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2012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간만에 안 졸면서 본 영화.
표를 미리 인터넷으로 예매했는데 퇴근이 예상치 못하게 늦어진데다가 극장 위치도 몰라 무려 30분이나 놓쳤다.
그래도 워낙 길어서 30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지구 재난은 시작하지 않았더라.
하여튼 요즘 영화 참 길다.
<아이덴티티>에서 인상깊게 봤던 존 쿠삭이 나와서 더 즐거웠던 영화.
잘 생긴 건 아닌데 우리나라의 송강호처럼 연기를 잘 해서 좋다.
부인으로 나오는 아만다 피트라는 여자, 처음 봤는데 무척 예쁘다.
미국 문화에 대한 신기함 중 하나, 이혼한 후에도 애들은 꼬박꼬박 전남편에게 보여 주고 옛날 부부끼리 서로 연락도 하고, 이러는 게 아직은 신기해 보인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이혼하고 나면 아이들은 같이 살고 있는 엄마나 아빠 몰래 만나야 하는 실정이고 보면 확실히 미국은 좀 더 쿨하고 법적인 나라 같다.
비행기 타고 탈출할 때 아들이 아빠 대신 같이 사는 양부에게 안겨서 자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저렇게 사랑으로 감싸 줄 수 있는 관계라면 맨날 싸우느니 차라리 이혼하고 새 가정을 꾸리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싶다. 

주인공 가족은 절대 죽지 않고, 심지어 양부는 전 남편과의 재결합을 위해 자연스럽게 사망해야 하는 설정이 좀 작위적이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대통령이나 과학자를 흑인으로 설정한 것도 인종차별을 비껴 가려는 시도 같아 보였다.
고대 마야인의 예언 어쩌고 하는 건 코메디 같고.
차라리 기독교인들의 종말론이 실현됐네 하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하긴 그렇게 되면 기독교 측에서 하나님의 성스러운 계획을 영화 소재로 이용했네 하고 난리칠 수도 있겠다.
정부가 비밀을 숨긴다는 음모론도 좀 식상하고 대통령이 비행선에 타지 않고 시민들과 운명을 같이 한다는 설정도 너무 작위적이라 공감이 잘 안 갔다.
차라리 이탈리아 수상처럼 가족들과 함께 바티칸의 미사에 참여했다는 게 더 신선했다.
인간의 종교심을 보는 것 같아서.
그러나 그 바티칸 미사 인파도 결국은 지진으로 몰살당한다.
역시 자연의 힘은 인간의 종교로는 해결이 안 되는 건가 보다.
러시아인 부호가 딸들을 비행선에 던져 올리고 자신은 죽는 장면은 자식 사랑은 누구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 찡했다.
흑인 과학자가 우겨서 사람 더 태우려다가 비행선이 침몰하게 생긴 장면에서는 어설픈 휴머니즘이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영화는 올바른 결론을 유도한다.
존 쿠삭이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기계 밑으로 들어가 배를 살린다.
노아의 홍수 변형판이고 보면, 역시 서양에서 성경은 빼놓을 수 없는 문화의 근간인가 보다.
<투모로우>나 <딥 임팩트> 처럼 지구 재난을 정말 실감나게 그렸다.
영화 끝나고 화장실에 갔는데 해운대는 애들 장난이구나, 하는 소리에 혼자 피식 웃었다.
역시 우리 영화는 아직 멀었다. 

지진 나고 지구 덮치는 장면이 너무 실감나 문득 7500백만 년 전 공룡들도 이렇게 끔찍한 몰살을 겪었나 싶어 흠칫 했다.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 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생명이 시작되는 걸 보면 생명의 신비란 참으로 놀랍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과학이 자연의 신비를 풀어갈수록 인격신의 존재보다는 오히려 자연이 신이라는 범신론에 가까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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