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 Flow -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최인수 옮김 / 한울림 / 200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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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가히 최고라 할 만 하다
책이라고는 자기 계발서 밖에 안 읽는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앤서니 라빈스 책도 퍽 인상적이었는데, 이 책은 한 수 위다
가히 자기계발서 중에서 최고라 할 만 하다
아니, 이건 자기 계발서도 아니다
심리학 책이다
칙센트마하이의 책은 "몰입의 기술" 을 처음 접했는데 솔직히 그 때는 별 감동이 없었다
연구 결과가 너무 많아 평범한 독자의 흥미를 떨어뜨린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이번 책은 나 같이 결론만 필요한 독자들을 위해 복잡한 데이터는 다 빼고 간단히 결론만 언급하고 있어서 정말 읽기 편하다
그 사이 책을 많이 써서 쓰는 기술이 늘었나?
아니면 번역을 잘 해서인가?
이런 교수에게 사사받으면 존경심이 장난 아닐 것 같다
모든 사람에게 꼭 읽히고 싶은 너무 멋진 책이다
과장해서 말한다면 인생의 행복을 알려 주는 비서라고 할까?

자기 통제감에 관한 욕구는 무척 컸지만 제대로 되지도 않았고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저 완벽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감히 나 자신에게 적용할 생각은 못하고 이상적인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 상상함으로써 대리 만족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나 자신의 완벽함을 상상했다면 이미지 트레이닝이라도 될텐데, 아쉽다
늘 내가 아닌 보다 완벽한 나의 대리인이 세상과 멋지게 싸우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니 나는 더욱 작아서 그 대리인 뒤에 숨을 뿐이다
나는 어쩌면 몇 년 동안 이상향과 현실의 나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낀 채 살았는지도 모른다

일하면서 제일 괴로웠던 것은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내 감정과 욕구들을 전혀 다스릴 수가 없었다
몸은 그렇다 쳐도 최소한 기분 정도는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모든 게 엉망이었다
일도 힘들고 생활이 엉망이 되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었다
사실 쉬려고 했던 것도 나 자신을 추스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쉬면서 완벽해지기 위한 연습을 하리라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결국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자기 통제란 가능하며 또 필수적이다는 걸 알았다
즉 완벽해지기 위해 애쓸 게 아니라 자신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통제와 완벽함은 다르다
완벽은 이룰 수 없는 집착이지만 자기 통제는 누구나 노력해야 할 덕목이다

나는 언제 행복한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내가 기쁨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요즘은 그 행복한 느낌을 찾기 위해 애쓴다
행복과 불행은 독립적인 것이라 행복하다고 해서 반드시 불행하지 않는 건 아니라고 한다
내가 진정으로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책을 읽을 때 내 지식이 넓어지고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작가의 생각에 동의할 때다
마음에 맞는 책을 만나면 평생 책만 읽으면서 살아도 될 것 같다
독서는 가장 일반적이고 또 중요한 플로우의 일종이라고 한다

사실 나는 독서를 아주 좋아하는데 그 즐거움을 찾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내 현실은 늘 극복하고 탈출해야 하는 감옥이었으므로 도망칠 방법만 연구했다
바보같이 자기계발서만 붙들고 늘어진 것이다
독서도 기술이 있어야 하는지, 시간이 가니까 나중에는 어려운 책은 아예 읽지를 못했다
한글로 쓰여졌다고 다 책을 읽는 건 아니라는 김영하의 말에 깊이 동감한다
요즘 같아서는 평생 책만 읽고 살아도 만족감에 빠져 살 것 같다

제목을 참 기가 막히게 지었다
번역서들 보면 제목이 원작 보다 훨씬 세련되고 자극적이다
아마 이 책의 원저는 "Flow" 가 아니었을까 싶다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 정말 환상이다
플로우의 원리를 깨닫고 내적 가치로 자신을 판단한다면 정말 매일 매일이 미치도록 행복할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플로우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을 하면서도 플로우를 경험할 수 있을까?
저자는 외과 의사의 수술을 예로 든다 자신이 수술 상황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고 믿으면, 즉 집도의가 되고 수술방 안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말을 따르고 수술의 전 과정이 완전히 숙련된 상태라면 그는 플로우를 경험할 것이다
그러나 환자 상태가 안 좋고 수술이 서투르고 무엇보다 자신이 총책임자가 아닌, 단지 보조하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면 플로우를 느끼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수술방의 긴장감을 이기기 힘들 것이다
집도의 역시 환자 상황이 나빠지면 몹시 예민해진다
아마 자기가 컨트롤 할 수 없게 되자 당황해서일 것이다


일에서 플로우를 느끼는 사람은 거의 워커 홀릭 수준일 것이다
저자는 워커 홀릭과 플로우는 다르다고 말한다
워커 홀릭은 일을 안 하면 불안해지고 강박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플로우를 경험하는 사람은 일하고 있을 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끼고 일을 쉰다고 해서 초조해 하지 않는다
즉 플로우는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일에 몰입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일단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주어진 과제와 자신이 가진 기술이 조화를 이룰지 생각해 봐야 한다
과제가 내 능력 이상이면 불안감을 느끼고, 능력 이하면 지루함을 느낀다
내가 가장 끔찍하게 생각하는 권태감 말이다
그런데 기술과 과제의 난이도가 일치하더라도 낮은 수준 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더 큰 플로우를 느낀다고 한다
즉 인간은 좀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할 때 더 큰 희열을 느낀다
하긴 취직 시험 합격하는 것과 기말고사 잘 보는 것을 어찌 비교할 수 있겠는가?

