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I, Tiziano - 티치아노가 말하는 티치아노의 삶과 예술 ㅣ I, 시리즈 4
노베르트 볼프 지음, 강주헌 옮김 / 예경 / 2010년 2월
평점 :
뭐랄까, 티치아노는 그 작품수와 질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덜 선호되는 화가라는 느낌이 든다.
대표작도 딱히 떠오르지 않고 인구에 회자되지 않는 느낌이랄까?
나는 티치아노식의 색감 위주 그림이 너무 좋기 때문에 굉장히 좋아하는 화가다.
특히 말년으로 갈수록 점점 붓질이 거칠어지고 선명한 드로잉 대신 뭔가 뭉뚱그리는 느낌이 들지만 멀리서 보면 완벽한 실체로 다가오는 그 화법이 참 마음에 든다.
인상파 느낌도 나면서 말이다.
책에 보니 추상표현주의로 나아갔다는 해설도 있었다.
시대적 배경으로 봤을 때 간극이 많긴 하지만 어쨌든 노년기의 화풍이 보다 대범해지고 예술가의 감정을 표현하는 쪽으로 나갔던 건 확실한 것 같다.
사실 책 자체는 약간 지루했다.
일생에 대한 서사 위주였다면 좀 더 재밌게 읽었을텐데 작품 위주, 더 정확히는 작품이 어떻게 의뢰가 되고 팔렸는지 그 정황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뤄 좀 지루한 느낌이 있었다.
그렇지만 국내에 얼마 되지 않은 소중한 도판들이라 눈은 정말 즐거웠다.
의외로 당대 비평가들에게 좋은 소리를 못 들었던 것 같다.
바사리의 경우 티치아노를 권력에 굴복해 돈 벌기 급급한 돈벌레라고까지 했다!
음, 너무 악랄한 비난이 아닐까?
모름지기 예술가라고 하면 렘브란트나 고흐처럼 세속의 물질로부터 멀어지고 어쩐지 약간은 비참한 삶을 살아야 예술혼이 빛날 것 같은데 티치아노나 루벤스처럼 왕들에게 선택되어 작위를 받고 돈까지 두둑하게 벌어 들인다면 대중으로부터 약간의 질시를 받게 되는 것 같다.
또 현세에 너무 많은 영광을 얻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주문자들의 취향에 맞추다 보니 혁신이 어려워진다고 해야 할까?
당대에도 라파엘로 등의 천재들과 비교됐던 티치아노는 자신은 라파엘로처럼 살아 있는 듯한 선명한 드로잉을 할 수 없지만 내 재능은 다른 데 있음을 알고 나는 풍부한 색감으로 승부하겠다는 편지를 띄운다.
얼마나 자신만만한, 그리고 확고한 예술관인지!
당시 예술의 중심이었던 피렌체가 선에 중심을 둔 반면 베네치아는 빛과 색감에 무게를 둔다.
베네치아의 공식 화가였던 티치아노의 스승 벨로니나 공방에서 함께 일했던 조르조네 등이 베네치아 학파를 대표한다.
그래서인지 이들 그림을 보면 정말 꼼꼼하고 선명한 색채와 밝은 빛이 돋보인다.
조르조네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이 천재 화가는 너무 빨리 죽는 바람에 큰 족적을 남기지 못한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의 그림이 참 비슷한 느낌이다.
천재들의 전성기였던 르네상스 시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진정한 예술의 황금기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티치아노는 굉장히 오래 산다.
기록에는 100세를 넘긴 것으로 나오나 실제적인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85세에서 90세 사이로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평균 수명이 27세였다고 하니 정말 타고난 장수 체질이었나 보다.
가정부였던 아내와 결혼하여 아이들을 낳았는데 이 아들들에게 영지와 성직 등을 물려 주려고 무던 애를 쓰던 평범한 아버지이기도 했다.
그림에도 아들들이 등장한다.
카를 5세의 사랑을 받아 스페인 왕실로 옮겨온 후 백작 작위까지 받고 세금이 면제된 영지도 얻는다.
루벤스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노년까지도 붓을 놓지 않아 제자들이 손을 댄 경우가 많았고 의뢰인들도 늙은 티치아노가 제대로 그림을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걱정하는 대목도 나온다.
당시에는 예술가 정신보다는 기술적인 장인적 능력을 우선시 했으니 이해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