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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스라엘의 기원
허셜 섕크스 외 지음, 강승일 옮김 / 한국신학연구소 / 2008년 9월
평점 :
핑컬스타인의 책, <성경: 고고학인가 전설인가> 를 인상깊게 읽은 나로서는 그와 대립되는 관점도 궁금했었던 차에 너무나 간결하고 매혹적인 제목에 반해 읽게 됐다.
고대 이스라엘의 기원은 과연 어디인가?
한국신학연구소라는 기독교적인 출판사 이름 때문에 약간 망설이기도 했지만, 최소주의자인 핑컬스타인의 반론이 실릴 만큼 공정성을 유지하려고 애썼고 무엇보다 성경 무오류설을 신봉하면서 성경에 맞춰 역사를 해석하려는 얼치기 아마추어 학자들이 아니라 (진화론을 부정하는 책을 읽어 보면 그 논의 수준의 얕음에 진짜 한숨이 나올 정도다) 성서 고고학을 전공한 이들의 전문성이 돋보여 신뢰가 간다.
미국에 있는 박물관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주최한 강연회 내용이라 쉽게 설명됐다.
역시 진짜 실력있는 전문가란 어렵게 설명하는 게 아니라 어려운 내용을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같다.
오히려 놀랐던 점은, 핑컬스타인의 책에서 읽은 최소주의자의 입장이 최근에는 거의 다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세한 부분에서는 논란이 여전히 존재하나, 상당히 많은 부분이 학자들 사이에서 정설로 정립이 되어 있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이스라엘 사람들이 외부인이 아니라 가나안 정착민이라는 사실이다.
뜬금없이 이집트에서 나타나 가나안 주민들을 죄다 몰아내고 (여호수아의 정복) 약속의 땅을 차지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정착민들이 약간의 외부인과 합쳐져 혼인과 종교를 통해 이스라엘이라는 민족 의식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오늘날 이스라엘의 기원은 철기 1기 시대인 기원전 1200년 전으로 잡고 있다.
그 전 시대, 청동기 4기 때는 가나안에 사람이 전혀 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므로 여호수아는 아무리 성벽을 정복하고 선주민을 몰아 내고 싶어도, 깨부술 성벽도 없고 몰아낼 주민도 없었으므로 이것은 상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야지, 역사적 사실이 될 수 없다는 게 이 책의 핵심이다.
여호수아가 손을 들어 태양아, 멈춰라 하니까 정말로 하루 동안 태양이 고정되어 낮이 계속됐다는 성경의 문장을 가지고 고대의 천문학 운동에 하루의 시간차가 생겼다는 걸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얼치기 학자연 하는 종교인들이 생각나 웃음이 난다.
역사적 사실과 유물이 성경과 부합하나를 따져 보는 대신, 역사적 사실과 유물을 성경의 문장에 끼워 맞추기 위해 이상한 조합을 하는 기독교인들.
차라리 이런 사람들이 그냥 종교인이라고 하면 덜 미울텐데, 전문가나 학자 행세를 하니 화가 난다.
어떻게 해서 해안가 대신 가나안 산간 지역에 갑자기 사람들이 모여 들면서 이스라엘 민족을 이루게 됐는지에 대한 가설은 다양하다.
마르크스적인 입장에서, 기존의 농민들이 반란을 일으켜 산간 지대로 몰려 든 후 공동체를 이뤘다는 농민봉기설은 이제 거의 힘을 잃는 것 같다.
핑컬스타인 책에서는 외부 유입이 전혀 없었다고 (이집트의 노예 생활은 완전히 허구로 본다) 주장했는데 이 책에서는 약간의 이주민과 산간 지대의 원주민들이 결합했다고 본다.
이들을 매개한 것이 바로 야훼라는 종교였다는 것이다.
민족이란 어떻게 구분돼냐고 했을 때 자기들이 남과 다르다고 느끼면 즉, 다름을 인식하면 벌써 하나의 민족이라는 범주가 생긴 것이라는 설명이 인상적이다.
이스라엘의 적으로 등장하는 블레셋 사람들은 에게해 인근에서 건너 와 가나안 해안가에 정착한 sea people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