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 Taschen 베이직 아트 (마로니에북스) 38
클라우스 호네프 지음, 최성욱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전시회나 공연은, 더 크게 말하자면 어떤 특정한 경험은 독서처럼 인식의 폭을 넓혀 준다.
전혀 관심이 없거나 혹은 싫어했던 것, 편견을 가진 것들에 대해서 호의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바꿔 준다.
그래서 책 읽는 게 좋고 공연이나 전시회 보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지적 자극이라고 해야 하나? 

앤디 워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싫어하기까지 했다.
팝 아트라는 걸 솔직히 경멸했었다.
진지하지 못하고 말장난 같고 대중예술, 혹은 상업예술이라고 생각했다.
순수예술에 대한 하위장르, 미디어가 만들어낸 허상, 이런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앤디 워홀展을 보고 나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는 거다.
굉장히 감각적이고 인상적이며 창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느낌이 확 온다고 해야 할까?
어쩌면 앤디 워홀은 그 자신의 말대로 예술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정말로 영리한 예술가였는지도 모르겠다.
워홀에 대해 팝아트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욕구 때문에 관련 책을 찾아 봤는데 의외로 르네상스나 바로크 시대 예술서적처럼 많이 나와 있지는 않았다.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타쉔 시리즈는 도판이 풍부하고 100 페이지 남짓한 분량으로 부담이 없어 가능하면 시리즈를 전부 읽을 생각이라 이 책을 골랐다.
다소 전문적인 느낌도 들고 설명이 자상하지는 않지만 짧은 분량으로 압축해 그가 추구한 예술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역자가 각주를 좀 더 붙였으면 어땠을까 싶다.
미국 현대미술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하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작가나 유파를 찾아 가면서 읽었더니 도움이 많이 됐다.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는 필라델피아 미술관展에서 애쉬 캔 파라는 미국 현대 화파가 나오는데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몰랐다.
찾아 봤더니 쓰레기통이라는 단어였다.
더 웃긴 건 애쉬캔파의 지도자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바로 로버트 헨리라고 하길래 파격적인 스타일의 화가인가 했다.
막상 작품을 찾아 봤더니 정말 전통적으로 잘 그리는 화가였다.
양식이나 재료의 파격성 보다는 소재의 파격성을 추구했고 (예쁘고 아름다운 주제 대신 미국 대도시의 노동자 계급 같은 소재) 그래서인지 애쉬캔파는 조지프 오키프의 남편인 스티글리츠가 주도한 유럽 현대미술 작가들의 전시회 이후 화단에서 밀려났다고 한다.
인상주의 느낌이 든다.
워홀에게 영향을 줬다는 팝아트의 선구자격인 스튜어트 데이비스와 찰스 쉴러의 그림을 찾아 봤는데 앤디 워홀처럼 대중적인 이미지의 사진 조합일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스튜어트 데이비스는 원색의 구성주의 그림 같았고 (오히려 칸딘스키 느낌이랄까?) 사진작가이기도 했던 찰스 쉴러는 정밀한 사실주의 풍경화를 선보였다.
인터넷을 찾아 보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부분이다.
이래서 배경지식이 중요한가 보다.
심지어 나는 재스퍼 존스 역시 이름 때문에 여자인 줄 알았다.
팝아트로 분류되는 재스퍼 존스나 라우셴버그 역시 앤디 워홀의 느낌과는 매우 다르고 만화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리히텐슈타인 정도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원본의 유일성을 파괴했지만 독창성은 포기하지 않은 앤디 워홀의 팩토리!
사진의 변형이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작업한 그의 방식은 누가 따라한다면 역시나 식상하지 않을까?
워홀이 처음에는 만화에서 이미지를 차용하다가 그 분야의 선두주자인 리히텐슈타인을 보고 2인자는 필요없다는 걸 느끼고 다른 길로 바꿨다는 일화는 의미심장하다.
진정으로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것은 창의성, 혁신성, "최초" 가 아닐까 싶다.
본인 스스로 스타가 되길 원했다는 점에서 어쩐지 진정성 보다는 상업성이 물씬 풍기는 것 같지만 덕분에 미술이 대중 속으로 파고들고 무엇보다 미디어라는 매체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혁신성이 돋보인다.
체코의 이민자 아들이었던 워홀이야 말로 진정한 미국 문화의 수혜자가 아닐까 싶다.
상업예술과 순수예술의 갈림길은 어디일까?
캐릭터로 만들어지는 일본의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 같은 작가를 보면, 심지어 낸시 랭마저도 팝 아티스트라고 자신을 지칭하니 대체 어디까지를 "진짜" 예술가라 불러야 할지 모호하다.
정말 시간이 모든 걸 가려 주려나?
다음에는 팝 아트에 관한 책을 읽어 봐야겠다.
1950년대의 진지한 관념주의자들인 마크 로스코나 잭슨 폴록 등이 오히려 진짜 예술가답고 예술로써 이해하기 더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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