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백제금동대향로와 창왕명석조사리감
국립부여박물관 / 통천문화사 / 1996년 10월
평점 :
품절
겨우 3000원 밖에 안 되는 아주 얇은 책이지만 내용은 정말 알차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구입했는데 알라딘에서 리뷰를 쓸 수 있어서 기쁘다.
이런 책까지 구비해 놓은 걸 보면 인터넷 서점의 위력이라는 게 정말 대단하다.
이런 가볍고 저렴한 양질의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사진도 훌륭하고 내용은 더더욱 훌륭하다.
집필자들은 아마 박물관의 학예사들일 것 같은데 박물관에서 출간된 책을 보면 대학교수 못지 않게 전문성이 느껴져 읽을 때마다 흐뭇하다.
얼마 전에 딱 한 번 수요일에 하는 큐레이터와의 대화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확실히 전문가는 설명의 깊이가 차원이 다르다는 걸 느끼고 감탄했다.
내가 중국 산수화에 관한 책 몇 권을 혼자 읽는 것보다 그 날 30분 정도 학예사에게 서서 설명을 들은 게 훨씬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가능하면 매주 가고 싶다.
백제금동대향로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부여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충분히 느꼈다.
심지어 설명하던 안내원은 이 향로를 볼 때마다 오줌을 지린다고까지 과장어린 감상을 토로했었다.
나 역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굉장히 특이하고 섬세한 이 향로에 대해 많은 호기심을 가졌고 무척 감탄했었다.
그렇지만 사실 뭘 의미하는지는 몰랐다.
독특하고 아름답긴 한데 하나하나 뜯어보면 꽤 이상한 조합 같았다.
그런데 이런 디자인의 향로를 중국 박물관에서 보고 하나의 패턴화 된 양식이라는 걸 알게 됐다.
박산 향로라는 것인데 얼핏 보기에 중국에서 내가 본 디자인과 백제금동대향로가 거의 똑같았다.
그래서 대체 이 박산 향로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고 어디서 유래됐는지 더욱 궁금증이 일었고 이번에 박물관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 구입하게 됐다.
박산 향로는 세 부분으로 구성이 된다.
바다를 상징하는 바닥과 용의 형태를 갖춘 몸체 부분, 그리고 삼신산을 표현한 산봉우리 모양의 덮개다.
책에서 부분 사진을 찍어서 각 모형들과 새겨져 있는 인물들을 자세히 보여준다.
다섯 명의 악사들이 다섯 개의 악기를 가지고 연주하는 모습도 사진을 보고 비로소 구분했다.
한나라 때 유행했던 도교풍의 신선 사상이 불교와 조화를 이룬 형태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백제향로 외에는 이런 디자인의 향로는 발견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이국적이고 독특한 매력이 느껴진다.
이 향로는 부여의 백제왕 고분군이 있던 능사리 절터에서 발견됐다.
같이 발견된 창왕명석조사리함은 역사 스페셜 같은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다.
정확하게 연대가 기록되어 있어 삼국사기의 기록이 사실임을 증명해 준 유물이기고 하다고 한다.
왕릉을 지키고 아버지 성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창왕과 누이가 시주한 기원 사찰로 보고 있다.
백제가 망하면서 급하게 이 향로를 묻은 것이 90년대 발굴 조사를 통해 세상으로 나온 것이다.
이렇게 완벽한 형태로 발굴됐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얘기를 학예사에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올 봄에 부여에 놀러 가서 박물관도 보고 정림사지 5층 석탑과 부소산성 등을 둘러 봤던 게 큰 도움이 됐다.
역시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발로 밟아 보는 게 현장감이 있다.
책으로 보는 것과는 또다른 강렬한 느낌을 준다.
능사리 절터에서 발견된 두 유물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박물관에서 나오는 다른 책들도 많이 읽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