목표가 주어지면 기술을 연마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이 필수다
피드백이 없다면 잘 진행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목표 달성에 흥미를 잃게 된다
비록 중요한 목표라 할지라도 싫증을 내게 된다
피드백은 우리 몸의 호르몬이 작용하는 대단히 중요한 시스템이다
이 피드백을 잘 활용하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목표도 지겨워 하지 않고 잘 달성할 것 같다
피드백을 달리 말하면 상벌 체계, 즉 보상과도 같다
그런데 보상이 즉시 주어져야 효과과 있지, 행동과 보상 사이의 간격이 길면 뇌에서 둘과의 관계를 인지하기 어려워진다
원하는 행동을 하면 즉시 자신에게 보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실은 뭘 보상으로 줘야 할지도 제대로 파악을 못하겠다
우리는 끊임없이 남에게는 신경쓰면서 정작 나 자신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나치게 남의 눈치를 보는 것인데, 이 책에서 그 해결책을 얻었다
나 자신에 대한 관심을 주위로 돌리라는 것이다
남이 나를 어떻게 판단할까를 고민할 게 아니라 주변 환경에 관심을 가지면 나에 대한 걱정을 잊게 된다
저자는 우리의 마음이 엔트로피, 즉 무질서 상태라고 규정한다
사실 그렇다
마음이란 것에 얼마나 많은 상념과 감정들이 떠다니는가?
하루에도 수십번 바뀌고 또 생각한다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다는 말이 딱 맞다
그러므로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혼란스럽게 된다
차라리 나를 잊고 내 주변 환경에 주의를 돌리면 마음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질서를 갖게 된다
어차피 크고 작은 고민들은 인생을 살면서 늘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차라리 잊어 버리는 게 편하다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없다
걱정을 잊으려면 주의를 딴 데 돌리는 수 밖에 없다
즉 내 주위 환경으로 말이다

주위에 관심을 돌리면 외로움도 극복할 수 있다
외롭다는 느낌을 갖기 전에 할 일을 만든다
주의를 한 군데 집중하면 외로운 감정을 잊는다
사실 일할 때 보다 특별한 일이 없는 여가 시간에 더욱 권태감과 외로움을 느낀다
휴일에 약속이 없으면 더 그렇다
그러므로 노는 것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가족에 대한 저자의 조언은 정말 소중했다
가족이란 공통의 목표가 있는 집단이다
결혼을 하는 순간 배우자의 목표를 중요시 하고, 내 습관을 영구적으로 바꾸겠다는 결심을 해야 한다
같이 사는데도 그의 목표에 무관심 하고 혼자 살 때처럼 내 습관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들면 그 관계는 파탄나고 말 것이다
저자는 현대 사회의 높은 이혼률을 당연하게 본다
생산력이 부족할 때야 경제 활동은 남자가, 양육은 여자가 하는 식으로 서로 의존했지만 요즘은 굳이 먹고 살기 위해 결혼할 필요가 없다
하긴 일부일처제가 만고의 진리는 아니다
과거 조선 시대만 해도 일부 다체제가 당연시 되어 왔다
배우자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관계는 그만두기 쉬워진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에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커플은 그만큼 서로의 관계에 많은 투자를 하는 바람직한 커플이란 결론이 난다

솔직히 나는 많은 반성을 했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은 계급간의 결합이라는 말을 한다
나 역시 경제적, 사회적 안정의 수단으로 결혼을 고려했다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결혼 정보 회사 내지는 마담뚜 아닌가?
그렇지만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배우자 결정에 많은 고민을 하고 신중해야 함을 알았다
단순지 사회적 조건만 보고 결혼한다면 그 인생은 너무나 불행할 것이다
경제적 이유 때문에 가정을 이룰 수는 없다
저자가 이상적으로 보는 부부는 서로의 목표를 격려하고 그것을 위해 자신의 습관을 바꿀 의지가 있는 경우다
저자는 습관을 대대적으로 또 영구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다면 아직 결혼해서는 안 된다

가족은 또 공통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
아이들도 이 공통의 목표 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애를 안 키울 생각이지만 저자의 양육 방식에는 적극 동의한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인 것 같다
특히 자녀들이 사춘기에 접어들어 가족 보다는 또래 집단의 가치를 내제화 시킬 때, 즉 반항이 시작될 때 더욱 유용하다
자녀에게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따라 할 모델이 생길 테니까
아이가 태어나면 배우자가 생겼을 때처럼 자신의 삶을 변형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 헌신하지만 아이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자식을 부모의 대리인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아이와 부모 사이에 공통의 목표가 생기고 이것을 위해 각 구성원이 노력할 때 비로소 함께 사는 의미가 생긴다
가족 관계 역시 혈연으로 그냥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여가를 즐기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예술 활동을 직접 하는 것이다
단순히 관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독서 대신 글쓰기, 음악 감상 대신 직접 연주하기, 전시회장에 가는 대신 직접 그리기 등등
즉 수동성 대신 능동적으로 참여할 때 가장 큰 기쁨을 얻는다
취미 역시 기술 연마를 필요로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스포츠 중계 방송에 열내는 것 보다 직접 공을 들고 뛰는 길거리 농구가 훨씬 낫다

이 책의 결론은 뭐든지 주체성을 가지고 직접 선택하고 그 선택에 최선을 다하라고 가르친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몰입의 기쁨을 느끼게 된다
삶은 도전이라고 했던가?
당연한 관계라 생각했던 우정이나 가족 관계, 감정의 조절 등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들이다
내 인생에 획기적인 변화를 주는 책이다
두고두고 탐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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