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공간 문학의 창으로 본 조선의 궁중문화 1
정은임 지음 / 채륜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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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까 말까 하다가 그래도 계축일기나 인현왕후전 같은 고소설에서 발견하는 궁중 문화라면 뭔가 자세하고 몰랐던 점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도서관에 신간 신청을 했던 책이다.
결과는 그런대로 만족스럽다.
일단 저자가 대충 알고 있는 지식 주어담아 쓴 가벼운 책이 아니라 전공자로서의 전문성과 꼼꼼함이 돋보이는 성실한 책이다.
그리고 궁궐의 각 전각들을 소설 속에 등장하는 공간과 연결지어 설명한 점이 마음에 든다.
이를테면 창덕궁의 경춘전은 한중록에서 혜경궁 홍씨가 처음 간택되어 입궁했던 장소라는 식으로 말이다.
저자는 이 세 기록들을 궁정문학실기라고 명명한다.
계축일기와 한중록은 에세이에 속하고 인현왕후전은 후대에 전문적인 남성 작가에 의해 기승전결의 완결 구조를 갖는 고소설로 분류되나 전체적으로는 궁정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소재로 삼았기 때문에 실기로 묶을 수 있겠다.
계축일기나 인현왕후전은 좀 전형적이랄까? 상투적인 느낌이 들어 별로 재미가 없는데 (권선징악의 강조) 한중록은 정말 재밌게 읽었던 책이다.
아버지가 아들을, 그것도 왕이 장성한 세자를 뒤주에 가둬 굶겨 죽인 전대미문의 사건이라는 게 벌써 소재부터 흥미진진 하고 그것을 직접 당사자의 입장에서 겪은 사람이 기록한 것이라 일개 궁인도 아니고 궁궐 안의 일을 제대로 모르는 신하가 쓴 것도 아닌 세자빈의 기술이라는 점에서 벌써 작가부터 신뢰가 간다.
60이 넘은 나이에 처음 궁에 들어올 때부터 끔찍한 남편의 죽음을 겪기까지 과정을 단순히 권선징악적 구조에 의존하지 않고 생생한 필체로 써 내려간 그녀의 문학성에 감탄할 뿐이다.
이 책에서도 각 작품들의 많은 부분을 소개한다.
기왕이면 현대어로 번역해서 이해하기 쉽게 했으면 좋았을텐데 고어가 많아 좀 아쉬웠다.
실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장소들이라고 생각하니 궁궐의 각 전각들이 훨씬 더 생생하게 와 닿는다. 
한자를 병행하고 각 전각 이름의 유래와 뜻을 설명해 줘서 궁궐의 이해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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