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도 미술관 - 세계 미술관 기행 3
다니엘라 타라브라 지음, 김현숙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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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때 정말 내가 찾던 책이다 생각하고 전부 읽을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몰입이 안 되고 그냥 단순히 그림들의 나열이라는 느낌이 들어 몇 권 읽다가 말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유명 미술관의 대표작들은 뭘까 하는 호기심이 생겨 다시 읽게 됐다.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러시아 미술관도 그렇지만 스페인 미술관 역시 그 나라의 회화 자체만으로도 위대한 컬렉션을 꾸미기에 충분하다는 걸 느꼈다.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이라는 그림은 전 세계 미술인들이 뽑은 세계 최고의 걸작이라는 찬사에 걸맞게 정말로 감탄스럽다.
확대된 세부 그림을 보니 몇 번의 쓱쓱 하는 붓질로 형상을 창조한 벨라스케스의 놀라운 솜씨에 더욱 반하게 된다.
피카소나 고야도 그렇지만 벨라스케스야 말로 스페인을 대표하는 가장 위대한 화가가 아닐까 싶다.
초상화 뿐 아니라, <브레다의 함락> 같은 역사화도 승자의 오만함 대신 패자를 배려하는 아량에 초점을 맞춘 그 센스도 놀랍고 시골의 바쿠스 축제를 그린 그림에서 보이는 농민들의 표정 묘사도 놀랍다.
불카누스에게 아내의 불륜을 전하는 아폴론이 있는 대장간 그림 속의 대장장이들은 저자의 말마따나 완벽한 인체 해부도를 자랑한다.
러시아의 이콘화나 동양화를 일률적으로 서양화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기술적인 면에서는 르네상스 이후의 화가들은 진정한 장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수르바란이 그린 정물화는 단지 물병 몇 개를 일렬로 세워 놨을 뿐인데도 그 디테일한 세부 묘사에 정말 감탄사가 나온다.
유리의 그 투명한 질감을 대체 어떻게 표현한 것일까?
엘 그레코의 종교화도 길다란 인물들과 독특한 색감 때문에 굉장히 개성적으로 보이고, 티에폴로의 무염시태도 이번에 새롭게 반한 작품이다.
정말 신앙심이 저절로 생긴다.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독특한 패널화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대 브뤼겔의 <죽음의 승리> 라는 비슷한 양식의 그림은 새롭게 인지했다.
중세 상상도 같기도 하고 너무 독특해서 이 화가들의 정신 세계가 궁금해진다.
자세히 뜯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렘브란트의 <아르테미시아> 라는 그림은 빛의 효과를 정말 제대로 보여준다.
항상 렘브란트는 루벤스에 비해 다소 가라앉는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그림을 보고 그가 얼마나 인물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화가인지 새롭게 느꼈다.
티치아노를 사랑한 카를 5세 덕분에 이 베네치아 화가의 작품들도 많다.
86세라는 당시로서는 드물게 장수한 화가는 수많은 명화들을 남겼고 늘그막에 그린 자화상은 렘브란트 느낌의 명상적이고 어숙한 분위기를 풍긴다.
19세기로 넘어오면 고야라는 위대한 화가가 기다리고 있다.
<파라솔>의 초록색 양산이 주는 색감은 얼마나 경쾌하고 아름다운지! 

정말 많은 명화들이 소개되고 도판도 큼직큼직해 보는 즐거움이 상당하다.
스페인에 이렇게 위대한 화가들이 많았는지 새삼 느꼈다.
프라도 미술관, 정말 꼭 가 보고 싶은 곳이다. 
나머지 시리즈들도 다 읽어야겠다.
다만 설명이 좀 현학적이고 글의 응집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술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면 좋았을텐데 앞부분 몇 장에 그쳐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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