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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Goya - 고야가 말하는 고야의 삶과 예술 ㅣ I, 시리즈 2
다크마어 페겔름 지음, 김영선 옮김 / 예경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책을 다시 읽는다는 건 참 의미있는 경험인 것 같다.
늘 시간이 없어 신간 읽기도 바쁘지만, 어떤 경우에 재독을 하고 나면 그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무릎을 치고 탄복하기도 하고 그 때 썼던 혹평들이 다 독자의 이해 부족이었음을 깨닫고 부끄러워 하기도 한다.
이번 책도 그렇다.
일부러 이 책을 읽으려고 국립중앙도서관까지 갔는데 <양산> 이라는 그림을 보는 순간 아, 이거 예전에 읽은 책이구나 느낌이 왔었다.
워낙 인상깊었던 그림이라 도판을 대하면서 알아차렸는데 역시나 알라딘에 들어와 감상문을 쓰려고 하니 몇 년 전에 내가 쓴 감상문이 있다.
재독이란 정말 의미있는 경험이다.
그 때 써놓은 감상문을 읽어 보니 내가 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이런 가당치도 않은 혹평이라니!
도판도 훌륭하고 고야의 그림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정말 좋은 책이다.
이렇게 멋지고 근사한 책을 사지 못하는 내 경제력과, 부족한 시간과 공간이 아쉬울 따름이다.
참 신기한게 고야의 그림은 가까이서 확대해 보면 더욱 멋지고 환상적이다.
고전주의와는 달리 윤곽선을 명확히 그리지 않고 색으로만 대충 형태를 잡은 것 같은데 보통 인상주의 그림들이 멀리서 보면 형태가 분명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물감을 뭉개 놓은 느낌이 드는데 반해 고야의 그림은 확대해서 봐도 윤곽선 없이 색만으로 놀라운 묘사를 보인다.
귀머거리가 되기 이전 에스파냐 야외의 햇살을 가득받은 소풍 같은 놀이를 그린 그림, 즉 마스히모라는 토속적이면서 발랄한 그림들은 색감이 너무 아름다워 눈이 부셨다.
나폴레옹 전쟁을 치루면서 너무 끔찍한 전쟁의 참화를 많이 봐서인지 후반부로 갈수록 그림이 어두워지지만 이른바 검은 그림들의 매력도 훌륭하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어두운 면을 그림으로 풀어낸 검은 그림들의 매력을 발견하여 아낌없이 금화를 푼 감식안 높은 귀족들이 있었다고 한다.
사람이 여러가지 면을 가지고 있음을 고야를 보면서 느낀다.
그는 궁정화가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태피스트리 도안 같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 것들도 해야 하고, 귀족들의 초상화도 열심히 그려야 했지만 예술혼을 불사르며 전쟁화나 마녀 사냥 같은 음울한 것들도 같이 그린다.
밝음과 어두움의 공존, 혹은 세속과 예술 사이의 절묘한 줄타기!
티치아노처럼 80세가 넘게 장수해서일까?
고야의 그림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