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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역사 다이제스트 100 ㅣ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1
이강혁 지음 / 가람기획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이나 책 표지가 왠지 전문가스러운 냄새를 풍겨서 읽고 싶은 목록에 올려 놓고도 쉽게 손이 안 갔던 책인데 막상 열어 보니 굉장히 쉽고 재밌다.
기술 수준이 상당히 평이해서 고등학생들도 교양 정도로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본격적인 학술서는 아니고 정말 가벼운 교양서 정도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런 책에 비하면 <히스패닉 세계>는 얼마나 전문가스러운가!
아직 초반부 밖에 못 읽었는데 앞쪽은 라틴아메리카에 처음으로 인구가 유입되어 문명이 시작된 시점부터 유럽의 식민지로 전락해 대농장이나 광산의 노동자로 전락하는 불행한 역사가 기술됐다.
읽기가 편했던 점은 지나치게 원주민 입장에서만 서술하지 않고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의 식민주의자 역시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를 이루는 한 축으로 상당히 객관적인 입장에서 서술하기 때문에 덜 부담스러웠다.
특히 예수회 선교사들이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원주민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왕의 반대편에서 싸우면서 라틴 아메리카인의 정체성과 독립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막연하게 선교사들은 다 십자가를 앞세우고 원주민을 착취한 위선자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일종의 편견이 아닌가 싶다.
잉카 제국을 멸망시킨 피사로나 아즈텍을 멸망시킨 코르테스 뿐 아니라 반란을 일으켜 본국으로부터 처형당한 그의 일가들 이야기도 나온다.
영국과 프라스인들이 이주한 북아메리카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 라틴 아메리키만의 문화적 특징과 혼혈로 이루어진 인구 구성 등을 보면서 왜 다르게 발전했는지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다.
현재의 문화 차이는 북아메리카가 여전히 백인들의 천국인 것에 비해 혼혈이 다수를 이루는 라틴 아메리카의 인구 구성을 봐도 단박에 알 수가 있다.
또 스페인의 영향으로 개신교가 주류를 이루는 북아메리카와는 달리 카톨릭, 그것도 토착화된 검은 피부의 성모 마리아 등으로 대표되는 토착주의 기독교 등도 중요한 문화 요소가 될 것이다.
다음 장에서 이들이 어떻게 본국으로부터 독립하게 됐는지가 기술된다.
뒷쪽으로 가면서는 상당히 지루했다.
라틴 아메리카가 아무리 같은 역사와 비슷한 문화 환경을 갖는다 해도 20여 개국의 독립국들로 이루어졌는데 한 권의 책으로 근현대사를 전부 다룬다는 건 무리한 시도였던 것 같다.
저자도 서문에서 여러 나라를 한꺼번에 기술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밝히고 있다.
대체적인 공통점을 들자면 나폴레옹의 스페인 침략으로 스페인 왕실이 무너지면서 라틴 아메리카의 식민지들은 그에 대한 반발로 독립을 추구하게 된다.
어찌 보면 나폴레옹이 유럽 뿐 아니라 신대륙에게까지 독립을 전파한 셈.
대농장 지주였던 식민지 출생 백인들, 즉 크리오요들은 본토인인 페니술라레스에 비해 정치적 위상에서 차별받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을 중심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대한 독립 투쟁이 진행됐고 마치 중국의 군벌처럼 사병과 대농장을 소유하면서 현대사의 독재 풍토를 만들어냈다.
끊임없는 쿠데타와 1당 독재 내지는 1인 독재 시스템이 빈곤층을 양산하고 외국 자본에 종속되며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왔다.
민주주의를 확립해 가는 미국이나 캐나다와 매우 대조적인 발전 시스템이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에서는 민주주의를 행했을지 모르나 라틴 아메리카에 대해서는 종속적인 경제 시스템을 강요하고 독재 정권을 지지했으며 특히 멕시코와의 전쟁에서는 국토의 절반을 뺏아갈 정도로 큰 타격을 입힌다.
1910년의 멕시코 혁명을 보면 미국의 발전된 사회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애절하고 안타까운 농민군의 느낌을 풍긴다.
그 혁명 덕분에 비록 1당 독재를 71년 동안이나 해 왔지만 6년 단임제를 지켜 오고 있다.
그러고 보면 라틴 아메리카는 상당히 사회주의적인 냄새가 풍긴다.
시몬 볼리바르가 라틴 대륙을 독립시킬 때도 단일한 국가를 꿈꾸었고 베네수엘라의 현 대통령인 차베스도 공동체를 추구한다고 한다.
그러나 유럽 연합처럼 관세를 철폐하고 정치적인 통합까지 가려면 각 국가간의 격차와 정치 상황을 좁히기가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각 국가의 사회 시스템이 안정되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워지며 민주적인 정치 전통이 확립되야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이 국가들이 하나의 공동체로써 단결하여 한 목소리를 낸다면 거대한 미국에 맞서는 또 하나의 강력한 세력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실제로 가장 큰 위상을 가지는 브라질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고 있고 G8에 명예 회원으로 참석한다고 한다.
말로만 듣던 차베스나 룰라, 아옌데, 페론, 카스트로 등 현대 라틴 아메리카 정치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게 되서 기쁘다.
중간 부분에 각 국가의 정치 상황을 일률적으로 기술하는 부분에서 좀 지루하긴 했으나 그래도 대체 라틴 아메리카가 어떤 나라인지 어떤 전통과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발전해 왔는지 어느 정도는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관련 서적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더불어 라틴 아메리카의 사회주의 개혁이 성공하길 바라며 신자유주의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