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대건축
러우칭시 지음, 한동수 옮김 / 혜안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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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밌게 읽은 책.
어떤 분 서재에서 좋은 책이라고 칭찬을 많이 했길래 기대를 하고 읽은 책인데 실망시키지 않았다.
아니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진이 흑백이라 생생한 맛이 조금 떨어지고 부분사진이 많아 전체를 보여주는데 미흡하다는 것 뿐.
그렇지만 사진의 절대적인 양이 많고 정말 잘 찍었다.
컬러였다면 훨씬 생생하지 않았을까 싶다.
분량 자체가 200 페이지 밖에 안 되는데 그 중 절반이 다 사진이다.
몇 컷을 제외하고는 저자가 직접 촬영했다고 하는데 정말 멋지다.
난 원래 건축에 대해 아무 관심도 없고 문외한인 사람인데 이번에 중국 여행을 갔다 오면서부터 건물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었다.
특히 명13릉의 구조는 내가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무덤의 규모가 아니라 무척 감탄했고 언젠가는 관련 서적을 읽어 보리라 생각했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중국 황제의 무덤은 단지 시신을 매장하는 장소가 아니라 현세의 영광이 내세에까지 이어지는 연속성을 가진 곳이므로 일종의 궁전과도 같다.
무덤이 있는 지하의 지궁 혹은 침궁과 봉분이 있는 지상은 하나의 완전한 건축물을 이룬다.
능묘건축이라는 양식이 생긴 이유를 알 것 같다.
진시황의 거대한 지하 궁전이 가능했던 것도 중국의 바로 이런 고분 전통 때문이다.
아마 이번에 중국 가서 직접 명13릉을 보지 않았다면 이렇게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시황의 병마용을 보면 더 까무러칠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본 명 황제 만력제의 묘실은 상상을 초월하게 거대했고 정말 일종의 궁전 같았다.
책에서 보니 다양한 건축물들이 주변에 세워졌고 산을 아예 무덤의 봉분으로 삼을 만큼 스케일 자체가 벌써 우리하고 완전히 다르다.
이런 중국 황제들에 비하면 조선 임금의 무덤은 얼마나 소박한지! 

여섯 살의 어린 나이로 등극해 24살에 요절하고 만 청의 3대 황제 순치제는 그 어린 나이 때부터 자신의 무덤을 조성하는데 힘을 다한다.
이제 겨우 10대 꼬마가 자기 죽으면 묻힐 무덤을 만들다니,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라면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종묘에 다녀와서도 느낀 바지만 유교는 기독교처럼 절대자를 믿는 신앙은 아니라 할지라도 조상신을 숭배하는 일종의 종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죽은 후에도 현재처럼 다음 삶을 이어갈 거라는 확신이 없다면 무덤을 이렇게 젊어서부터 치장하고 정성을 쏟을 리가 없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2대에 걸쳐 섭정을 했던 자희태후 역시 서양과 전쟁을 치루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능묘 건설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청 황제들 역시 명 13릉처럼 집단으로 모여 있는데 동서로 나뉘어졌기 때문에 청동릉, 청서릉이라고 부른다.
북경 근교에 있다고 하는데 이번 여행 때 못 봐서 아쉽다.
한대의 화상석도 묘실의 벽을 채우던 벽돌에 그려진 일종의 고분벽화이다.
고구려의 벽화와 같은 개념이 아닐까 싶다. 

뒷편은 사원건축에 대해 나온다.
중국의 종교는 크게 불교, 도교, 이슬람교로 나뉘고 각각의 사원들이 곳곳에 지어졌다.
이번 여행 때는 북경만 가서 절은 못 가 봤는데 석굴 같은 곳을 가면 정말 대단할 것 같다.
역시 땅덩어리가 커서 그런지 절의 규모도 억 소리가 날 만큼 크고 거대하다.
또 얼마나 화려한지 정말 고졸하고 담백한 맛을 풍기는 한국 문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새롭게 안 사실은, 위진 남북조 시대 때 많이 만들어진 석굴들이 대부분 인공 석굴이었다는 것이다.
내가 석굴암에 대한 책을 읽을 때 중국의 석굴은 자연적이지만 한국의 석굴암은 독특하게도 인공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 가치가 더 크다는 내용을 분명히 봤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며서 무조건 우리에게 유리하게 생각하는 자가당착적인 자세를 보는 것 같아 씁쓰름 하다. 

이슬람 사원은 형상을 그리지 못하기 때문에 대신 기하학적 문양으로 장식을 하는데 그 화려한 장식미가 정말 놀랍다.
어쩌면 저런 독특하고 개성있는, 아름다운 문양을 만들어 냈을까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하루에도 다섯 번 예배를 드리고 금요일에는 단체로 모여 청진사 혹은 예배사라고 불리는 사원에서 함께 의식을 행한다.
중국에서 메카는 서쪽에 있기 때문에 중국의 이슬람 서원들은 항상 동쪽으로 입구를 낸다고 한다. 

사진도 많고 안의 내용도 정말 훌륭하다.
지루하지 않고 설명이 전문적이면서도 쉽고 재밌다.
역시 중국 사람이 직접 자기 나라에 대해 서술하기 때문인지 책의 깊이가 다르다.
중국의 문화에 대한 다른 책도 읽어 봐야겠다.
또 한 가지 느낀 점은, 서양 문화가 기독교이듯, 동양 문화도 불교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불교에 대해 좀 더 공부를 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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