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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의 덫
미키 맥기 지음, 김상화 옮김 / 모요사 / 2011년 7월
평점 :
자기계발서의 허상을 파헤친 책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학술적이다.
한 때 감동하면서 읽었던 스티븐 코비나 앤서리 라빈스를 비판하는 글에서 뜨끔했다.
나 역시 그저 읽기만 했을 뿐 삶이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뭔가 다른 삶을 꿈꾸면서 자극이나 내적 동기가 되지 않을까 자기계발서를 버리질 못한다.
"시달리는 자아" 야 말로 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불안정한 노동 시장에서 끊임없이 고용 가능 상태를 유지하라고 닦달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을 학문적으로 파헤쳤다.
그래서 솔직히 지루했다.
제일 인상적인 부분은 개인의 성공에 가리워진 타인의 숨겨진 노동 측면이었다.
일례로 스티븐 코비는 무려 9남매를 뒀는데 이 많은 자녀들의 교육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스티븐 코비처럼 전세계적인 명사가 집에서 자녀 교육까지 신경쓸 수 있었을까?
당연히 아내의 헌신적인 내조와 육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자신의 딸이 결혼 후 아이를 낳으면서 육아와 일에 허덕이자 시간관리 원칙을 바꿔 소중한 것을 먼저하라고 했다.
결국 직장에서의 성공에 올인하면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집안에서 아이들과 가사를 챙기는 조력자가 반드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자기계발서들은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
퇴근 후 세 시간, 이라는 책이 있는데 정말 묻고 싶은 것이, 퇴근 후에 세 시간 동안 자기 계발을 한다면 가사일과 육아는 누가 하라는 얘긴지?
하우스 와이프가 있는 남성이든지 혹은 미혼 여성에게나 해당되는 소리가 아닐까 싶다.
나 역시 결혼 전에는 가사나 육아 일의 비중을 생각지도 못했다.
나의 정체성은 한 사람의 직장인이고 직장에서 인정받는 것이 최고의 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보니 일보다 가사와 육아가 우선시 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특히 육아 부분은 인력을 사서 대신할 수도 없는 절대적인 부분이라 지금까지 맞벌이 여성들이 어떻게 가정과 직장에서 모두 성공할 수 있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엄마의 경우 직장 여성이면서 세 아이를 낳았지만 전적으로 가사와 육아는 할머니가 담당했기 때문에 가능했고 나 역시 육아의 많은 부분을 가족들의 손을 빌리고 있다.
가족의 희생과 도움 없이 사회적인 성공과 가정에서의 행복이 양립할 수 있는지 정말 의문이다.
저자는 스티븐 코비의 윈윈 전략을 비판하면서 그는 당연히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는 회사 내의 고용주와 피고용주 관계를 무시하고 있다고 했다.
갈등이 생기는 것은 너무 당연한데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은 이러한 갈등 관계를 커뮤니케이션 등을 통해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축소시킨다고 해야 할까?
<네 안의 잠든 거인을 깨워라> 를 읽고 정말 감동해서 한동안 업 됐던 적이 있는데 역시나 이 인물도 감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면서 생각만 바꾸면 세상이 변할 거라고 약간은 허황된 소리를 하고 있음을 알았다.
자기계발서로 성공하는 사람은 그 책의 저자 뿐이라는 말이 정말 실감난다.
어떻게 보면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강조하는 지금의 무한경쟁 사회 구조 자체가 개인을 몹시도 압박하고 있는데 구조적인 문제를 바꾸는 것은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말 잘 듣고 유능한 조직형 인간을 만드는 쪽으로 몰고 간다는 생각도 든다.
예술가가 되려면 댓가 따위는 초연해져야 한다는 식으로 정당한 노동의 댓가 지불에 인색한 이른바 예술 계통 산업들의 문제점도 공감하는 바다.
일례로 영화 산업의 스탶들 월급으로는 생활 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명분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다른 노동을 병행하는 현실을 들 수 있다.
책에 특별한 결론은 없고 그래서 읽고 나면 답답하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일터가 정말 자아 실현의 장이 될 수 있는가?
일과 여가의 분리야 말로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자기계발서의 가장 큰 문제는 일이 사적인 측면으로까지 연장되는 것이 아닐까?
요즘은 은퇴 후에도 계속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던데 정말 일이 개인의 정체성을 유지시켜 주는 필수적이고 행복한 것인지 의문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