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조형 예술 - 아름다운 지중해 세계로 빠져들다 지중해지역원 인문총서
지중해지역원 지음 / 이담북스 / 2009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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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의도가 무척 좋아서 도서관에 신간 신청을 한 책이다.
지중해를 상징하는 파란 바탕의 디자인도 신선해 보였다.
편집도 보기 편하게 활자와 사진을 배치해 눈이 피로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용은 솔직히 약간 산만하다.
여러 필자가 나눠 쓴 것이라 통일성이 약할 수 밖에 없고, 아무리 지중해 지방으로 대상을 축소시킨다고 해도 여러 나라를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공통 요소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따로국밥이 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슬람과 그리스, 터키 문화, 스페인, 이탈리아 문화 등을 소개한 것은 좋았지만 어쩐지 수박 겉핥기에 그친 미진한 느낌도 든다.
또 주제가 조형예술이다 보니 회화, 건축, 조각 등으로 세분화 되어 한 권의 책으로 훑기에는 역부족이다.
차라리 주제를 좁혀 그리스 조각, 이슬람 건축양식, 이런 식으로 읽는 게 나을 것 같다. 

이번에 터키 여행 다녀온 게 책을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아야 소피야 성당과 블루 모스크 등을 단지 설명만으로 상상했다면 아마 그 규모와 화려함, 장엄함에 대해 나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졌을 것이다.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꼈기 때문에 책의 설명이 마음으로 와 닿는다.
끝없는 찬사에 비해 다소 실망스러운 면도 없지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예술 작품임은 분명하다.
스페인의 알람브라 궁전도 직접 다녀와서 더 실감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워싱턴 어빙의 책은 읽을 때는 무슨 옛날 이야기 모음집도 아니고, 좀 지루했는데 그런 이미지들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알람브라의 전체적인 느낌이 완성된 것 같다.
나무들이 우거진 여름정원 헤네랄리페, 열 두 마리 사자가 지키고 있는 분수대 (이건 복원공사 중인지 가려져 있었다) 등 책을 보니 그 때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건축 분야는 모르는 용어들이 많아 이해하기가 좀 어려웠다.
그림과 함께 쉽게 설명된 기본적인 건축학 책을 먼저 봐야 할 것 같다.
건물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건축물이야 말로 한 시대의 예술 정신을 총집합해 놓은 완성품 같다.
특히 유럽의 성당이나 이슬람의 사원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번 스페인 여행 때 세비야에 못 가 봐서 세비야 대성당을 못 본 게 무척 아쉽다. 

새로운 발견은 이스라엘의 조형미술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스라엘은 유대교나 팔레스타인 분쟁 등으로만 알려졌지 예술 세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이미지가 없었던 것 같다.
살아있는 형상을 만들지 말라는 율법에 따라 인물상 등을 조각하거나 회화로 남기지는 않았으나 대신 솔로몬의 성전과 같은 건축문화가 중요시 되고, 여러 명절 때 쓰이는 의례도구 등도 매우 섬세하게 세공한다.
사진으로 보니 무척 화려하고 아름다워 관심이 간다.
특히 현대로 오면서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조각 작품들이 시도되고 있는데 인상적인 작품들이 많았다.
유대인 하면 어쩐지 배타적이고 선민의식에다가 피해의식도 클 것 같은데 의외로 셈족으로서의 히브리 정체성을 주장하는 단찌거 같은 예술가들도 많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 이스라엘의 현대 미술에 대해서도 알아 보고 싶다. 

이슬람의 칼리그라피는 중국의 서예와는 또다른 대단히 장식적인 문자예술이다.
막연히 아랍문자도 한자처럼 조형미가 있다, 이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직접 보니 서예와는 분야가 완전히 다른 예술 같다.
서예는 글자가 갖는 조형미를 중시하는 반면, 칼리그라피는 장식적 도안으로써 기능하는 느낌이다.
흘림체로 쓰는 초서도 읽기 힘들지만, 칼리그라피 역시 지나치게 장식에 치우진 나머지 글자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버린 서체도 있다고 한다.
하여튼 예전에 아랍 문화에 대해 모를 때는 정말 이상한 글자 체계다, 라고 생각했는데 관심을 갖고 보니 놀랍도록 화려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느낀다.
형상을 새기거나 그리지 못하게 한 대신, 식물 문양이나 글자를 이용해 이렇게 아름다운 장식 문화를 탄생시킨 이슬람의 지혜와 능력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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