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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의 고고학 박물관 - 선사시대를 이해하는 42가지 열쇠
박정근 지음 / 다른세상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확실히 나는 발굴 보다는 문헌 자료가 더 재밌다.
고고학은 막연히 상상할 때의 흥미로움과는 달리 실제적으로 파고 들면 너무 어렵고 머리에서 쥐가 날 것 같다.
번역된 여러 고고학 책들도 재밌게 본 책이 거의 없고 이 책 역시 나에게는 상당히 지루했다.
아무래도 과학적인 분석 과정이 많이 들어가서 금방 지루하게 느끼는 것 같다.
300 페이지 남짓 되는 짧은 분량이고 내용도 아주 전문적이지는 않다.
저자가 나름대로 구석기 시대를 상상하느라 구석기인의 일상 같은 챕터를 넣기도 했는데 역시 작가가 아닌 이상 상상력이나 묘사력은 매우 빈곤해서 차라리 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구석기인의 생활상을 소설로 알고 싶다면 차라리 이문열이 쓴 <들소>라는 단편을 권한다.
이게 훨씬 더 생생하고 구석기 시대 그리는데 도움이 된다.
읽으면서 의문점이 몇 가지 들었다.
한반도에 인류가 정착한 때는 언제인가?
저자에 따르면 중기 구석기 이전의 유물은 발굴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다른 책에서는 연천 전곡리 유적이 유럽의 아슐리안 석기와 같다고 했던 것 같다.
아슐리안 석기는 전기 구석기 시대가 아닌가?
좀 더 알아봐야겠다.
또 저자는 한반도인의 도래 경로를 시베리아 쪽의 유목민 계통과, 남방 계통으로 나누는데 어떤 쪽에 더 무게가 실리는지 궁금하다.
그런데 마지막에 청동기 문화의 발달을 한반도 자체적인 자생 문화로 보지 못할 이유가 뭐냐는 식의 기술은 좀 황당했다.
어떤 문화든 상호교류를 통해서 발전하는 법이고 자생적으로 발생했다고 해서 더 창의적이고 위대하고 전해 받았다고 해서 열등한 것은 절대 아니다.
왜 맥락에 안 맞는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다.
북한의 탄소연대법 주장을 신뢰하는 눈치인데 북한에 따르면 기원전 30세기, 그러니가 5000년 전의 청동기도 발견됐다고 한다.
그러면 정말 고조선의 건국 시기가 반 만 년 전?
너무 앞서가는 주장 같다.
미국 교과서에는 한반도의 역사 시대가 1세기 전후로 나온다는데 정작 우리들은 그 보다 5000년을 더 앞으로 잡고 있으니 격차가 커도 너무 크다.
비파형 동검이 고조선의 강역을 나타내는 표지 유물이 되는지의 문제는 좀 더 신중해야 할 것이다.
또 어찌 보면 고조선이라는 국가와 민족 자체가 고대에는 현대의 국가 개념과 전혀 달랐을 것이니 반드시 그들이 우리의 직계 자손인가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중국이 워낙 말도 안 되는 소리로 고구려를 지방 정권화 시키려고 하는 통에 우리 역시 너무 예민하게 고대사를 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앞부분에 인류의 기원을 설명하는 챕터는 개념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됐다.
인간이 불을 사용하게 된 것은 호모 에렉투스 때부터인데 불씨를 얻게 되자 추위를 이기고 음식도 구워 먹을 수 있게 되자 이들은 용감하게 아프리카를 빠져 나가 아시아로 건너 간다.
이들이 바로 자바 원인과 북경 원인들이다.
호미니드 족속이 왜 직립 보행을 하게 됐는지에 대한 여러 가설이 나오는데 요즘에는 환경 변화로 숲이 사라지고 초원이 확대되면서 우리 조상들도 어쩔 수 없이 나무에서 내려와 걷기 시작했다는 설이 유력하지 않나 싶다.
그러고 보면 저자의 지적대로 구석기가 끝날 무렵 해빙기가 오고 해수면이 높아져 육지가 대륙붕으로 변하자 해양 생물들도 많아지고 자연히 어로 생활도 활발해졌을 것이다.
강수량이 많아지지 농사를 짓게 되고 인구가 늘기 시작했을 것이다.
또 거대한 털짐승들이 사라지고 사슴 등과 같은 날쌔고 조그만 짐승들이 숲에 나타나자 이들을 잡기 위해 둔탁한 무기 대신 날카롭게 갈아 만든 간석기로 사냥을 하기 시작했다.
요컨대 신석기로의 변화는 해빙기라는 자연 요소가 결정적이었음을 지적한다.
비교적 평이한 내용들이 쉽게 읽을 수 있었고 고고학에 대해 좀 더 기초 지식을 쌓고 다른 책에 도전하고 싶다.
한반도의 시작에 대한 다른 사람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