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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역사 3 - 전란의 시대 : 고려후기편
임용한 지음 / 혜안 / 2008년 10월
평점 :
어제에 이어 시리즈로 나온 세 번째 책을 읽었다.
2권보다는 가독성이 약간 떨어졌지만 재밌게 읽었다.
어찌 보면 도둑떼에 불과한 홍건적의 잔당이나 망한 나라의 유민격인 거란의 후예들이 재차 침공하여 국왕이 피난을 떠날 정도로 큰 타격을 줬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했다.
하긴, 왜구 역시 단지 해적떼에 불과한데 심지어 개경을 침범하기까지 했으니...
고려라는 나라가 후기로 갈수록 무신정권 등에 의해 군대가 사병화 되고 국가 체계가 일당 독재로 변해 정상적인 기능을 하기 힘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으로 미뤄 보자면, 무신정권을 기득권층 대신 새로운 계층의 유입으로 사회에 변혁을 꾀했다는 평가는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저자의 말대로 사회안정은 특권층의 양산이나 출신 성분의 변화가 아닌, 국가 체계를 통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니까.
묘청의 서경천도 때 김부식과, 윤관의 아들인 윤이언의 활약상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고 칭제건원이 얼마나 허망한 얘기인지 새삼 느꼈다.
저자의 평가대로 신채호의 민족주의적 역사인식은 그야말로 본인이 살았던 당대에 의미가 있던 얘기 같다.
몽골에 대항하여 30년을 싸웠다는 것도 대몽항쟁의 측면에서 평가받을 점이 분명히 있긴 하겠으나 궁극적으로 정권을 잡고 있던 최씨 일가의 매우 이기적이고 근시안적인 일방적 정권유지용 천도였음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저자가 지적한 바대로 지배층은 바다로 둘러싸였으나 수로를 통해 세금은 꼬박꼬박 받을 수 있는 강화도로 숨어 버리고, 나머지 백성들은 몽골이 침입하면 산으로 들어가 숨으라는데 대체 몇 개월씩 식량 가지고 전 국민이 숨어 있을 곳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야말로 너희 알아서 해라는 나 모르겠다, 정책의 대표적 표상이다.
지역을 수비하는 향촌 조직마저 무너져 한 번씩 몽골이 침입하면 수 개월 동안 그 침략을 고스란히 당하고 있었어야 할 고려 백성들의 안타까운 현실이 눈에 밟힌다.
삼별초 역시 외세의 침략에 대항해 자주적인 독립 운동을 했다고 평가하기에는, 무신 정권 기간 동안 권력을 담당했던 태생적 한계가 너무나 분명하고 심지어 제주도로 들어간 후 동녕부나 쌍성총관부처럼 고려에서 떨어져 나가 일종의 직할지가 되게 해달라는 화친 문서까지 보낼 정도였으니 과연 그 성격이 무신정권이 무너지고 나서 고려 정부에 대한 반란이었는지 정말로 공격의 목표가 몽골이라는 외세였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뒷편에 나온 왜구와의 전쟁은 최영과 이성계 등이 등장해 무척 재밌게 읽었다.
1250년에 갑자기 수가 불어나 내륙까지 침범하게 된 왜구를 가리켜 경인의 왜구라고 하는데, 전국 시대의 혼란기 후 일본 사회가 팽창하면서 왜구 세력도 단순한 노략질을 넘어 마치 북방의 유목 국가들처럼 주변 국가를 뒤흔들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가진 집단으로 성장했음을 주목해야 한다.
고려 말기의 혼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신흥 무인 계층들이 정권을 잡게 되고 결국 이성계에 의한 혁명이 이루어졌으니 조선의 개국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 같다.
또 왜구를 소탕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수군을 창설하고 화약을 개발한 고려 말기의 노력이, 후에 임진왜란 때 수군의 승리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평가는 무척 신선했다.
지금까지 주적은 언제나 북방이었지 바다 건너 왜구였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굳이 수군을 운영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조선이 건국되고 세종 때 쓰시마 섬 정벌을 계기로 왜구 문제를 완전히 잠재운 점은, 평가받아야 할 부분 같다.
굵직굵직한 외침들이 자세히 정리되어 당시 역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고 특히, 지도가 상세하게 첨부되어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전쟁사는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공성전이나 군대의 운영 같은 기본틀을 어느 정도 숙지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