안 떠오른다고 할 정도로 시간을 쪼개 썼다


하긴 생리학으로 박사 과정을 밟을 때도 컴퓨터 공부를 하느라 새벽 3시부터 남들이 하루를 시작하는 6시까지 집중해서 공부에 매진했다고 하니, 그 집념과 열정을 알 만 하다


그러나 사람의 몸이 무쇠가 아닌 이상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 너무 당연하다


결국 졸업 후 한국에 귀국해 급성 간염으로 병원 신세를 지고 퇴원 후에도 집에서 회의를 열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고 한다


그 때 병원에서 활기차게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워 건강해진 후에도 시간을 선용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그 심정 나도 안다


high fever로  병원에 갔는데 culture 결과가 안 나와 처음에는 FUO로 그냥 수액만 맞으면서 3일 동안 응급실에 있었다


fever는 40도를 넘는데 해열제도 안 주고, 아직 병명도 안 나오고 너무 힘들었는데 아침에 레지던트들이 스테이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일을 하는 거다


그 모습이 어찌나 부럽고 활기차 보이던지, 안 그래도 커피 좋아하던 나는 하루라도 빨리 일어나 모닝 커피 마시면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레지던트들 다 당직 서면서 억지로 잠 쫓느라 커피 마시는 거였을텐데, 하여간 그랬다


culture 결과는 장티푸스로 나와 열흘 간 입원했다)


 


안철수의 글 중에 제일 인상 깊었던 부분은 기업의 핵심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대목이다


아마 그래서 책 제목도 "영혼이 있는 승부"라고 지었을 것이다


핵심 가치 혹은 자기 사명서 같은 단어는 수많은 자기 계발 책들에서 지겹도록 언급되는 단어다


너무 흔하기 때문에 식상한 나머지 중요성을 간과하기도 하고, 실제로 개인도 아닌 회사에서 핵심 가치를 명문화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는 역시 학구파답게 책에서 권하는 대로 핵심 가치를 정하기 위해 실제로 회사 직원들과 머리를 싸맨다


스스로 내제화 시키고, 모두가 마음으로부터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저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토의를 거쳐 핵심 가치를 세운 후 승진 시험에 얼마나 그것을 내면화 시켰는지 점수로써 반영한다고 한다


그 핵심 가치라는 것이 너무 뻔한 당연한, 좋은 내용이었기 때문에 기억은 안 나는데 하여간 그런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벤처 기업이라는 특성상 직원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쉽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그는 비젼 있는 CEO임이 분명하다


 


또 마음에 들었던 점은 그가 교과서대로 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것이다


깊은 속사정이야 정확히 알 수 없겠지만, 어쨌든 표면적으로라도 이런 신념을 확고하게 밝히는 그가 좋다


교과서와 현실은 다르다는 얘기를 얼마나 많이 들어 왔는가?


사실 그는 굳이 편법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이기도 하다


본인이 능력있고 남들도 인정해 주기 때문에 정도로 가도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법이 성행하는 시대에 그의 신념은 빛이 난다


바둑을 배울 때도 실전보다는 우선 이론책을 파고 들었다고 한다


이론책을 한 50권 떼고 실전에 덤볐더니 처음에는 헤맸지만 결국 기본이 탄탄했기 때문에 곧 실력이 붙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정석대로 가면 시간이 좀 오래 걸리지만 결국 더 안전하고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게 그의 신념인듯 하다


 


성공이 클수록 겸손해지기는 참 어렵다


사실 남보다 뛰어난 점이 많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우뚝 솟을 수 있기도 할 것이다


그런 것을 감안한다 할지라도 성공한 사람의 자서전은 자화자찬 때문에 읽기가 참 힘들다


지난 번 힐러리의 자서전을 읽을 때도 정확한 정치 분석과 솔직한 내용에 그런 거부감이 없었는데, (물론 탄핵 사건에 대한 억울함은 너무나 장황해 지루하긴 했지만) 안철수의 자서전 역시 편하게 읽수 있어서 참 좋다


왠지 그가 계속 성공할 거라는 예감이 든다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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