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술의 유혹
김치호 지음 / 한길아트 / 2009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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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신간을 살펴 보다가 눈에 띈 책.
코엑스몰에 있는 반디 앤 루니스에서 작년 12월에 발견했고 1월에 도서관에 신간 신청을 해서 드디어 2월에 받아 봤다.
북디자인이 고급스럽고 사진이나 제목이 고상한 게 마음에 쏙 들어 살까 말까 망설였던 책이다.
결과적으로는 안 사길 잘 했다 싶다.
제목만 보고 고미술 길라잡이 정도로 생각했는데 읽어 보니 고미술 컬렉터의 에세이다.
북디자인은 참 마음에 든다.
요즘 물가가 올랐다는 걸 실감하는 것이, 이 책값도 아무리 양장이지만 무려 22000원이나 한다.
절대 싼 가격 아니다.
나처럼 책 좋아하는 사람은 서점에서 제 돈 주고 샀다가는 파산할 게 틀림없다.
이럴수록 도서관이 고맙고, e-book이 활성화 되면 전자 리더기로 읽어야 하나 고민스럽다.
아직은 콘텐츠가 너무 부족해 (베스트셀러나 소설 위주) 생각을 안 하고 있지만 가격 부담 때문에 저렴한 e-book에 마음이 간다.
그래도 이런 훌륭한 북디자인을 보면 또 책이라는 물질이 주는 아름다움을 포기하기 힘들다. 

이 책과 비슷한 컨셉의 책을 작년에 봤었다.
이 책의 저자처럼 경제학자인데 미국 유학 갔다가 미술에 눈을 떠 그림 컬렉터가 된 것이다.
경제학자와 예술 애호가는 어쩐지 안 맞는 조합 같은데, 다들 먹고 살만 하면 다음 순서로 예술에 대한 욕구가 생기는 것 같다.
고미술이라는 용어가 참 마음에 든다.
그림도 좋아하지만, 내가 더 좋아하는 분야가 바로 이 고미술이다.
그래서 화랑도 좋지만 박물관이 더 좋다.
책도 그렇지만 이상하게 나는 수집욕이 별로 없어 뭘 꼭 소장해야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아예 욕구 자체가 없어진 건가?
아니면 원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금방 질려서인가?
가끔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들을 접하기도 하는데 돈이 많으면 집에 걸어 놔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을 하긴 한다. 
그러나 늘 돈이 없으니... 

목가구의 아름다움은 박물관에 가서 처음으로 느꼈다.
조선시대 사랑방을 재현해 놓은 전시실에서 단아한 선비문화와 어울어진 우리 목공예품의 아름다움에 반하고 말았다.
도자기도 마찬가지다.
책에서 아무리 아름답다고 찬사를 늘어놔도 시큰둥 했는데 직접 박물관에서 백자와 청자들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마음을 홀렸다.
그러고 보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이야 말로 돈없는 서민들의 문화 생활을 위한 필수적인 장소가 아닐까 싶다.
대중사회가 도래하면서 19세기 이래로 박물관의 역사가 시작된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나도 저자처럼 토기를 좋아한다.
백자나 청자도 너무 아름답지만 민예풍의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분청사기가 좋고 저자의 말마따나 자유로움과 호방스런 필선이 돋보이는 추상화 같은 현대적 느낌이 마음에 든다.
토기도 그렇다.
가야나 신라 무덤에서 출토되는 상형토기도 좋지만, 그냥 평범한 질그릇도 마음에 든다.
겨우 20~3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고 하니 확실히 자기에 비하면 찬밥 신세이고 혹시나 나도 한 번? 하고 구매를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목가구의 경우는 심플한 인테리어를 추구하기에 딱 좋을 것 같다.
화려한 세공이 돋보이는 유럽풍도 좋지만, 공간을 점잖게 차지하는 간결한 우리 목가구도 무척 잘 어울릴 것 같다. 

위작과 도굴 문제는 재밌게 읽었다.
일단 위작.
위작이 문제가 되는 건 진실이 아닌 것이 역사로 기록된다는 점에서 정직성과 신뢰의 문제이지 진품이 위작에 비해 엄청난 가치를 지녀서는 아닌 것 같다.
똑같이 복사된 그림은 물리적으로는 똑같을 뿐이다.
결국 우리가 엽서나 도판에서 보는 것도 진품은 아니지 않는가.
문제가 되는 건 원작자의 창의성이 훼손되고 역사적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진품이 중요한 게 아닐까?
유물 같은 경우는 역사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 점은 더욱 엄정히 단속해야 할 것이다.
도굴 문제는 참 심각해 보인다.
결국 박물관이나 개인 컬렉터들에게 소장된 토기나 도자기들도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누군가의 무덤에서 나온 것이리라.
멀쩡한 무덤을 어떻게 파나 했더니, 후손에게 관리되지 않고 수십년만 지나도 봉분이 무너지면서 금방 평평해져 무덤이란 것도 알기 어렵다고 한다.
이런 곳에 도굴꾼이 탐침을 이용해 작게 구멍을 뚫은 후 유물만 빼내기 때문에 밤에 시작하면 해뜨기 전에 깜쪽같이 끝낼 수 있다고 한다.
도굴이 되면 고분과 관련된 역사적 연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안타깝다.
무령왕릉처럼 하루 만에 끝나 버린 졸작 발굴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수많은 학자들이 동원되어 당시의 시대상을 밝히기 위해 애쓴다.
도굴이 문화적으로 금기시 됐다면 지금보다 역사는 훨씬 더 풍부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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