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미국 미술관 - 문화저널리스트 박진현의
박진현 지음 / 예담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도서관 서가에 꽂힌 걸 보고 즉흥적으로 읽게 된 책.
서구의 미술관은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기 때문에 미술관 소개책이 나오면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더군다나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미국 미술관이라니, 흥미가 생겨 당장 집어 들었다.
반갑게도 저자는 내 고향인 광주의 신문 기자였다.
지방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이런 책을 내는구나 하는 약간의 문화적 충격도 있었다.
이름만 보고 남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여기자라 더 반가웠다.
400 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인데 사진이 많아 금방 읽을 수 있었다.
미국 미술관 하면 뉴욕의 유명한 미술관들, 메트로폴리탄이나 MoMA 정도가 전부였는데 살펴 보니 도시마다 미술관들이 참 많다.
미술관이라는 제도 자체가 서양에서 시작해서인지 또 현재의 문화 흐름을 서양이 주도해서인지 미술관 문화는 아직 우리가 따라 갈 수 없는 것 같다.
제일 부러웠던 점은, 도시마다 대표 미술관이 있고 규모나 컬렉션의 질 면에서 결코 떨어지지 않으며 무엇보다 지역사회와의 연계가 잘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저자도 이 점에 초점을 맞춰 지역사회의 문화 향유와 교육을 위해 미술관이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하는 글을 따로 실었다.
문화나 여가생활 하면 기껏해야 영화 보고 외식하고 헬스 클럽 가는 정도 생각하기 쉬운데 미술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자연스러진다면 삶이 훨씬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특히 은퇴한 노인들을 중심으로 엘더 호스텔 같은 프로그램을 운여하는 점이 부러웠다.
4박 5일 코스로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을 방문하면서 문화 강좌나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가끔 중앙박물관에 가 보면 연세 지긋하신 노인 분들이 해설사로 자원봉사 하시기도 하고 큐레이터 강의에 참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노인들도 이제 손자 손녀 보는 노동에서 벗어나 은퇴 이후의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미국 미술관과 관련하여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억만장자들의 기부 문화다.
저자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측면에서 큰손들의 기부 문화를 칭찬했지만, 약간의 어두운 면도 보인다.
시민 사회에 받은 것을 돌려준다는 의미는 충분히 평가받아 마땅하지만, 자본주의 사회라는 게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엄청난 부를 한꺼번에 몰아주는 시스템이라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대체 어떻게 하면 이렇게 엄청난 돈을 순식간에 벌 수 있단 말일까?
탈세, 불법 합병 같은 걸 저지르면서 법의 수사망을 교묘히 빠져 나가다가 큰 돈을 모으면 나중에 사회 환원한다고 해서 끝은 아닌 것 같다.
일례로 삼성의 리움 미술관도 불법 비자금으로 작품 구입했다고 수사에 오르지 않았는가.
기부 문화와 기업의 투명성은 반드시 별개로 치부되야 한다.
경매 시장에서 거래되는 미술품의 천문학적 액수를 보면 억소리가 나면서 대체 저런 엄청난 돈들이 어떻게 한 개인에게 쏠릴 수 있단 말인가 의문스럽다. 

우리에게 덜 알려진 미국 미술관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고 기회가 되면 뉴욕으로 미술관 투어를 꼭 다녀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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