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피치 미술관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8
엘레나 지난네스키 지음, 임동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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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읽고 있는 미술관 시리즈.
저자들이 달라 책의 수준도 각각이다.
보티첼리의 표지 그림에서도 보듯, 우피치 미술관은 르네상스 시대를 이끈 피렌체 화가들의 작품이 主 를 이룬다.
이 미술관의 매력이라면 역시 초기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들을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을 꼽아야 할 것이다.
초기 르네상스 시대이지 후기 고딕 시대를 대표하는 치마부에와 두초, 그리고 조토에 이르는 초기 거장들의 회화를 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13세기 말에 그려진 그림들은 원근법이 발명되기 전이라 그런지 평면적이고 러시아의 이콘화를 보는 느낌이 든다.
평면에서 입체로의 발전, 이것이 회화의 기법상 발전 방향이었던 건 틀림없다.
이 평면화들은 현대 회화의 평면성과는 또 다르다.
도식적이고 전형적인 느낌, 형식적이고 딱딱한 종교화답다는 생각이 든다.
경배하기 위해 신과 천사들을 그렸으니 당연하다 싶기도 하다.
뒤로 갈수록 인물들은 훨씬 자연스러워지고,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라파엘로나 티치아노에 이르면 사실성을 넘어서 이상화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을 묘사한 것처럼 보인다.
정교함이나 미적 쾌락은, 르네상스 시대가 최고 정점이 아니었을까 싶다. 

보티첼리의 그림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어쩐지 인물들이 딱딱해 보이고, 살아 숨쉰다기 보다는 장식미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외에도 교과서에 나올 법한 유명 그림들이 많이 등장해 읽기 편했다.
이를테면 원근법의 상징과도 같은 우첼로의 <산 로마노의 전투> 라든가, 젠틸레 다 파브리아노의 <동방박사의 경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태고지>,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우르비노 공작 부부 초상> 등등 한 번쯤 봤다 싶은 그림들이 수두룩하다.
유럽 여행 갔을 때 로마와 베네치아만 들르고 피렌체는 못 갔는데 (솔직히 뭐가 유명한지도 몰랐다) 정말 아쉽다.
베네치아의 대가 티치아노의 초상화는 초기 작품이 두 점 실렸는데 하나는 검은 배경의 <말타 기사의 초상>과 아름다운 여성 <플로라> 다.
둘 다 빼어나게 아름답고 특히 인물의 내적 영성을 드러낸 매우 이상화된 초상화이지만, 에르미타슈 미술관 편에서 봤던 후기의 <성 세바스티아노> 처럼 윤곽선 대신 붓질로 문지른 느낌의 작품이 더 매혹적으로 느껴진다.
이런 그림들은 감탄하리만큼 아름답긴 하지만 어쩐지 개성이 없어 보인다.
전형적이랄까?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비슷한 시기의 동양화와의 비교다.
누가 이런 비교 작품론을 썼으면 좋겠다.
교류가 없던 시절이니 각자 독립적으로 발전된 사정은 알겠으나 하여튼 한쪽은 화려하고 정교한 색체 위주로 또 한쪽은 먹을 이용한 관념적인 산수화 위주로 나갔다는 점이 굉장히 신기하게 느껴진다.
먹을 이용한 수묵화가 직업적인 화원들의 작품이라기 보다는 선비들의 우아한 교양처럼 느껴지고 심지어 화원들 역시 선비정신을 추구했던 것처럼 보이는데, 반면 서양화가들은 정말 말 그대로 전문가들 같다.
오히려 회화적 기술과 안목을 바탕으로 신분 상승을 이루었다고 할까?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뒤러를 비롯해 귀족 칭호까지 받은 티치아노나 벨라스케스처럼 말이다. 

책의 장점은,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에 비해 그래도 저자의 설명이 더 유기적으로 잘 엮어졌고, 무엇보다 역자가 각주를 열심히 다는 등 성실하게 번역한 티가 많이 나서 읽기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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