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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미술관展 : 고흐의 별밤과 화가들의 꿈 (대도록)
지엔씨미디어 편집부 지음 / 지엔씨미디어(GNCmedia)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전시회 다녀와서 그 때의 감동을 되새기며 읽고 있다.
음, 너무 좋다.
도록은 정말 훌륭한 매개체다.
도판이 큼직해서 좋고 곁들인 설명과 논고들이 있어서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해 준다.
너무 고흐 팔아 먹는 거 아닌가 이런 거부감도 들었지만, 역시 전시회장에 가 보니 <별이 빛나는 밤> 처럼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이 또 없다.
어쩌면 그렇게도 감상자의 마음을 훔쳐 내는 능력을 가졌을까.
그 색감, 강한 붓질, 구도,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혼자 눈물을 찔끔 흘릴 만큼 마음이 울컥해졌다.
저렇게도 사람의 마음을 뒤흔든 화가가 살아 생전 환영받지 못하고 결국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게 참 아이러니다.
시대의 미의식은 보편적이지 못한 것인가?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를 다시 읽어 봐야겠다.
참 이상한 게, 실제 그림과 도판이나 엽서로 본 그림의 느낌이 다를 때가 많다.
이를테면 아케데믹한 화풍으로 살롱전에서 나폴레옹 3세에게 선택당한 카바넬의 비너스 그림 같은 경우, 실제 보면 크기가 사람을 압도하고 도자기 피부가 너무나 사실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데, 엽서나 도판으로 보면 축소돼서 그런지 어쩐지 키치 그림 같다.
밀레의 <봄> 같은 경우도 꽤나 큰 작품인데 난 밀레가 농부들이 그리는 좀 고리타분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봄날 소나기가 내린 정원을 그린 이 풍경화를 보고 정말 감탄하고 왜 고흐가 자신의 회화적 아버지라고 했는지 충분히 이해했다.
그렇지만 도판이나 엽서로 보면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는 뻔한 풍경화처럼 보인다.
반면에 휘슬러의 <보라와 녹색의 변주> 같은 경우 실제로 보면 크기가 매우 작고 그리다 만 것처럼 미완성의 느낌이 강하고 형태도 불분명해서 감동이 전혀 없는데 도판이나 엽서로 보니 어스륵한 저녁 무렵 달빛이 강에 비치는 차가운 기운을 옅은 보라색으로 너무나 감각적으로 잘 표현해내 제목과도 매우 잘 어울리고 아주 현대적인 느낌을 받았다.
상징주의 화가인 모로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도판에서 볼 때는 정말 신비롭고 환상적인 느낌이 들어 눈길이 가는데, 실제 가서 보니 어찌나 작은지 그 작은 화면에 온갖 상징물들을 배열해 놔서 조잡한 느낌마저 받았다.
압축과 확대의 차이일까?
이래서 실제 감상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르셰 미술관의 작품 수는 8천여 점에 이른다고 하니 전부 다 볼 수도 없고 이런 전시회를 통해 선별된 작품을 집중적으로 보는 것도 참 좋은 것 같다.
그러나 완성품 대신 습작이나 초벌화가 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데생 작품들도 나름 의의가 있겠으나 굳이 원화를 놔두고 밑그림 작품을 보내는 이유는 뭔지.
이번 전시회에서 새롭게 발견한 화가라면 단연 모네를 꼽겠다.
수련 연작이나 루앙 대성당 같은 추상화 분위기가 나는 작품만 접해서 그런지 모네에 큰 애정이 없었는데 <고디베르 부인> 의 초상화를 보고 정말 반했다.
옆으로 살짝 비틀어 얼굴이 거의 안 보이는, 그러나 비튼 몸이 중심이 되는 기막힌 구도를 취한 것도 그렇고, 부르주아 저택의 화려한 장식과 드레스를 섬세한 필치로 묘사한 능력이 정말 탁월하다.
그의 부인인 카미유의 초상화도 몸을 비틀어 얼굴이 안 보이는 구도를 취했는데 정말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역시 피카소의 말처럼 대가들의 묘사 능력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라파엘로처럼 그릴 수 있는데도 똑같이 모사하는 것을 거부하고 화가만의 주관적 감성으로 사물을 접근했다고 할까?
미술의 관념화, 주관성이 현대 미술의 시작이고 그것이 바로 인상주의가 미술사에서 갖는 의의 같다.
에바 곤잘레스라는 여류 화가를 알게 된 것도 큰 소득.
딱 보는 순간 마네가 생각났는데 역시나 그의 제자였다고 한다.
베르트 모리조 보다 더 마음에 드는 화가다.
전시회도 너무 좋았지만 도록으로 다시 보니 감동이 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