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에 홀리다 - 조선 민화, 현대의 옷을 입다
이기영 지음, 서공임 그림 / 효형출판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신간 나왔을 때 도서관에 신청해 놓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드디어 읽게 됐다.

표지도 너무 예쁘고 민화 작가 서영임씨의 도판들이 책의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저자는 특이하게 사회과학을 전공하고 기업체 연구소에 있다가 도자기의 아름다움에 눈을 떠 도자기 회사를 차린 이력을 갖고 있다.

도자기 도안으로 민화의 가능성에 주목했고 민화가 어떻게 발생했고 현대까지 이어져 왔는지 그 과정을 재밌게 설명한다.

사실 민화 예찬론이면 어쩌나 걱정을 했고 어떤 부분은 일방적인 찬양과 감탄 일색이라 휙휙 지나가기도 했지만 17세기 진경산수화부터 시작해 조선 사대부들과 중인 계층, 또 상공업과 농업 경영의 발전으로 부를 획득한 서민층 등의 예술 표현 욕구들을 민화의 발전 과정으로 연결시키는 글솜씨는 아주 매끄럽다.

아래에 인용한 책을 꼼꼼하게 밝혀 놨는데 일단 출처를 밝힌다는 점에서는 좋은 일이긴 하나, 민화의 역사 부분은 거의 모든 글이 전부 인용문이라 자신의 견해가 없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웠다.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이해는 한다.

전에 살림 총서 중 어떤 책을 읽는데 기존에 읽었던 번역서와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베끼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아 굉장히 화가 났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거에 비하면 양심적이긴 하다.

허균씨가 쓴 민화 이야기도 있던데 같이 한 번 읽어 봐야겠다.

 

한 가지 의문은 왜 민화는 일본의 우키요에처럼 세계적인 명성을 얻지 못했을까?

비단 국외 뿐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진경산수화나 풍속화에 비해 그다지 대접을 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아마추어 그림이라 굳이 평론할 가치를 못 느끼는 걸까?

민화 작가가 그린 그림들을 보면서 민화는 일종의 일러스트레이션이고 디자인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즉 얼마든지 현대화 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부분에서 발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아쉬운 점은, 대부분 상징과 은유 같은 도상 체계들로 이루어져 있어 한자나 유교 경전으로부터 멀어진 현대인들이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르네상스 그림들의 도상을 현대인이 쉽게 이해하는 것은, 유럽식으로 세계화가 됐고 여전히 기독교가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설명을 많이 안 해도 관람자가 쉽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잉어 두 마리가 있으면 연이어 과거에 합격하라는 의미인 줄 어떻게 알겠는가.

전통문화의 단절이 아쉬운 대목이다.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중산층의 삶이 향상되면서 개인의 주관성과 레저 활동등에 관심이 생기면서 사실주의나 인상주의가 발달했고 역시 에도 시대의 조닌 계층의 생산력 향상으로 대중문화인 우키요에가 탄생했듯 조선 후반기에도 상공업으로 부를 쌓은 사람들이 민화나 판소리 같은 서민 예술을 발전시켰다고 보통 이야기 하는데 여전히 조선은 사대부들의 나라이고 대중예술을 논하기에는 힘이 약해 보인다.

요즘 들어 민중의 삶에 관심을 보이고 연구가 진행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당시의 사회적 배경이나 관습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현대적 관점에서 의미부여를 하는 건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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