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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니아 찬가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다소 힘들게 읽은 책.
이번에 터키 여행 가서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
지난 번 스페인에서도 읽으려고 했다가 못 읽고 반납했는데 이번에는 드디어 읽었다.
300 페이지 정도로 분량이 많지는 않은데, 소설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전쟁 체험록이라 해야 할까?
기승전결의 서사 구조가 아니라 다소 지루했던 것 같다.
그러나 조지 오웰 특유의 위트있고 콕 꼬집는 문장력은 잘 살아 있어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아마 스페인 내전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해 독서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읽기 전에는 프랑코의 쿠데타에 맞서 싸운 전세계 지식인들의 자유를 향한 투쟁, 동지애 이런 격한 감정적 서술을 기대했는데 막상 내용은 트로츠키파로 몰여 투옥되고 살해당한 의용군들의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묘사했다.
처음에는 파시스트에 대항하여 한 마음으로 싸웠으나 시간이 갈수록 소련의 지령을 받는 공산당에 의해 오히려 파시스트로 몰려 인민정부 시절 어처구니 없이 투옥되고 재판도 없이 사형당한 동지들에 대한 세상의 오해가 너무나 억울했던 오웰은, 그들을 위한 긴긴 해명의 글을 쓴다.
그러니까 이 글은, 프랑코가 완전히 스페인의 정권을 쥐기 전인, 인민정부 시절의 기록인 셈이다.
왜 그가 자신과 하등 관계도 없는 스페인까지 날아가 전쟁에 참여했는지에 대한 서술은 오히려 거의 없는 편이다.
그래서 내용이 다소 건조하고 어떤 면에서는 감정의 과잉이나 자의식이 적어 읽기 편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예로 거칠게 비유하자면, 독립운동가들이 해방 후 빨갱이로 몰려 학살당하는 건국 직후의 풍경이라고 할까?
프랑코는 당시 식민지였던 모로코의 사령관이었다고 한다.
프랑코의 군사 쿠데타에 맞서 용감하게 일어선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혁명은 스페인에 투자한 영국, 러시아 등의 외부 세력에 의해 계급 투쟁이라는 혁명적 성격은 묻혀지고 일종의 폭도로 그려진다.
지주 자본주의 계급에 의해 나라가 안정되어야 투자금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누가 됐든 (파시즘이든 구세력이든) 현 상태만 안정화 시키면 됐던 것이다.
외세의 신문 보도에 오웰이 분통을 터뜨리는 것도 이해가 된다.
마치 한국의 5.18이 폭도들의 난동으로 묘사됐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스페인의 혁명을 지지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모여든 이 의용군의 실태는, 일종의 오합지졸이라고 할까?
군기나 훈련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보급품과 무기마저 턱없이 부족한. 심지어 배급을 준다고 하니까 모여든 열 대여섯 살의 어린 꼬마애들까지 끼어 파시스트들에 의해 부상을 입는 것 보다 총을 잘못 다뤄 스스로 상처를 입는 경우가 훨씬 많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어찌나 잘 묘사하는지 읽는 내내 서글픈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정말로 두려워 했던 것은, 적군이 아니라 추위와 졸음이었다는 한 문장으로도 당시 분위기를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형편없는 상황 속에서도 의용군들은 전선을 이탈하지 않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고 계급을 떠나 모두가 주체성을 가지고 진정으로 평등하게 서로를 대할 수 있었던 그 잠깐의 시간이 작가에게 얼마나 소중한 체험이었는지도 절절하게 묘사한다.
이런 솔직하고 섬세한 서술이야 말로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