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역사
이상태 지음 / 지오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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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읽었던 <양치 식물의 역사> 와 비슷한 포맷의 책으로, 그 책보다 더 쉽고 재밌게 쓰여 있다.
번역서가 아니라 그런지 문장도 이해하기 쉽고 저자가 꼼꼼하게 과학적 사실들을 설명해 준다.
식물의 사진들도 많이 실려 있어 보는 즐거움도 컸다.
전에는 식물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흥미가 많이 생겼다.
칼 세이건의 전 아내로도 알려진 린 마굴리스의 미토콘드리아 공생설이 실은, 혐기성 세균 안에 호기성 세균이 내공생 하게 된 사건을 일컫는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식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김이 바로 바다 가장 깊은 곳에 살고 있는 홍조류의 일종임도 책을 통해 알게 됐다.
김이 붉은 색을 띄는 이유는, 가시광선 중 보라색이 가장 강하기 때문에 바다 속 깊이 침투할 수 있는데, 이 보라색을 이용해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색소가 바로 빨간색 색소라고 한다.
반대로 가장 윗부분에서 반사되는 붉은 광선은 초록색 색소인 엽록소를 가진 녹조류가 잘 흡수하고, 그런 이유로 바다 표층에서 산다고 한다.
흔한 말이지만, 이런 걸 보면 자연의 신비는 얼마나 놀라운지! 

양치식물에서는 이해가 잘 안 갔던 세대교대도 그림과 함께 자세히 설명되어 큰 도움이 됐다.
반수체인 1N의 배우자체는 유전자가 전부 발현되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생겨도 100% 다 표현된다.
반면 배수체인 2N의 포자체 세대가 되면 상동 염색체의 두 유전자 중 우성만 발현되고, 돌연변이가 생기면 두 개가 다 고장나야 표현이 되기 때문에 생존에 더 유리하고 유해한 돌연변이로부터 개체를 보호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육상으로 올라오기 위해서는 배수체가 되야 한다.
식물의 육상에도 변형설과 삽입설이 있는데 유전 분석이 활발해지면서 요즘에는 삽입설이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어찌 보면 동물보다 더 간단한 구조를 가졌을 것 같은데 혐기성 세균에서 광합성 세균이 탄생하고, 광합성 결과 산소가 생기면서 그것을 대사할 수 있는 호기성 세균이 태어나고, 다시 이 호기성 세균이 혐기성 세균과 공생하게 되고 핵이 유전자를 보다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진핵생물로 발전하고 거기서 녹조류와 선태류 등이 발달하고 배아를 더 완벽하게 지킬 수 있는 씨방을 가진 피자식물에 오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마치 하나의 잘 만들어진 알고리즘처럼 너무나 정교하고 완벽하다.
생명의 탄생에서 오늘날의 다양한 종들이 있기까지 진화의 과정은, 그것이 너무 정교하고 완벽해 창조주의 존재를 범신론적 차원에서 인정할 수도 있겠구나 싶을 정도다.
사막 식물이나 고산 식물들의 적응 형태도 굉장히 재밌게 읽었고 사진도 무척 유용했다.
책 제목은 <식물의 역사>지만, 생명의 역사를 개략적으로 설명한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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