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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본 임진왜란 - 근세 일본의 베스트셀러와 전쟁의 기억
김시덕 지음 / 학고재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얼마만에 쓰는 리뷰인지...
특별히 시간이 없었다기 보다는 아기를 낳고 이사를 하고 복직하고 하는 과정들이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책을 읽지 못했던 것 같다.
벌써 2012년도의 절반이 가 버린 걸 갑작스레 눈치채고 도서관에서 가서 책을 빌렸다.
여전히 자료실에는 읽고 싶은 책들이 널려 있어 나름 선택하느라 힘들었다.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 오래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라 첫번째로 선택받은 책이었는데 예상했던 내용에서 다소 벗어나 약간은 맥이 빠진다.
내가 원했던 책은 아마도, 객관적인 눈으로 본 임진왜란이었던 것 같다.
책의 내용은 임진왜란에 대한 일본 학자들의 견해가 아니라 대중에게 유포된 임진왜란의 이미지에 대한 것이었다.
임진왜란이 일본인의 눈에는 당연히 정복 전쟁이었을테니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는 관점이라 맥이 좀 빠졌다.
좀 웃겼던 것은, 가등청정으로 알려진 가토 기요마사가 조선에서는 가장 악행을 저지른 장수로 기억되는데 일본 내에서는 최고의 영웅이자 민중을 사랑하는 자비로운 이로 기억된다는 점이다.
경쟁자 관계였던 고니시 유키나가가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진 후 무사로서의 명예인 할복을 거부하고 자살을 하지 않는다는 가톨릭의 원칙에 따라 참수당한 점 때문에 일본 내에서 비겁한 자로 낙인찍힌 반면, 가토 기요마사는 히데요시 사후 히데요리를 배신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 편에 섰는데도 승자이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는 점은 참 아이러니 하다.
가토 기요마사의 가문에서 펴낸 책에서는 심지어 그가 조선 백성들에게 자비로운 지배자로 인식되어 자발적으로 따라 나섰다고까지 되어 있다니 역사는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 같다.
기대했던 이순신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많지 않아 아쉬웠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고의 영웅으로 인식되는데 일본에서의 평가는, 적을 공정히 평가해 줄 정도로 아량이 넓은 일본인이라는 자화자찬에 이용된다는 수준에 불과한 느낌이라 그 역시 한국인의 관점에서 본 이순신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류성룡의 징비록이 일본에 유통되어 그 책에서 긍정적으로 서술된 이순신의 평가가 일본 내에서 업그레이드 됐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이순신의 공적도 상당 부분은 이 책에 의거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 걸 보면 역시 후대에 기록으로 남긴 사람이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것 같다.
다음에는 서양학자의 눈으로 본 임진왜란, 이런 주제의 책을 읽어 봐야겠다.
한국인이 인식하는 임진왜란 말고 국제적인 학계에서 임진왜란이 어떻게 인식되는지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