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감 본능 - 우리는 왜 초콜릿과 음악, 모험, 페로몬에 열광하는가
진 월렌스타인 지음,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서점에서 처음 제목을 보고 일종의 심리서 비슷한 건 줄 알았다.
그래서 가볍게 생각했는데 의외로 내용이 상당히 과학적이다.
가벼운 제목과는 다르게 내용은 생물학적 베이스가 탄탄해 상당히 집중하면서 읽었다.
하나의 주제에 명료하게 수렴하기 때문에 주제의식은 선명하지만 대신 동어반복이 계속되서 좀 지루하기도 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다.
인간의 뇌는 기본적인 배선만 이루어진 채 태어난다.
그 후의 정교한 미세조정은 뇌 발달에 자극이 되는 특정 경험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 때 반드시 해야 하는 경험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로 쾌감이다.
쾌감은 인간이 타고 나면서부터 갖고 있는 선호 체계인 것이다.
이를테면 신생아는 엄마가 자장가를 불러 주고 가볍게 안고 흔들면 잠이 잘 든다.
이것은 운율과 리듬, 운동을 좋아하는 선호 경향이 내제되어 있기 때문인데 이 경향성 때문에 커서도 인간은 음악을 찾게 되고 춤을 즐기며 스포츠를 즐긴다.
또 신생아는 대칭과 비례를 좋아한다.
비대칭의 얼굴 보다 대칭형의 얼굴을 좋아하는 것은 본능적이다.
특히 사람의 얼굴에 매우 친숙한 반응을 보이는데 이런 행동은 엄마와 애착 관계를 형성시켜 보살핌을 받게 만든다.
그러므로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어느 정도는 보편적이라 할 수 있다.
단 맛과 기름진 것을 좋아하는 미감도 그렇다.
당은 에너지를 만드는 원천이기 때문에 날 때부터 젖당이 들어 있는 모유를 찾게 되고, 진화상으로 봤을 때도 과일에 들어 있는 당을 섭취하기 위해 단 맛에 길들여졌다.
지방의 경우는 세포막을 만들고 뇌 발달에 필수적이므로 자연스레 기름진 것을 찾게 된다. 

2만 5천개의 유전자만 가지고는 뇌의 엄청난 기능을 다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 몸은 영리하게도 기본적인 배선만 구축한 다음 나머지 미세한 조정은 출생 후 경험을 통해 이뤄지게끔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그러므로 양육이냐 본성이냐는 주제는 잘못된 이분법인 셈이다.
책을 읽다 보니 뱃속에 들어 있는 아이에 대한 양육의 책임감이 엄청나게 느껴져 은근히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뒷부분에 나오는 중독에 대한 이야기도 새겨 들을만 하다.
암페타민 계열의 마약, 즉 코카인이나 필로폰 같은 경우는 자신감을 불러 일으키고 기분을 고양시킨다.
반대로 오피오이드 계열의 마약, 즉 헤로인이나 몰핀 등은 불안감을 진정시키고 기분을 이완시킨다.
이런 합성 화합물의 치명적인 단점은, 쾌감중추가 작동하는 정상적인 회선을 교란시키기 때문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욱 많은 양을 요구해 중독시킨다는데 있다.
자신감이나 편안한 느낌 등은 사회적 유대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저자의 충고가 마음에 와 닿는다.
마약이 가족과 사회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소외자들에게 즐거운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데 사용된다는 사실이 상당히 신선하게 들린다.
전에는 중독자들을 의지박약이나 실패자들로 봤는데 보살펴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생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잘 쓰여진 책이고 다소 자극적인 제목과는 다르게 매우 건전하다.
번역도 매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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