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 신이 허락한 음식만 먹는다 (양장) - 아랍음식과 문화코드 탐험
엄익란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쉽게 읽히면서도 어쩐지 2% 부족한 듯한 깊이의 아쉬움이 느껴졌던 책.
저자의 약력을 보니, <이슬람의 결혼문화와 젠더> 를 집필한 분이다.
그제서야 무릎을 쳤다.
그 때도 제목만 보고 뭔가 깊이있는 분석적 글쓰기를 원했는데 맛만 보고 끝나 버린 것 같아 아쉬웠는데 이번에도 딱 그런 느낌이다.
읽기가 편하기는 하다.
그런데 전문적인 연구서라고 보기엔 너무 미흡하다.
중동학을 전공하신 것 같던데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는, 그러나 좀 더 깊이있는 분석이 담긴 책을 내 줬으면 좋겠다.
중동에서 몇 년 생활한 사람이 낸, 일종의 아랍 세계 둘러보기, 이런 수준의 깊이라 상당히 아쉽다. 
맛보기로 끝난 느낌이랄까? 

음식 문화사는 특히 직접 접해 보지 않으면 말로만 설명하기는 참 힘든 문제 같다.
그나마 터키는 작년 여름에 1주일 정도 다녀와서 바스락거리면서 커다랗게 부푼 빵 같은 걸 먹어 봐서 이해에 도움이 됐다.
사진이 많이 실리긴 했지만 직접 현지에 가서 먹어보지 않는다면, 즉 체험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이해하기는 참 힘들 것 같다.
마치 김치를 한 번도 안 먹어 본 외국인이 배추를 소금에 절여 고춧가루 양념을 한 요리다, 뭐 이런 식의 글만 읽고 상상하는 것처럼.
기본적으로 아랍의 음식은 더운 지방이라 짜고 맵고 달다고 한다.
상당히 자극적인 셈.
쌀만 해도 우리처럼 증기로 찌는 것보다는 버터로 볶는 요리를 선호하고 육식을 많이 하기 때문에 심장병이나 고혈압 유병률도 매우 높다고 한다.
양을 가장 신성시 하여 양 한 마리를 구우면 최고의 손님 접대라고 하는데, 터키에서 먹은 양요리는 정말 고역이었다.
냄새가 너무 강해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수프는 유럽 식당에서 흔히 먹는 양송이 수프 같은 게 아니라 콩죽 같은 텁텁한 맛이었는데 책에 보니 콩은 오래 전부터 단백질 보급원으로 요리에 많이 이용됐다고 한다.
쿠스쿠스 같은 경우는 <누들로드>에서 직접 찌는 모양과 시식하는 것을 봐서 이해에 큰 도움이 됐다. 

아랍 세계라고 하면 대체 어디를 가르키는지 늘 모호한 느낌이었는데 자주 접하다 보니 이제 감이 좀 온다.
대략적으로 아라비아 반도와 팔레스타인, 이라크와 이란, 북아프리카 정도를 일컫는 것 같다.
무슬림의 10%를 차지하는 시아파는 이란에 주로 분포하는데 90% 인 다수의 수니파와는 달리 아랍 민족이 아니라 페르시아 민족으로서 이란과 이라크 관계는 마치 한국과 일본처럼 같은 무슬림인데도 매우 적대적이라고 한다.
이미 기독교는 국가적인 힘을 잃고 개인적인 부분으로 축소되었는데 여전히 한 나라를 움직이는 공식적인 정책이 되는 이슬람의 강렬한 힘은 생각할수록 신비하다.
서구 선진국에 비해 경제적으로 뒤떨어진다는 이유로 이슬람교가 등한시 되어 온 면도 없지 않겠으나 마치 중세의 기독교처럼 국가를 좌지우지 않다는 것은 참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또다른 일종의 관습과 전통, 정체성인 것 같기도 해 평가를 내린다는 게 참 어렵다.
할랄 같은 경우 먹어도 되는 음식, 안 되는 음식을 종교적 이유로 여전히 가리고 있다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처음에는 종교가 인간의 생활을 지배한다는 점에서 매우 억압적인 것이라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문득 드는 생각이, 마치 내가 개고기나 각종 보양식을 혐오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 아닐까 싶었다.
따지고 보면 사슴피니 곰발바닥이니 원숭이 두개골이니 하는 것도 자칭 문명인의 입장에서 매우 혐오하고 그것을 먹는 사람들을 수준 이하로 치부하지만 넓은 의미로 보면 인간은 잡식성 동물이고 도덕 같은 감정의 잣대를 치운다면 먹을 수 있는 건 다 음식 아닌가?
문명이니 야만이니 진보니 하는 평가를 어떤 문화권에 내린다는 건 이래서 참 위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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