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공예 중국문화 13
항지앤 지음, 한민영 옮김 / 대가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 역시 알라디너의 서재에서 추천을 받고 읽은 책이다.
이렇게 좋은 책을 발견할 때마다 알라딘 서재의 힘을 새삼 느낀다.
광고의 홍수 속에 좋은 책들이 묻혀 버리는 것 같아 참 안타까운데, 인터넷 서점의 리뷰들이 좋은 책을 발굴하는 훌륭한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대가 출판사에서 나온 중국 전통문화 시리즈는 참 재밌다.
200 페이지가 안 넘는 가벼운 분량에 사진을 많이 실어 볼거리가 많고 중국인 학자들이 직접 설명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돋보이며 번역자들의 각주 또한 성실하다.
기획력이 참 돋보이는 책인데 왜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 버렸는지 모르겠다.
시리즈로 다 읽어 보고 싶은데 이게 또 도서관에 비치가 안 되어 있다.
다행히 경기도 사이버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상호대차 서비스 덕분에 빌려서 편하게 읽고 있다.
이럴 때는 정말 세금 내는 보람이 느껴진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목공예실을 가보면 조선의 가구들이 얼마나 담백하고 단아한 맛을 풍기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옛날에는 그저 촌스럽고 투박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거야 말로 잘못된 교육의 폐해였다.
우리 것은 무조건 촌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지고 서구적인 게 최신 유행이고 세련됐다는 생각은 개발 독재 시대의 잘못된 논리였음을 요즘에 깨닫는다.
정말 식민지 시대라는 불행한 단절이 없었다면 우리 문화도 현대적으로 계승될 수 있지 않았을까? 
중국 도자기는 한국의 백자나 청자에 비해 지나치게 화려하고 일견 촌스럽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면서 그것이 얼마나 짧은 소견이었는지 새삼 느꼈다.
중국의 공예품은 일단 세계 최대의 인구와 유구한 역사에 걸맞게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경극만 유명한 줄 알았더니 인형극이나 그림자극도 매우 유명하다.
종이 인형들이 어찌나 정교한지 저것도 하나의 예술이구나 싶다.
도자기들도 형형색색 시대별로 정말 화려하고 아름답다.
서문에서 중국 공예품의 특징은 장식성을 배제한 실용성에 있고 농경 문화의 특성에 맞다고 했는데 한국의 공예품에 비하면 중국 공예품도 매우 장식적이다.
특히 청나라대 공예품들은 여백을 남기지 않고 빽빽하게 채워 넣어 매우 화려해 보였다.
영국의 바이외태피스트리를 보고 감탄했는데 중국 자수도 못지 않다.
얼마나 섬세하고 정교한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러고 보면 신석기 시대의 토기를 시작으로 청동기 시대 예기들이나 목조 건축물 등 주변에 공예품이 아닌 게 없다.
기계화가 되기 전인 20세기 초까지 사람의 손으로 만든 전통 공예품의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하다. 

우리 문화와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아시아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서구 중심의 시각이 얼마나 편협하고 좁은 것인지 많이 느꼈다.
항상 우리 것은 촌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생각했고 서구화가 곧 세계화이고 보편화라고 생각했다.
왜 우리에게는 베토벤, 모짜르트, 고흐 같은 위대한 예술가가 없을까 약간의 비하 의식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문화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그야말로 독특하고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임을 알게 됐다.
문화의 가장 위대한 기준 척도는 바로 다양성에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같은 세계화 시대에 인터넷을 타고 곧바로 문화가 퍼져서 쉽게 보편화 되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도 매우 의미있는 일 같다.
중국의 도자기와 옥공예품, 자수, 인형들을 보면서 완물상지라는 고사성어를 생각했다.
아름다운 공예품을 보고 있자니 눈이 즐겁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기회가 되면 중국의 박물관을 찬찬히 둘러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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