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ffaello - 라파엘로가 말하는 라파엘로의 삶과 예술 I, 시리즈 3
다크마어 페겔름 지음, 이경아 옮김 / 예경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도판이 너무 훌륭하다.
서점에서 보고 정말 읽고 싶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 도서관에 신간 신청을 할 수가 없었다.
아쉬워 하던 차에 모처럼 휴가를 맞아 국립중앙도서관에 가서 읽을 수 있었다.
원래도 라파엘로를 좋아했지만 선명하고 화려한 도판들이 눈 앞에 펼쳐지니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작품 수가 너무 적고, 미켈란젤로는 근육질의 조각 같은 단단한 느낌 때문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는데 라파엘로랴 말로 내 취향에 딱 맞는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아닐까 싶다.
이 책에 앞서 티치아노 편을 먼저 봤는데, 내 느낌으로는 라파엘로의 그림이 훨씬 더 완벽하고 천상의 것에 가까워 보였다.
객관적 우열을 논할 수는 없겠지만... 

37세라는 이른 죽음이 더욱더 천재 신화를 완성했던 게 아닐까 싶다.
티치아노가 무려 90에 가깝게 장수했고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역시 노년기가 있었지만 라파엘로는 경력의 절정기 때 돌연 사망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채!
로마에서 최고로 잘 나가던 이 화가는 자화상을 보면 미소년처럼 잘 생겼다.
어린 시절 불운하게 고아가 됐지만 화가였던 아버지의 배려로 당시 잘 나가던 페루지노의 공방에 들어가 열심히 스승을 사사하고 젊은 나이에 실력을 인정받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다 돌연 사망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보통 화가라고 하면 모네의 <수련> 연작처럼 노년의 대작들이 나올 것 같은데 이렇게 젊은 나이에 모든 것을 이루고 홀연 떠나다니, 천재의 정의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의 전기를 남긴 바사리도 온통 찬사 일색이다.
티치아노에 대해서는 돈벌레라는 악평을 남겼으면서 말이다.
라파엘로가 그린 인물들을 보면 색감과 드로잉이 너무나 훌륭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왜 영국에서 라파엘전파라는 분파가 생겼는지 이해가 된다.
라파엘의 화법이 표준이 된 것이다.
성당이나 개인 빌라 장식을 정말 많이 했던 터라 공방을 운영해 많은 작품을 소화해 냈다고 한다.
스승처럼 사업적 재능도 훌륭했던 것 같다.
수염도 나지 않은 너무 젊은 미소년이나 마치 뒤러의 자신만만한 자화상을 보는 느낌이었다.
성모자상을 정말 많이 그렸던데 당시의 트렌드이기도 했겠지만, 저자의 설명처럼 혹시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박탈감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미켈란젤로와의 갈등 부분은 새롭게 안 사실이다.
젊은 천재에 대한 경쟁 심리였을까?
피옴보 등 대리인까지 내세워 라파엘로와 경쟁 구도를 가졌다는 게 참 신기하다.
보통 거장들끼리는 서로를 인정해 준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인간사는 갈등의 장인 것 같다.
인물의 생애보다는 작품에 집중한 책이라 약간은 지루한 면도 없지 않았으나 라파엘로의 그림들을 큰 도판으로 마음껏 볼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이 시리즈는 반 고흐와 고야 편도 있어 꼭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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