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이야기
경기도박물관 / 경인문화사 / 1998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이 정확히 맞은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이미지가 없으니 그냥 여기에다가 쓴다.
이번에 용인시에 있는 경기도 박물관에 갔다 오면서 뮤지엄 샵에서 하이라이트 도록을 구매했다.
곧 내부 수리를 들어갈 예정이라 그런지 뮤지엄 샵이 너무 작고 차마 서점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민망할 지경이었다.
하여튼 가격의 압박 때문에 일부 유물만 나온 하이라이트 도록을 구입했는데 사진이나 설명은 비교적 만족스럽고 책 판형도 가지고 다니기 편하게 포켓 사이즈였다.
박물관 자체는 다른 지방 박물관에 비하면 규모가 있는 편이지만 안의 전시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비하면 상당히 작다.
전시품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당 부분은 모형으로 대치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구석기, 신석기 시대 생활상의 마을 모형은 꽤나 실감났다. 

역시 우리나라 문화재의 하이라이트는 도자기 같다.
석기 시대의 토기들부터 시작해 고열로 구운 자기들, 각종 청자, 백자, 분청사기 등의 화려한 향연이 이어진다.
어디 박물관을 가든 아름다운 도자기들이 정말 많다.
이 책에도 도자기의 아름다움이 사진 속에서 잘 드러난다.
이름 붙이는 법도 익숙하고 이제 한자도 잘 읽을 수 있다.
옛날에는 도자기 모양이 다 뻔하고 아무 느낌도 없었는데 조금씩 알게 되니까 이제 그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온다. 

경기도 박물관의 특성은 지역 박물관이다 보니 그 지방의 문물을 보여 주려고 애쓴다는 점이다.
고려 시대 이후 중앙 귀족들이 거주하면서 문화의 중심지로 성장했고 조선 시대 때는 한양을 감싸는 지역으로서 선비 문화를 꽃피웠다.
공신 책록된 후 일종의 부상으로 받은 초상화가 많고 대부분 보물로 지정됐다.
조선 시대 초상화는 전신사조라고 하여 터럭 한 올 틀리지 않게 그리고 그 정신까지 전수한다고 하지만, 모든 초상화가 너무 도식적이라 여러 점 보다 보면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가끔 어떤 초상화들은 인물의 표정과 성격을 잘 잡아내 감탄할 때가 있는데 여기 실린 조영복 초상화나, 이중로, 유하 등의 초상화가 그랬다.
이런 유명 초상화들은 화가의 이름이 명기됐고 어진화사 등에 참여한 당대 수준급 화가들이었다.
같이 실린 찬문 등도 그림의 격조를 높힌다.
인상적이었던 그림으로는 조석진이 그린 10가지 동물 병풍이었다.
짐승의 특징을 잡아낸 모사 솜씨나 전체적인 색감이 훌륭하다. 

책을 읽으면서 어려웠던 점은 역시 한자다.
기본적인 한자도 모르기 때문에 옥편을 찾다 보면 시간이 한정없이 늘어져 금방 지루해진다.
그나마 도자기에 쓰는 한자들은 같은 말이 반복되고 요즘에 관심있어 자주 찾다 보니 이제는 옥편없이 읽을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조선시대 문서들에 쓰인 한자를 읽기가 어렵다.
그러고 보면 당시 사대부들이 한문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했을지 짐작이 간다.
특히 서예를 보면 붓끝에 힘이 넘치고 개성있는 글씨들이 많아 세간에 알려진 무능하고 공리공론만 일삼는 선비 이미지와는 달리 상당히 교양있고 문화적이고 학식이 풍부한 품위있는 귀족이 생각난다.
선조가 난리통에 함경도에 있는 신하 송언신에게 자식들 찾아달라고 보낸 밀찰을 보면 전쟁 중 피난간 국왕이 겪었을 비애가 흠뻑 느껴져 안타깝다.
또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 아버지의 애타는 심정도 잘 드러난다.
선조나 순조 등의 글씨첩도 봤는데 역시 조선 시대 왕들은 시서화에 일가견이 있는 우아한 선비들이었던 것 같다. 

박물관에 가면 각 박물관에서 펴낸 책들을 구입하는 게 참 즐겁다.
이런 책들은 서점에서 구하지도 못하고 그 곳에 직접 가야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의의가 있는 것 같다.
사진들이 훌륭하고 설명도 충실하다.
다만 가격의 압박 때문에 원하는 만큼 구입하지는 못하지만. 
각 지방의 문화를 보여주는 이런 지방 박물관들이 많이 설립되서 지방 문화 보존과 융성에 이바지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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