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는 언제 치나요?
다니엘 호프 외 지음, 김진아 옮김 / 문학세계사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클래식, 항상 가까이 하고 싶고 더 알고 싶고, 무엇보다 즐기고 싶지만 일종의 벽 같은 게 느껴지는 어려운 분야.
관심은 있는데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수준이 안 된다고 해야 할까?
책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나에게는 무척 어려운 분야다.
그렇지만 가끔 차를 타고 갈 때 듣게 되는 베토벤이나 모짜르트의 교향곡이 나오면 정말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흥분과 격정을 느낄 때가 있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곡을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클래식이 죽긴 왜 죽어, 이렇게 사람을 흥분시키는데 이러면서 터질 것 같은 격렬함을 혼자 삭일 때가 있다.
클래식 애호가들은 이런 감정을 자주 느끼는 사람들이겠지?
책은 쉽다.
어떤 책이 됐든 호기심이 넘쳐 나고 신간이 나오면 그 즉시 읽어 줘야 할 것 같고, 힘들고 지칠 때 위로가 되고 하여튼 언제라도 내가 가까이 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만만한 매체다.
그런데 음악은 그렇지가 않다.
미술보다 더 어렵고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금방 흥미를 잃고 나가 떨어진다.
그래서 직접 음악회에도 가 보고 MP3로 듣기도 하는데 역시 내가 가장 친숙한 분야, 책을 통해 음악을 알려는 시도를 자주 한다.
박종호씨처럼 매끄러운 문장으로 클래식을 소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직업 연주자가 들려주는 무대 위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사실 아주 재밌지는 않았다.
콘서트에 문외한인 친구 부부를 자신이 연주하는 음악회에 초대하여 감상하기까지의 과정을 기본 골자로 하여, 콘서트 관람 전 과정을 설명하는 식이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개인적인 감상이 많아 살짝 지루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현장에서 직접 연주하는 솔리스트로서의 생생한 경험이 녹아 있어 신선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엄청나게 몰입해서 봤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를 떠올리며 혼자 웃기도 했다.
자부심과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수십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조율해야 하는 지휘자라는 역할에 대해 생각해 봤다.
한 때는 지휘자가 무슨 필요가 있어, 이런 생각도 했는데 혼자 하는 연주가 아니니 전체를 이끌고 갈 리더는 분명히 필요하고 또 전반적인 흐름과 분위기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리라.
이런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솔리스트의 조화는 여러 번 연주해서 좋은 음만 뽑아 녹음한 CD 로는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기 어려울 것 같다.
저자의 충고대로 콘서트홀에 가서 단 한 번 뿐인 바로 그 연주를 들을 때, 그 때 느끼는 감정은 집에서 듣는 CD와는 또다른 경험일 것 같다.
저자는 21세기에도 과연 클래식이 살아 있는 음악으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를 염려하는데, 정답은 저자의 처방대로 콘서트가 보다 활성화 되야 한다는 것이다. 

왜 극장가는 것처럼 친구를 만나 가벼운 마음으로 음악회에 가는 것은 어려울까?
일단 클래식 자체가 갖는 예술적 수준이 벽으로 작용한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누구나 볼 수 있지만, 클래식은 약간의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정말 명곡은 누가 들어도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흥분을 주지만 대체적으로 클래식은 대중문화 보다는 약간의 수준을 관객에게 요구한다.
또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즐거움은 진지한 즐거움이다, 라는 격언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니 클래식이 대중매체나 학교 교육 등을 통해 보다 널리 알려져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 문제는 저자도 지적한 바대로 비싼 입장료다.
아마 저자 역시 꽤 비싼 출연료를 받는 것 같은데, 플라시도 도밍고가 하소연 한 것처럼 헐리우드 스타들은 몇 백억을 버는데 그에 비하면 유명 음악가의 출연료는 문제삼을 만한 게 못 될 수도 있다.
영화는 전 세계 수십 억이 단 한 번의 촬영으로 한꺼번에 즐길 수 있지만, 음악회는 기껏해야 수 천 명이 한 두 번 들을 수 있는 것이니 따지고 보면 음악회의 입장료가 아주 비싼 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관객 입장에서는 유명 음악가가 내한하면 기본이 십 만원인 현실은 확실히 부담이 된다.
저자의 말대로 시즌 티켓을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꾸준히 음악회에 가는 계기도 되고 유명 연주회를 할인받을 수도 있으니까.
사실 저자 역시 스타 음악가들의 비싼 출연료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스타의 존재는 대중의 관심 환기라는 측면에서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니 너무 배아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항상 클래식은 멀게만 느껴졌는데 집에서나 길가다가 잠깐씩 들을 게 아니라 콘서트홀에 가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직접 체험해 보는 기회를 늘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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