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전받는 오리엔탈리즘
에드워드 W. 사이드 지음, 성일권 옮김 / 김영사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에드워드 사이드, 이름이 좀 독특하다 싶었는데 역시 팔레스타인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팔레스타인에 이스라엘이 들어선 후 미국으로 건너가 영미 문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 대학에서 교수로 강의 중이다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하길래 동양에 대한 일반적인 환상을 깨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솔직히 좀 실망스럽다
지금 새뮤얼 헌팅턴의 "미국" 을 읽고 있는데 솔직히 이 책이 훨씬 학술적이고 분석적이다
사이드의 글을 감정적이고 전투적이다
학자라면 감정을 절제하고 보다 분석적으로 나가야 하는 게 아닐까?
워낙 아랍에 대한 편견이 강하고 아랍인을 무조건 배척하다 보니, 더구나 9.11 사태까지 벌어진 후라 저자가 느낄 불안감이 얼마나 클지는 짐작이 간다
그렇지만 지식인이란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대중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해야 하는 게 아닐까?
개인 의견을 강하게 피력해서 쉽게 읽히기는 한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돌아본다는 의의 정도는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이스라엘에 대해 호의적이다
기독교의 영향일까?
아니면 서구에 대한 사대주의 때문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같은 아시아인인 아랍 편을 들어야 할텐데, 영토는 아시아에 있어도 미국을 추종하기 때문인지 친이스라엘적이다
그와는 별개로 기독교에서, 특히 종말론을 내세울수록 이스라엘 건국을 신의 뜻으로 생각한다
솔직히 뭐가 옳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교회의 해석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되찾은 것은 예수의 재림이 가까워졌다는 징표라는 것이다
성경이 절대 인간의 선을 지향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하나님의 뜻이 정말 그러한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교회의 이런 해석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볼 때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위선적인 사람이 되고, 우리를 둘러 싼 권위와 억압에 제대로 저항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중동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됐다
1948년 영국이 팔레스타인에서 철수한 후 이스라엘이 건국되고 다음날 이집트, 시리아 , 요르단 등이 한꺼번에 이스라엘을 공격한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이들을 모두 물리치고 선제공격을 감행해 영토를 계속 넓힌다
이스라엘을 후원한 것은 미국이었다
원래 유태인들은 유럽에서 인종 청소를 당할 정도로 공격을 받던 민족인데 왜 미국 앵글로 색슨족들은 그들을 후원하는 것일까?
유태인이 미국의 정계와 경제계를 꽉 잡고 있어서 그런가?
정말 미국은 유태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것일까?
에드워드 사이드가 이 부분을 명확히 밝혀 줬음 좋겠는데 그의 책을 꼼꼼히 다 읽어도 왜 미국이 이스라엘을 후원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이유는 찾을 수 없었다
시오니즘은 유태인이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일종의 유태 민족주의다
그 동안 읽은 책들을 종합해 보면 현대는 탈권위주의 시대이고 민족주의는 지양해야 할 이데올로기다
그렇다면 진보를 추구하는 지식인들은 시오니즘과 이스라엘을 거부해야 한다
물론 에드워드 사이드는 일부 아랍인의 테러리즘을 비판한다
또 아라파트 행정부도 통렬하게 비판한다
아라파트는 노벨 평화상을 받은 사람인데, 노벨상의 가치를 알 만 하다
오슬로 평화 협정이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지만, 그 협정 자체가 아랍인에게는 불리한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아라파트는 사리사욕만 채운 채 자리 보전에 연연한다
팔레스타인 난민이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에 고용된다는 역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스라엘의 시오니즘도 문제지만 테러와 사리사욕, 완고한 교조주의에 연연하는 팔레스타인 지도부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애국이란 명분 아래 민족주의로 똘똘 뭉쳐 아랍인을 쓸어 버리려고 한다
국가주의란 얼마나 위험한 편견인가!
시민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인종 청소를 정당화 한다
걸프전이나 이라크 전쟁을 누가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파병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
아무 명분도 없는 남의 나라 전쟁에 나가 죽는 것은 그야말로 개죽음 아닌가!
9.11 테러 때문에 모든 아랍인들이 테러리스트로 매도당하는 현실이 정말 우울하다
국가를 넘어 범지구적이고 전인류적인 관점을 가져야 할 21세기에 다시 민족주의가 고개를 쳐드는 현실이 너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