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얼굴, 그림으로 읽기 명화 속 이야기 2
홍진경 지음 / 예담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요즘 그림, 특히 르네상스 시대 그림에 대한 책을 많이 읽다 보니 내용이 자주 겹친다

새롭지가 않고 다 아는 얘기인 경우가 많아 아무래도 책의 흥미가 떨어지는 편이다

그래서 좀 쉬었다 읽으려고 했는데 책 표지의 아름다운 여인이 또 나를 유혹했다

 

흔히 알려진 그림은 아니었는데, 관객을 바라보는 자태가 무척 매혹적이고 우아하다

알고 보니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이었다

체칠리아 갈레라니라는 이탈리아 여인인데, 당시 밀라노 군주였던 루도비코 스포르차의 연인이었다고 한다

저자의 걱정처럼 모나리자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레오나르도의 다른 그림들은 덜 알려진 편이다

그녀의 우아하고 새침한 자태를 보면, 모나 리자와는 또다른 기품있는 아름다움이 전해져 온다

놀랍게도 이 여인의 나이는 겨우 16세라고 한다

당시 유럽의 평균 수명은 40세에 불과했기 때문에 16세면 성인으로 간주했다는 것이다

(루도비코가 그녀를 유혹한 건 겨우 14세 때!!)

 

또 다른 매혹적인 여인은 다비드가 그린 쥘리에트 레카미에 부인이 있다

프랑스 혁명 당시 살았던 여자인데 워낙 예쁘고 부유해 명성이 자자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여자는 몹시도 경박해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해 결국 다비드는 화가 난 나머지 그녀의 그림을 포기해 버리고 말았다

쥘리에트에게 보냈다는 편지를 보면 "화가도 숙녀만큼이나 참을성이 없답니다, 부인" 이라는 문구가 있다

그녀의 초상은 마치 그리스 시대 여신처럼 하늘하늘한 긴 원피스를 입고,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에로틱한 느낌을 준다

다비드라면 나폴레옹 황제의 대관식으로 유명한데, 아름다운 여자의 초상도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그 외에도 렘브란트나 루벤스의 아내들이 등장한다

수공업자에 불과하던 화가들의 지위가 상승하면서 유명세를 얻은 두 화가들은 많은 돈과 높은 지위를 얻었다

그들은 아내와 자신의 초상을 그리면서 귀족처럼 설정했다

루벤스라면 카메라 루시다를 이용하지 않은 화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초상은 숨이 막힐 정도로 사실적이고 아름답다

 

또 다른 매력적인 그림으로는 클림트가 그림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를 들 수 있겠다

흔히 "유딧과 홀로페르네스" 모델로 알려졌는데, 그녀의 초상화를 보면 대단히 관능적이다

클림트의 그림은 황금빛에 어울어져 신비롭고 뇌쇄적인 느낌이 든다

아델레는 오스트리아 은행가의 아내인데 남편과는 17세 차이가 났다고 한다

 

홀바인이 그린 에라스무스 초상도 인상적이었다

에라스무스라면 세계사 시간에 알프스 이북의 르네상스를 이끈 사람이라고 외웠던 기억이 난다

그 때만 해도 그저 역사책 속의 유명한 인물에 불과했는데, 막상 그의 초상화를 보니 살아 있는 인물로 다가 온다

대단히 기품있고 교양있으며 점잖은 학자의 모습이다

에라스무스는 카톨릭 교단의 부패를 비판하고 성경에 기초한 신학적 해석을 강조한 사제로써 당대에 높은 명성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종교 개혁을 한 루터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는데, 요즘 말로 하면 루터는 기독교 근본주의자 수준이었다

우상 파괴를 주장하며 성상과 그림들을 불태우는 루터가 점잖은 학자였던 에라스무스 눈에는 당연히 위험하게 비쳤을 것이다

어떤 대의를 위해서든 폭력은 폭력일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젊은 루터의 초상은 고집스럽고 편협하게 비친다

화가의 의도였는지 모르겠으나, 에라스무스의 여유로움과 비교된다

 

홀바인이 그린 또 다른 초상으로 토마스 모어가 있다

에라스무스의 소개로 영국으로 간 홀바인은 유명세를 얻어 당시 법관이었던 토머스 모어를 그렸다

역사책에만 보던 인물을 실제 그림으로 접하니까 느낌이 사뭇 다르다

토머스 모어 역시 "유토피아"를 지은 인물로만 암기했는데, 그의 초상을 보니 새로운 인물로 다가온다

코가 높고 턱이 뾰족하며 눈이 부리부리 한 게 (너무 전형적인 설명이다!!) 윤곽선이 뚜렷하다

헨리 8세의 이혼을 반대하다 처형당했다는 게 실감날 정도로 무척 강직했을 인상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다

좀 더 깊이 있는 해설을 원한다면 다른 책을 권한다

미술사를 전공한 사람인데도 내용이 다소 가벼운 느낌이 든다

일부러 쉽게 쓴 걸까?

뒷편에는 로마 시대 황제들의 초상과 역사적 배경이 나와 로마 역사 이해에 도움을 준다

그렇지만 조각들은 그다지 감동적이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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