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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경전들 - 베다 본집에서 마누 법전까지 ㅣ 살림지식총서 311
이재숙 지음 / 살림 / 2007년 11월
평점 :
중앙박물관의 아시아실에서 인도 미술품 특별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베트남전은 베트남 현지인이 직접 한 시간 동안 설명해 주는 안내를 받을 수 있어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지만, 인도 미술전은 아쉽게도 해설이 없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했다.
짧게 설명문이 달려 있긴 하지만 추상적인 말이 많고 구체적으로 뭘 가르키는지도 몰랐다.
특히 그림들은 도무지 뭐가 뭔지 이해가 안 갔다.
인도 문화나 경전, 민간전승 등에 대해 내가 너무 무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한 번 알아보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던 차에 알라딘의 어떤 서재에서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읽고 마침 100 페이지가 안되는 가벼운 살림총서이길래 얼른 집어 들었다.
그 분의 서평처럼 짧은 분량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다 보니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그래도 아쉬운대로 대체 인도 경전이라는 게 뭔지 약간의 맛은 볼 수 있었다.
특히 박물관에서 봤던 그림에 대한 두 서사시, 라마야나와 마하바라따에 대해서는 인터넷까지 참조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라마야나는 라마의 여행기라는 뜻으로 이 때 라마는 비슈누 신의 화신이다.
어느 왕국의 아들로 태어난 라마는 계모의 모략에 의해 왕위를 뺏기고 유배를 간다.
이 때 아름다운 아내 시타도 따라나선다.
숲 속에서 나쁜 왕 라와나에게 아내를 뺏긴 라마는 원숭이 장군인 하누만 등의 도움을 받아 라와나를 죽이고 시타를 되찾아 다시 왕위에 오른다.
그러나 불행히도 라마는 시타의 정절을 의심한다.
그녀는 자신의 정절을 증명하기 위해 불타는 장작더미 속으로 뛰어들고 이것이 과부들의 순장 풍습인 사티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그 때 신들이 나타나 그녀가 사실은 비슈누의 아내인 락슈미 여신이라고 알려주면서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내가 박물관에서 봤던 그림은, 라마가 라와나를 물리치고 왕위에 오르는 장면이었다.
다음, 라마야나 보다 네 배나 길다는 마하바라따.
마하트마가 위대한 영혼이라는 뜻이듯, 마하바라따는 위대한 바라따 왕조의 이야기라고 한다.
바라따의 후손들이 다스리는 하스띠나뿌라 왕국에 어머니가 다른 두 형제들 간의 왕위 다툼이 벌어진다.
까우라바 형제들의 맏형인 듀르요다나는 빤다바형제들을 유배보내고 이들간의 전투가 벌어진다.
이 때 셋째인 아르주나가 형제들과 피를 흘리고 싸워야 할지를 고민하자 그의 전차를 모는 친구 크리슈나가 전사로서의 의무를 강조하는데 이 문답집이 바로 유명한 바가와드 기따라고 한다.
크리슈나는 비슈누 신의 화신이기도 하다.
빤다바형제가 이기기는 하나 결국 모두 다 죽는 대참사로 끝이 나고 이 형제들은 나중에 천국으로 들어간다.
사실 내용이 너무 복잡해 간신히 기둥 줄거리만 대충 감을 잡았다.
내가 박물관에서 봤던 그림은 까우라바 형제들과 빤다바 형제들이 전쟁터에서 맞선 장면이었다.
이 서사시는 워낙 내용이 방대해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딧세이를 합한 것의 열 배 분량이라고 한다.
인도인들은 이런 서사시를 통해 지켜야 할 인간의 도리와 삶의 의미, 여러 규범들을 습득했다고 한다.
인도 문화가 좀 더 세계화 되고 일반화 된다면 라마야나와 마하바라따는 굉장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할 것 같다.
무엇보다 현대에까지 전승되어 여전히 인도인들의 삶을 이루는 살아있는 문화라는 게 중요하다.
브라만 계급의 특권을 수호하는 카스트 제도의 근간이 되는 마누 법전 등도 마치 유대인들의 탈무드처럼 중요한 관습법의 모체라고 한다.
최고의 경전은 하늘의 소리를 기록했다고 믿어지는 베다 모음집인데 모두 네 가지로 나뉜다.
리그 베다, 사마 베다, 야주르 베다 등은 제사 의식을 설명하거나 찬가 등을 기록한 것이고 아타르와 베다는 인간의 소망을 비는 주술서라고 한다.
모두 제사를 주관하는 브라만을 위한 경전이다.
이 경전을 해석한 것이 전승서로 알려진 브라흐마나, 아란야까, 우파니샤드이다.
브라흐마나가 주로 제사와 같은 의식적인 내용이라면 아란야까는 수행에 관한 내용이고, 우파니샤드는 더 발전해 해탈과 존재의 이유, 사유 등 인도 철학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운문으로 된 베다와 달리 산문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 내세나 윤회, 업 등의 개념이 나온다.
또 인간의 네 가지 목적이 있는데 첫째는 까마, 즉 성애, 기쁨이고 둘째는 아르타, 유무형의 가치나 실제적인 재물을 의미하며, 셋째는 다르마, 인간이 해야 할 의무, 도리, 규범 등이고 마지막이 목샤, 해탈이나 자유라고 한다.
이들은 인생의 단계마다 성취해야 할 이상인데 마지막이 바로 해탈의 단계인 목샤이다.
갈등이나 집착이 없는 단계, 최고의 행복, 깨달음이나 열반, 혹은 기독교적으로 말하면 구원 같은 것인가?
창조의 신은 브라흐만이고 이는 곧 궁극자로 알려져 있다.
그것을 파괴하는 신은 쉬와이고 이들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비슈누이다.
신의 위계는 하늘, 중간, 땅으로 나눠져 있는데 보통 하늘 영역의 신은 비슈누 등의 태양신이고 중간 영역의 신이 바람의 신인 바야, 천둥번개의 신인 인드라 등이다.
이는 전쟁의 신이기도 하고 드라비다인을 점령한 아리아인을 의미하기도 한다.
땅의 영역에 속하는 신은 불의 신인 아그니, 대지의 신 쁘리트위 등이 있다.
워낙 인도 종교에 무지하기 때문에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래도 약간의 감은 잡히는 기분이다.
상대적으로 인도 문화는 유럽의 신화에 비해 덜 알려졌으나 그 엄청난 인구와 화려한 전통에 비춰 볼 때 절대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큰 영향력을 가진,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현재적인 문화라고 생각한다.
라마야나나 마하바라따 같은 서사시들이 좀 더 많이 알려져서 인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세계문화유산이 더 풍부하고 깊어지길 바란다.
얼마 전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인도현대미술전에 다녀오기도 했는데 교류도 활발하게 이루어져 인도 문화가 좀 더 가깝게 와 닿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