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생각의 한계 - 당신이 뭘 아는지 당신은 어떻게 아는가
로버트 버튼 지음, 김미선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읽으려고 했던 책은 아니고, 희망도서 신청을 했는데 내 이름으로 잘못 기재되어 우연히 빌리게 됐다.
처음에는 쉽게 생각하고 덤볐는데 읽고 보니 상당한 시사점을 주는 책이다.
리처드 도킨스나 칼 세이건의 책을 읽으면서 나는 무신론에 좀 더 확신을 갖게 됐다.
한동안 종교에 대한 회의감이 생기면서 특히 근본주의자들에 대한 반감이 너무 커서 종교 자체를 부정했었다.
제일 이해가 안 갔던 게 바로 창조론을 믿는 과학자들이다.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 어떻게 그 말도 안 되는 창조론을 믿을 수 있으며, 또 그것을 공개적으로 고백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과학과 종교는 결코 같은 맥락에서 대립할 주제가 아님을 깨달았다.
서로 다른 분야라고 해야 하나?
결론적으로 보면 역시 과학은 우주와 생명의 비밀을 푸는 열쇠이나, 인간의 마음, 더 정확히 뇌라는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의미와 목적감을 얻기 위해 매달리게 되는 종교의 효용성을 인정해 주자, 이게 저자의 주장 같다.
넓은 마음으로 한 수 봐 주자는 거다.
노골적으로 이렇게 말하지는 않지만, 궁극적인 결론은 그거다. 

안다는 것은 어떤 객관적인 사실이기 보다는, 안다는 느낌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옳다거나 맞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그냥 느낌일 뿐이다.
저자는 이것을 정신적인 감각으로 표현했다.
그러므로 신념이든 확신이든 혹은 진리듯 어쩔 수 없이 다 궁극적으로는 주관적인 것이다.
내가 그렇게 느끼고 있을 뿐, 반드시 그렇다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진화론에 대해 말할 때도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진화론의 가치가 깎이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창조론이 힘을 얻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힘이 더 센 진화론자들의 절대적 확신을 공격하지만, 말하지 않은 이면에는 창조론자들에 대한 경고도 숨어 있다.
압도적인 증거를 가진 진화론이 이 정도로 겸손해야 한다면 실제적인 증거가 거의 없는 창조론은 더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저자는 종교의 효용성에 대해 인간에게 의미와 목적감을 준다고 했다.
아무리 우주의 신비를 밝힌다 해도 그 과학적 사실이 우리가 살아가는 의미나 목적의식을 주기는 어렵다.
리처드 도킨스 같은 사람에게는 살아가는 이유와 확신을 주겠지만 매우 예외적인 경우임을 인정하자.
(그런 이유로 저자는 도킨스를 이성을 신봉하는 종교인으로 보기도 했다)
그러므로 플라시보 효과를 인정하듯 인간에게 위안을 주는 종교의 효용성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은, 학교에서 창조론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본주의자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저자에게 묻고 싶다.
과학과 종교가 명백히 다른 관점에서 서로 다른 분야에 속해 있는데 그 과학의 영역까지 파고들려고 하는 근본주의자들에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오늘날 인간에게 의미와 목적감을 주는 이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드는 종교인들의 이 어처구니 없는 실상에 좀 더 관심을 갖는다면 저자 역시 도킨스처럼 신은 없다고 좀 더 확실하게 주장하지 않을까? 

제일 인상깊었던 구절은 대체요법에 대한 저자의 태도였다.
정통 의학자인 저자는 이 대체요법이나 민간요법, 일부 기적이라 불리는 사례들에 대해서 좀 더 너그러운 관점을 취한다.
결코 이들을 틀렸다고 단정짓지 않고 (플라시보 효과라는 것도 있으니까) 다만 내가 이것을 다른 사람에 권할 때는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고 몇 개의 경우에 불과하며 다른 case 에도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장담할 수는 없음을 분명히 환자에게 알리라고 한다.
즉 나의 주관적인 신념과 확신임을 분명히 밝히라는 것이다.
내 관찰 결과가 필연적으로 의학적 성과를 이끌고 그것이 대부분의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될지 어떨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만약 대규모 실험을 통해 그렇다고 확인된다면 이미 그것은 대체요법이라는 말 대신 정통의학으로 포함될 것이다.
정말 이 정도의 양심을 지켜 준다면 대체요법에 대해서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이 편견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롭지 못한지, 또 생각의 한계가 얼마나 분명한지 새롭게 깨달았고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사물을 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 한 권을 읽고 삶의 태도에 변화를 줄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은 성과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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