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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출셋길, 장원급제 - 영광과 좌절이 교차한 공부 귀재들의 과거 시험과 출세 이야기
정구선 지음 / 팬덤북스 / 2010년 5월
평점 :
비교적 재밌게 읽은 책.
요즘에는 한 분야를 파고드는 이런 미시사가 유행인가 보다.
큰 정치적 사건 말고도 이런 작은 분야를 자세히 파는 책이 많이 나와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과거라고 하면 3년에 한 번씩 33명을 뽑는 제도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과거 시행 횟수가 많았다.
생원시와 진사시라는 소과가 있어 각각 100명씩 뽑았고 여기서 뽑힌 사람들이 성균관에 입학해 대과인 문과를 준비한다.
대과는 초시, 복시, 전시로 나뉘고 문장을 제출하는 필기시험 말고도 직접 경전을 암송하는 시험도 있었다.
과거 급제자 중에서도 특히 장원을 차지한 사람들 위주로 서술했는데 조선 최고의 엘리트라면 역시 9도 장원공인 이이를 들 수 있겠다.
시험 잘 보는 사람이 학문도 높다고 할 수는 없기 마련인데 율곡 이이는 보는 시험마다 장원을 차지하는 수재이면서도 퇴계 이황과 더불어 조선 성리학의 기틀을 세운 사람이고 정치적으로도 이조판서에 제수되는 등 큰 역할을 했으니 과연 조선 최고의 스타라 할 만 하겠다.
장원이 꼭 시험을 제일 잘 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고, 가문이나 임금의 총애에 의해서도 크게 좌지우지 됐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장원이라는 영광은 그 사람 일생에 평생의 자랑거리가 됐던 것 같다.
간신의 대명사라고 알려진 임사홍은 부자가 모두 장원을 했으니 학문과 정치적 행적이 반드시 일치하지만은 않는 모양이다.
역사서에 흔히 알려진 사람들도 대체적으로 장원을 많이 차지했다.
신숙주나 성삼문, 박팽년 등도 모두 장원급제자 출신이라고 한다.
당대의 엘리트들이었던 모양이다.
제일 인상깊게 읽은 대목은, 서얼들에게 과거가 철저하게 제한됐다는 점이다.
유자광의 경우 서얼이지만 세조에게 특별히 총애를 받아 무령군에 봉해지고 세 번이나 공신의 자리에 올라 그 어머니가 정부인에 봉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친동생들의 과거는 철저하게 제한되었다.
유자광 한 사람이 특별히 임금의 은혜를 입은 것이지, 동생들은 여전히 서얼이라는 뜻이다.
적서차별은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원칙으로 여겨져 서얼허통 등이 대두되는 조선 후반기에도 여전히 철저하게 지켜졌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고시에 붙으면 학교와 지역의 자랑으로 여기는데 양반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과거에 합격해 관직에 나가는 일 뿐이었던 조선 시대에 그 영광이 얼마나 컸을지 미루어 짐직이 간다.
과거 급제자의 위신을 높혀 주기 위해 부모에게도 품계를 지급했고, 지역 수령은 잔치를 열어 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