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전의 역사 - 전쟁의 제1법칙, 보급이 전장을 좌우한다 KODEF 세계 전쟁사 29
마르틴 반 크레펠트 지음, 우보형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재밌으면서도 어렵게 읽었다.
기본적으로 유럽 전쟁사에 대해 무지한 탓에 지명이나 인물들이 너무 생소해 처음에는 몰입이 잘 안 됐다.
뒷쪽으로 가면서 1,2 차 세계대전이 나오니까 그제서야 좀 감이 잡히고 대충 넘어갔던 앞쪽의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이라든가 나폴레옹 전쟁 등을 다시 읽으면서 이해도를 높힐 수 있었다.
보급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솔직히 책을 읽기 전에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전쟁은 전략과 전술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신무기나 지형 활용, 군대의 숫자 이런 게 좌우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보니 보급이야 말로 전쟁의 양상과 승패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임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보급은 전면에 다뤄지지 않았을까?
책에도 나온 바지만 식량과 탄환 보급을 신경쓰는 건 전혀 멋있어 보이지가 않고, 더 결정적인 이유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모든 상황을 다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장군들이 수학자나 공학자가 아닌 이상 최적의 보급 상태를 제공할 수도 없다는 사실이다.
시대적 한계도 분명히 작용했을 것이다.
철도가 발명되기 전에는 말이 끄는 수레가 나르던지 배로 운송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전근대 군대들은 가능하면 강을 끼고 진격하려고 했다.
수레에 비해 선박은 훨씬 많은 양을 수송할 수 있고 빠르게 운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도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수송량은 비약적으로 커졌으나 문제는 철도의 종단점과 실제 전투지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1차 대전 때도 여전히 말이 끄는 수레가 보급을 담당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2차 대전 당시 독일은 차량 수송을 계획했는데 연료와 고무를 자국에서 충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히틀러의 야심찬 계획은 실패에 돌아갔다고 한다.
당시 경제력으로 전 보급을 차량에 맡길 수 있는 국가는 오직 미국 뿐이었다고 한다. 

역사책을 읽으면서 항상 분노했던 것이, 침략군의 민간인 약탈이었다. 
특히 우리나라 역사는 남의 나라를 침략한 것보다는 거의 대부분 침략을 당한 쪽이라 왜군이나 몽골군, 청나라 군, 심지어 도와 주러 왔다는 명군까지 민간인 약탈에 열을 올렸다는 내용이 많아 군대 기강의 해이함과 침략군의 잔인함에 치를 떨곤 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전근대 군대에 있어 약탈이란 필수적인 보급 과정이란 걸 알게 됐다.
보급 수단은 한계가 있고 군사들이 이고 지고 오는 양도 정해져 있다.
그나마 행군이 길어지면 식량을 버리는 일도 속출한다.
본격적인 수송부대가 생긴 것도 나폴레옹 전쟁부터라고 한다.
그러니 그 전에는 대부분의 보급을 현지에서 조달하는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말 같은 경우 인간에 비해 무려 열 배를 먹기 때문에 사료 공급도 큰 문제였다.
왜 한국에서 말을 육성할 수 없었는지 이해가 되고, 대체 몽골군은 그 넓은 땅을 어떻게 누빌 수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현지징발은 전근대 군대의 보급에 필수적이었다.
그러니 도망칠 때 식량을 다 태워 버리는 청야전술이 먹힐 수 밖에.
심지어 유럽에서는 끊임없이 이동하지 않으면 현지에서 징발할 수 있는 식량이 떨어져 버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움직였다고 한다.
이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길어지는 포위전이다.
18세기까지 요새는 매우 철저하게 방어되어 점령하려면 일곱 배 이상의 병력이 있어야 하고, 수 개월간 포위전이 지속되면 공격하는 쪽에서 식량 부족으로 지치는 일이 태반이라 쉽게 이기기 힘들었다고 한다. 

이런 전쟁 양상을 단번에 바꾼 이가 바로 나폴레옹이다.
나폴레옹이 등장하면서 전쟁은 포위전에서 전면전으로 바뀐다.
한꺼번에 적을 섬멸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나폴레옹이 모든 성을 방치해 둔 것은 아니었다.
프랑스 대육군은 징병제로 포위전에 군사를 남겨 두고도 전면전을 벌일 만큼 충분한 병력이 있었던 것이다.
또 나폴레옹은 체계적인 보급을 위해 진격하는 루트에 보급창을 세워 먼저 보급 물자들을 채워 넣고, 수송부대를 만들어 공급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준비가 완벽했던 러시아 침략이 실패했던 것은, 기본적으로 전선이 너무 길어졌기 때문에 당시 수송 능력으로는 도저히 보급을 감당할 수 없었다.
도로는 엉망이고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하는 마을들은 유럽의 풍부한 곡창지대와는 달리 현지징발할 물자가 없다.
이것은 2차 대전 당시 히틀러도 마찬가지로, 러시아 철도 궤도는 독일 철도와 맞지도 않아 이용하기 힘들었고 차량은 계속 진흙탕에 빠져 원활한 보급이 이뤄질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1차 대전 이후 탄약은 엄청나게 소비되어 현지에서 도저히 충당할 수가 없는 문제였다.
이런 이유로 북아프리카에서 롬멜은 히틀러의 지원을 제대로 받을 수가 없었고 그 역시 길어진 보급선 문제로 이집트 공격에 실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유럽 전쟁사에 무지해서 읽느라 고생을 좀 했지만, 전쟁의 진짜 양상을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1, 2차 세계대전에 관심이 생긴다.
결국 이런저런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거두려면 압도적으로 우세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