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미스테리 - [초특가판]
기타 (DVD)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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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이런 기록물이 있을 줄이야...
아빠가 추천해 준 DVD 목록 중 하나인데 평소 좋아하던 화가라 아무 생각없이 틀었다가 형식에 깜짝 놀랬다.
설명없이 계속 피카소의 그림을 창작 과정부터 쭉 보여준다.
그리고 놀랍게도 피카소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워낙 오래 살았으니 20세기 후반부에도 그의 모습을 당연히 볼 수 있었겠지만 그 명성이 너무 대단해 굉장히 오래 전 사람일 거라는 느낌이 든다.
책에서 보던 것과 똑같은 사람이 붓을 들고 캔버스에서 그림을 그리는데 너무 신비로워 한참을 멍하게 들여다 봤다.
어쩜 이런 영화를 만들 생각을 다 했을까.
56년 깐느 영화제 특별상 수상작이다.
천재 음악가가 어떻게 음악을 만들었는지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천재 화가는 그 손끝을 보면 된다는 첫 멘트가 인상적이다.
대체 무슨 궤변인가 했더니 놀랍게도 그림이 그려지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보여 준다.
존 버거의 책에서 봤던 미녀 앞의 난쟁이 그림이 있어 반가웠다.
책에서는 흑백 도판으로만 봤는데 색이 칠해진 원본은 훨씬 매력적이다. 

동양과 서양의 차이가 여백과 색감에 있음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림이 그려지는 과정을 하나하나 보여주다 보니, 안 돼, 그만, 그걸로도 충분해 자꾸 이런 소리가 나왔다.
동양화 같으면 여백으로 남겨 뒀을 것 같은데 계속 덧칠하고 형태를 채워 넣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래서 더 강렬하고 입체적인 느낌을 주지만.
인물을 그릴 때도 단순히 한 번에 쭉 그리는데 아니라 일단 정교하게 데생을 한 다음에 두꺼운 붓으로 형태를 따라 그리는 걸 보고 감탄했다.
역시 쉬워 보이는 그림도 쓱 대충 문지른 게 아니었다.
작업 과정을 보여 주니까 무척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그 색감!
그리고 기발한 구상과 배치!
어쩌면 현대의 천재 화가란 바로 그 절묘한 공간 구성과 색감에 있지 않나 싶다.
실제와 똑같은 그림은 너무 오랫동안 봐 와서 이제 대중들은 시시해진 거다.
미의식을 충족시킬 수 있는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신선한 뭔가를 원하는 거다.
그리는 과정을 보면서 작품의 창조 과정을 약간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고 카메라가 도는데도 몇 시간 만에 뚝딱 하고 한 편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그 속도감에 깜짝 놀랬다.
무엇보다 실물의 피카소를 직접 본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나는 피카소가 90이 넘게 장수하고 죽기 직전까지 명성을 놓치지 않은 점을, 말하자면 그 엄청난 세속적 성공 때문에 화가에게 매력을 느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드는 생각은 피카소처럼 강렬하고 자극적인 색감과 구도의 그런 스타일을 내가 선호하는 것 같다.
렘브란트의 명상적 그림 보다는 루벤스나 뒤러의 화려하고 정교한, 역동적인 그림을 선호하듯, 현대 회화에서는 단순하면서도 힘이 있고 무엇보다 강렬한 원색 계열의 색감을 좋아한다.
피카소 그림은 실제로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꼭 보고 싶다.
워낙 열정적인 인물이고 장수하다 보니 작품도 엄청날 거다.
참 인상적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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